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4일 권도형 테라폼랩스(TFL) 대표의 체포영장 발부 직후 권 대표 측 BTC(비트코인) 약3313개가 2곳의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 갑자기 이체돼 검찰이 한 거래소 BTC를 동결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이체된 BTC는 9월27일 오후 1시 현재 약 950억원(약 6659만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거액이다
검찰이 권 대표 측 자산을 동결한 것은 지난 5월 중순 서울남부지검(지검장 양석조)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4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에 대한 신병 확보 시기와 나머지 자산 추가 동결 여부도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 LFG 자산 첫 동결…은닉, 세탁 의혹
이날 코인데스크 코리아가 온체인 데이터기업 크립토퀀트에 의뢰한 분석과 합수단 수사 상황 등을 종합하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9월15일 갑자기 생성된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 가상자산 지갑에서 쿠코인(Kucoin)과 오케이엑스(OKX) 지갑으로 약 3313BTC가 이체됐다.
LFG는 권 대표가 지난 1월 LUNA(테라)의 가격 방어(준비금) 등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재단이고 한 때 4조원 상당의 BTC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사용 내역은 확인할 수 없었다.
크립토 퀀트에 따르면, LFG 바이낸스 지갑에 있던 3313BTC는 9월15일부터 18일까지 3일동안 쿠코인으로 약 1354BTC(약 388억원), 오케이엑스로 1959BTC(악 562억원)가 이체됐다. 입금은 두 거래소에 각각 4~5차례씩 나눠 이뤄졌다.
합수단은 이체 사실을 바로 포착한 뒤 쿠코인에 동결 요청을 보냈고 쿠코인은 이체된 1354BTC를 동결했다.
반면 오케이엑스는 검찰의 자산 동결 요청을 무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곳에 이체된 1959BTC는 또 다른 거래소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이체된 BTC의 세탁, 은닉 및 도피에 활용될 가능성 등 이체 경위를 면밀히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직 검찰 관계자는 “통상의 범죄 수사에서 거액의 자금이 체포영장 발부 뒤 피의자 관련 계좌에서 움직였다면 당연히 세탁, 은닉 의혹을 갖고 집중 수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 현직 검사는 “도피 자금으로 이용될 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 am not “on the run” or anything similar - for any government agency that has shown interest to communicate, we are in full cooperation and we don’t have anything to hide
— Do Kwon (@stablekwon) September 17, 2022
크립토퀀트, BTC 대량 입금 지갑 100개 역추적해 바이낸스 지갑 찾아
크립토퀀트는 권 대표 체포영장 발부 직후 약 일주일간 BTC가 대량 입금된 쿠코인과 오케이엑스 지갑을 전수 조사한 뒤 100개를 선별했고 추가 분석을 통해 LFG의 바이낸스 지갑을 찾아냈다.
다만 쿠코인과 오케이엑스는 한국에선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여서 한국의 규제를 받지 않고 수사 기관 협조 여부도 확신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검찰은 그러나 두 거래소에 권 대표가 사기, 자본시장법 등 위반 혐의 피의자라는 사실과 그의 범죄 혐의 내용 등을 근거로 BTC 동결을 위한 수사 협조 요청을 보냈다.
두 거래소 가운데 쿠코인은 검찰에 협조했지만, 오케이엑스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검찰, 거액 BTC 이체 뒤 ‘권도형 일방 주장’ 연관성 주목
검찰은 문제의 BTC가 이체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체포영장 발부 사실이 알려진 직후 거액이 움직였기 때문에 도피나 세탁, 은닉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9월14일 체포영장 발부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인 9월15일 바이낸스의 LFG 지갑이 생성됐고 여기서 엄청난 규모의 BTC가 갑자기 이체되기 시작했다.
권 대표는 BTC 이체 3일만인 9월18일 “나는 도망치지 않았고 나를 조사하려는 어떤 정부 기관과도 소통하고 있으며 우리는 아무 것도 숨기지 않았다”고 트위터에 주장했다. 공교롭게 같은 날 두 거래소에 거액의 BTC 이체가 마무리됐다.
검찰은 BTC 이체와 권 대표의 일방적인 주장 등을 근거로 권 대표에 대한 직접 조사를 위한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거액의 BTC가 권 대표의 도피나 은닉을 위한 것이라면 권 대표가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의 해명을 반드시 들어봐야 한다. 물론 그는 BTC 이체에 대해서도 자신과 무관하다거나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권도형, 8월엔 “5월 폭락은 내부 소행” 시인
권 대표는 지난 6월14일 코인데스크 코리아가 UST(테라USD)와 LUNA(테라) 연쇄 폭락을 일으킨 가상자산 지갑(이른바 ‘지갑 A’)이 TFL 지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작극’ 의혹을 제기했을 때에도 보도 당시에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나 약 두 달 만인 8월15일 한 외신 인터뷰에서 코인데스크 코리아의 의혹 제기에 대해 “내부자 소행”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본인과의 관련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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