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전 빗썸 의장(대주주).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이정훈 전 빗썸 의장(대주주).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더 큰 자금조달인 에어드롭을 가장한 할인 판매 쪽으로 진행하는 플랜이 다 작성됐다. (…) 상장되면 가격이 3달러(약 4000원) 정도 형성될 것이고 5달러(약 6600원) 밑으로 내려가면 전부 다 우리가 벽을 칠 것이고 다시 회수해 오면 된다. 가격이 급격히 오른다 싶으면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팔아서 가격을 낮출 것이다.”

8월9일 빗썸 대주주(전 이사회 의장) 이정훈 씨의 사기 혐의 12차 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강규태)가 이씨에게 이와 같이 읽어주며 “당시 코인 ICO(가상자산발행)와 가격조작(시세조종)에 대해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납니까?”라고 물었다.

재판부는 이씨가 2018년 8월30일 싱가포르의 한 모임에서 이 사건 관련자들에게 범행 내용과 계획을 설명한 내용을 확인한 것이다. 발언 중에 '벽을 칠 것'이라는 표현은 기초적인 시세조종 수법을 뜻하는 은어로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지지선을 만든다는 뜻이다.

재판부 질문에 이씨는 “죄송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은 그러나 당시 이씨의 이런 발언이 녹음된 사실과 녹취록을 확인해 이씨의 확인을 거친 뒤 2021년 7월 이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 수사 때도 검찰은 이씨에게 “직접 한 말이 맞느냐?”고 확인했고 이씨는 “그런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씨 공소장에 따르면, 이 씨는 실제로는 그럴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2018년 10월 김병건 BK그룹 회장에게 “빗썸에 빗썸코인(BXA)을 상장시켜주겠다”고 속여 1억2000만달러(약 1570억원)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그러나 이날 재판부가 녹취록 발언 내용을 기억하느냐고 물었을 때에는 “지금 너무 당황스럽고 2018년 일은 5년 전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씨는 이날 재판부가 녹취록에 근거해 그의 발언 사실을 확인하는 대부분의 질문에 “지금 기억으로는 당일(2018년 8월30일)에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당시에 ’에어드롭’ ‘가격 유지’ 이런 취지의 이야기를 했나?”라고 다시 물었다.

이 씨는 그러나 “어느 정도 자세하게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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