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Nikolas Noonan/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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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만약 미국 정부가 중국의 인공지능 발전을 두려워한다면, 왜 굳이 베이징에 마치 보물창고 같은 가상자산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일까? 해당 데이터는 머신러닝 모델 훈련에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가치를 자랑하는데 말이다.  

이것은 최근 리스본에서 열린 NEARCON 모임에서 개발자 아니쉬 모함마드가 내게 남긴 수사학적 질문이다. 

미국 정부의 이더리움 기반 가상자산 믹싱 서비스 기업 토네이도캐시(Tornado Cash) 제재 이후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반 프라이버시 및 자체 검열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위 질문은 내게 퍽 놀라운 관점을 제시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은 토네이도캐시에 대한 제재가 있기 훨씬 전부터 미국과 주변 동맹국이 탈중앙화 및 개인정보 보호, 개방형 접근 형태의 가상자산 프로토콜 확대를 허용한다면 상당한 지정학적 이점을 얻을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서구 사회가 ‘킬러 앱(killer app)’을 출시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이것은 개인의 권리를 코드에 봉인함으로써 전 세계 디지털 이동형 시민에게 개방형 접근과 개인정보 보호를 장려하는 서구 통화 시스템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유인한다는 개념이다.

우리는 이 모델이 기필코 승리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것이 적용되면 독재 정권 및 단일 정당 국가는 돈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 쇠락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에 주력하는 판테르 프로토콜(Panther Protocol)의 수석 개발자 모함마드와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 가상자산과 관련해 위와 같은 개방적인 접근 방식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나는 무척 좌절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사용자가 본인 확인을 강요받고 ‘승인된 투자자’임을 확인해야 하며 정부의 과도한 보고 의무를 충족해야 하는 등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있었다. 내가 주장했던 모든 활동은 가상자산의 탈중앙화 원칙을 무너뜨리고, 잠재적으로 사회에 대한 광범위한 가치를 반감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제 이 문제와 관련해 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다. 미국은 중국을 능가하기 위해 개인정보라는 ‘당근’의 사용 기회도 포기할 뿐 아니라 미국을 정복해 인공지능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채찍‘마저 넘겨주고 있는 듯하다.

데이터는 인공지능 경제의 핵심

디지털 기술의 진화 관점에서 보면, 현재 미국은 기술 진화가 데이터에 대한 접근에 좌우되는 단계에 진입했다. 

우선, 지난 20세기 마지막 수십 년은 반도체 용량이 급격히 팽창한 매커니즘, 곧 ‘무어의 법칙(인터넷 경제의 3원칙 가운데 하나로, 마이크로칩의 밀도가 24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 - 역주)’이 적용된 시기로 이를 통해 초고속 컴퓨팅 하드웨어 시대로 진입했다.

이후 1990년대 인터넷의 등장은 이들 컴퓨터에 의해 처리 및 전송되는 디지털 정보를 생성하고 공유하는 인간 문명의 역량을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했다. 이제 인공지능 시스템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인간 생활의 전 영역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동하는 머신러닝 알고리듬은 해당 데이터의 주요 소비자가 되어가고 있다. 더욱 강력한 예측 및 행동 조정 알고리듬 개발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 배치로 발생하는 이익을 두고 경쟁이 생겨난다. 그 이익이 기업 주주에 대한 보상이든, 정부 기관에 대한 통제권 확대든, 집단적 능력 향상이나 환경 변화 대응 같은 긍정적인 결과든 상관없이 말이다. 이런 경쟁은 데이터 확보에 대한 욕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런 현상이 돈이 점차 디지털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시기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돈은 개인과 개인, 기관과 기관, 그리고 개인과 기관의 상호작용에 관한 정보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이러한 화폐 디지털화는 각국 정부와 기업, 오픈소스 블록체인 개발자 커뮤니티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모델의 스펙트럼은 국가가 블록체인 원장을 비롯해 오픈 프로토콜 사용자의 모든 데이터에 대한 배타적 가시성을 가진 범주에 속한다. 해당 프로토콜은 트랜잭션 이력을 보호하기 위해 영지식 증명 같은 암호화 툴을 통합하는 탈중앙화 네트워크에 의해 실행된다. 스펙트럼 가운데에는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없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존재하며, 여기의 거래 데이터는 모두에게 공개된다. 

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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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인 데이터

만약 여러분이 권위주의 정부인데, 적국으로 간주한 나라의 이익을 침탈하도록 훈련된 인공지능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여러분은 적국의 사회적 데이터에 최대한 접근하고자 할 것이다. 또한 여러 산업의 거래 처리 효율성 증진을 위해 경제 전반에서 분산원장 네트워크와 함께 프로그램밍 가능한 형태의 중앙집중식 디지털 화폐를 개발하고 있다면,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블록체인 데이터에 특별한 관심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과 일치한다. 중국은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BSN)와 함께 디지털 전자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를 자국 내 수억 명 사용자에게 배포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발전함에 따라 중국 정부가 통제하거나 승인하는 머신러닝 프로그램은 중국 시민이 생성한 방대한 양의 경제 관련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목표는 자국 경제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선다. 다시 말해, 전략적 관점에서 지정학적 이익을 보호하면서 디지털 기술 세계를 선도하고자 한다. 이러한 목표 달성에 인공지능을 사용한다면, 비단 미국과 유럽, 일본 기타 민주국가 시민들이 생성하는 데이터를 얻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중앙집중식 기업 및 정부 시스템 내에서 방화벽으로 막혀 있는 미국, 유럽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개방형 블록체인은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정보를 생성한다. 정책 입안자 관점에서는, 가령 토네이도 캐시 같은 정교한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트랜잭션 소스 데이터를 얼마나 잘 보호하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토네이도 캐시와의 거래를 사실상 금지한 데 따른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개인이나 기업에 준하는 것으로 취급하는 유례없는 조처를 취하면서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핵심인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공개 기능을 박탈해버린 것이다.

나아가 이번 조처로 모든 가상자산 제공업체는 토네이도 캐시 사용자와 거래한 지갑을 차단함으로써 마지못하게나마 재무부 명령에 신속하게 대응했다. 이러한 대규모 자체 검열의 연장선에서 이미 업계는 기타 개인정보 보호 위주의 스마트 컨트랙트와의 상호작용을 두려워하고 있다.  

북한 국기인 인민공화국기. 홍람오각별기라는 별명이 있다. 출처=체이널리시스 보고서 웹페이지 캡처
북한 국기인 인민공화국기. 홍람오각별기라는 별명이 있다. 출처=체이널리시스 보고서 웹페이지 캡처

그렇다면 북한은?

우리는 이제 블록체인과 관련한 개인정보 보호 이후 시대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논의되지 않은 것은,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 시스템이 성장함에 따라 지금 같은 새로운 시대가 권위주의 정권에 데이터 관점에서 상당한 이점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북한에도 꼭 들어맞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재무무가 토네이도캐시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후 북한 해커들은 블록체인 기반 게임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를 공격하고, 토네이도캐시를 자금 세탁에 이용했다.
 
지난주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는 해킹 공격으로 미국 관료들이 잃은 3000만달러를 되찾는 데 일부 도움을 주었다고 발표했다. 이쯤에서 토네이도캐시를 폐쇄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대중은 위와 같은 해킹 사건을 방지하는 데 분명히 관심이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 분석 기술 및 정교한 암호화 솔루션은 악의적 행위자의 해킹 공격을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해결책이 무엇이든, 규제 당국이 개인정보 보호에 광범위한 제약을 가하기 위해 그들이 지불하는 대가는 서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영어기사: 최윤영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is CoinDesk's chief content officer. Previously, Casey was the CEO of Streambed Media, a company he cofounded to develop provenance data for digital content. He was also a senior advisor at MIT Media Labs'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a senior lecturer at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ior to joining MIT, Casey spent 18 years at The Wall Street Journal, where his last position was as a senior columnist covering global economic affairs. Casey has authored five books, including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 and "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 both co-authored with Paul Vigna. Upon joining CoinDesk full time, Casey resigned from a variety of paid advisory positions. He maintains unpaid posts as an advisor to not-for-profit organizations, including MIT Media Lab'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The Deep Trust Alliance. He is a shareholder and non-executive chairman of Streambed Media. Casey owns a small amount of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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