출처=Lucas Ludwig/Unsplash
일출. 출처=Lucas Ludwig/Unsplash

이번 인터뷰는 7월29일부터 8월7일까지 열흘 동안 열린 '비들 아시아 2022(BUIDL ASIA)' 콘퍼런스 기간 중에 진행됐다. 비들 아시아는 크립토 서울이 주최하는 행사다.

클레이튼은 2019년 출시된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특히 당시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개발했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고, 클레이튼의 가상자산 KLAY(클레이튼)는 ‘카카오 코인’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2022년 새해가 밝으면서 클레이튼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22년 1월1일 한재선 전 그라운드X 대표는 “클레이튼을 크러스트로 이관한다”고 밝혔다.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크러스트가 어디야?”

크러스트는 카카오의 싱가포르 소재 블록체인 자회사였다. 클레이튼 프로젝트는 ‘클레이튼 재단’이라는 이름으로 크러스트 소속 팀이 됐다.

하지만 그 외에 크러스트에 관해 알려진 건 별로 없었다. 크러스트 소식이 뜸해지자 클레이튼 프로젝트도 베일에 가려지는 듯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어느 순간부터 베일에 가려진 클레이튼의 개발자를 지난 5일 비들 아시아 콘퍼런스 2022에서 만났다.

바로 김정현 클레이튼 코어데브팀 리드다. ‘클레이튼이 크러스트로 이관한 이후 비밀스러워졌다’는 말에 김정현 리드는 “클레이튼이 크러스트로 이관한 이후 홍보는 더 많이 한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김정현 클레이튼 재단 코어데브팀 리드. 출처=박범수 기자/코인데스크 코리아
김정현 클레이튼 재단 코어데브팀 리드. 출처=박범수 기자/코인데스크 코리아

김정현 리드는 2016년 삼성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2018년 6월 그라운드X에 합류했다. 김 리드는 삼성에 있을 때도 블록체인 동호회에서 블록체인 공부를 할 만큼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았다.

“BTC(비트코인)의 제네시스 블록을 보면 ‘영국 재무장관이 두 번째 구제 금융을 실시했다’는 내용이 있어요.

(비트코인이 등장한 2008년은) 금융 변화가 나오던 시기라 개발자로서는 신선했던 것 같아요. 개발인데 다른 것들도 많이 엮여 있어서 신선했고 공부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줄곧 개발자로 경력을 이어온 김 리드였기에 개발 관련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클레이튼 기술 이슈의 대표적 예시로 언급되는 건 지난해 11월 클레이튼의 블록 생성 중단으로 인한 네트워크 중지 사태였다.

“컨센서스 노드(CN) 간에 합의해서 블록을 계속 생성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됐던 경우였습니다.

특정 트랜잭션을 처리하려 하는데 CN이 생성한 블록에 대해 소프트웨어 버그가 있어서 다른 검증인들이 검증하지 못했어요.”

  • 컨센서스 노드(CN): 클레이튼 네트워크에서 블록 생성을 제안하고 생성된 블록을 검증하는 역할의 노드
  • 엔드 포인트 노드(EN): 트랜잭션 처리를 담당하는 노드

그러면 누구의 잘못이었을까? CN? 아니면 체인 자체의 문제였을까?

“CN이나 검증인이 아닌 소프트웨어 자체의 잘못이예요.

CN이 문제였으면 문제가 있는 CN이 아니라 다른 CN의 제안으로 옮겨가거든요.

일정 시간 동안 검증인이 제안한 블록이 생성 안 되면 다음으로 제안된 블록을 생성합니다. 결국 이 트랜잭션 하나를 처리하는 루틴에 문제가 있어서 블록 생성이 미뤄지고 지연이 됐죠”

그러면 여기서 짚고 넘어갈 지점이 하나 생긴다. 클레이튼의 블록 생성 중단을 비롯한 네트워크 이슈를 두고 나온 분석은 주로 ‘체인 자체 결함은 아니다’였다.

이 얘기는 클레이튼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지난 6월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비콘 체인에서는 블록 재배치(Reorg)가 발생하며 블록 7개가 무효가 된 적이 있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이더리움의 지분증명 전환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고 이더리움의 핵심 개발자들은 입을 모아 ‘체인 자체의 결함은 아니’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래서 물어봤다. 체인이 멈춘 게 체인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면 어떤 게 체인의 치명적인 결함인 걸까?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든 이용하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면 전반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게 되죠.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건 먼저 엔드 포인트 모델의 결함입니다. 예를 들어서, 가상자산 지갑 뒤쪽에 있는 EN이 작동을 안 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거래 처리가 안 되는 거거든요. 그러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런 게 결함이 될 수 있죠.

사실 ‘블록체인 자체의 결함이 있다’고 말하려면 더블 스펜딩이 발생해야 해요. 더블 스펜딩이 뭐냐면 내가 실제로는 코인을 10개를 들고 있는데 10개를 A에 보내고 또 B에도 10개를 보낸 거죠.

원래 잔고가 10개였는데 20개를 전송한 게 되는 겁니다. 통상 그런 경우를 블록체인 자체에 결함이 있다고 해석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블록체인은 이제 못 쓰는 블록체인이 되는 거니까요.”

‘블록체인의 결함’이란 거래 잔고와 금액이 조작되는 것. 이는 게임 아이템 복사와 비슷하다. 메이플 스토리에서 무기를 무한 복사해 팔아 게임 머니를 버는 식으로 악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출처=James Sutton/Unsplash
출처=James Sutton/Unsplash

김정현 리드는 앞서 언급한 EN의 결함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했다.

“EN 결함의 이유는 거래 요청이 많아서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기존 서비스에서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면 스케일 아웃(비슷한 규모의 서버를 증설해서 정보 처리를 분산하는 것)을 해요. 노드를 쉽게 늘릴 수 있으니 노드를 2, 3대씩 늘려서 병렬로 정보를 처리하죠.

그런데 블록체인 노드는 그게 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블록 검증을 노드가 매번 해야 하니까 비슷한 규모의 노드를 추가로 만든다고 해도 그렇게 만드는 순간 블록이 밀리거든요.”

예를 들어, NFT 프로젝트 민팅(발행)을 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순간적으로 수십만 명의 이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해 지갑 연결을 하고 구매 버튼을 누를 것이다.

그렇다면 NFT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미리 노드를 더 만들어 놓든지 아니면 바로 민팅에 대응해 바로 노드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에서는 노드를 늘리는 작업이 어렵다.

“블록체인이 아닌 서비스에는 데이터베이스가 크게 하나 있어요. 거기에 리드를 요청할 수 있는 노드들을 두는 건데 그 노드 안에는 실제 데이터가 없어요. 실제 데이터는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 있고 여기에 요청을 해서 처리를 합니다.

이런 구조에서 노드 하나 더 만드는 건 데이터베이스 쪽에 요청하면 되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블록체인에서는 노드를 하나 새로 띄우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데이터를 다 복사할 거고 복사하는 데 몇 시간 걸릴 거고 또 그걸 동기화하는 데 몇 시간 걸리죠. 그러면 사실 끝났죠. 그래서 블록체인에서는 기존 서비스처럼 노드를 증설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복잡한 기술 얘기를 들으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NFT. 출처=Choong Deng Xiang/Unsplash
NFT. 출처=Choong Deng Xiang/Unsplash

그렇지만 클레이튼 개발자를 만나면서 대체불가능토큰(NFT) 얘기를 안 할 수 없었다. 지난 상반기 메타콩즈, 위메이드의 위믹스 등 다양한 NFT와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클레이튼 네트워크를 떠나는 이른바 ‘탈클레이튼’을 선언했다.

NFT 프로젝트의 클레이튼 이탈은 네트워크 이슈, 가스비(거래 수수료) 조정과 맞물리며 클레이튼 네트워크 문제에 관한 얘기로 이어졌다. 김정현 리드는 클레이튼의 NFT 기술 표준인 KIP-17과 이더리움의 NFT 기술 표준인 ERC-721의 가장 큰 차이를 ‘should’와 ‘must’라고 꼽았다.

“ERC-20, ERC-721 모두 민팅을 비롯한 이벤트가 발생할 때 (코딩 과정에서) ‘must’가 아니라 ‘should’라고 정의가 돼 있어요. 차이가 뭐냐면 ‘must’는 무조건 해야 하는 거고 ‘should’는 안 해도 상관없는 겁니다.

민팅은 통상 ‘0번 주소에서 A라는 주소로 몇 번 아이디가 발행됐다’는 게 나와야 하는데 ‘should’로 돼 있다면 그걸 기록하는 건 프로젝트의 자유가 되는 거죠.

KIP-17은 ‘must’로 돼 있어서 무조건 기록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거 외에 큰 차이는 없어요.”

끝으로 김정현 리드는 “클레이튼을 비롯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성장기도 아니고 성장하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웹2의 경험을 구현할 정도로는 아직 웹3 프로젝틀 전반의 기술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환경이 커지고 네트워크 자체의 성능이 올라가면서 웹3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정현 리드는 비들 아시아 2022 행사에서 ‘모두를 위한 메타버스 블록체인’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발표에서 클레이튼의 장점으로 ▲짧은 레이턴시(거래 지연 속도) ▲저렴한 가스비를 꼽았다.

클레이튼은 앞서 가스비를 25스톤에서 750스톤으로 인상했다가 다시 250스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리고 지난 7월29일 마그마 하드포크 업데이트를 통해 동적 가스비를 도입하며 가스비 범위를 25스톤~750스톤으로 조정했다. 1스톤은 0.000000025KLAY로 약 0.000009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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