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arolina Grabowska/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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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주제의 이 칼럼은,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분석한다.

지난주 필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서클 인터넷 파이낸셜(Circle Internet Financial)이 주최한 컨버즈(Converge)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런데 스테이블코인 USDC(US달러코인) 기반으로 진행 중인 광범위한 프로젝트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컨퍼런스에는 라틴아메리카 결제 업체 리피오(Ripio), 웹3 서비스 제공 업체 리커(Recur) 등이 참여했다. 특히 리피오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USDC 이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커는 스타 트렉 컨티넘(Star Trek Continuum)을 비롯한 다양한 메타버스 세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하는 유일한 업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USDC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자체적인 ‘생태계’를 개발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 생태계(지나치게 많이 사용되고 있음)라는 단어는 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개발자와 제공자의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이 글은 달러가 어떠한 디지털 형태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미국의 입법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태계는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과 관련이 있으므로 먼저 생태계 관련 개념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생태계의 의미는 심오하지만, 개념이 명백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우선 컨버즈(Converge) 컨퍼런스를 니어콘(NEARCon)과 비교해보자. 니어콘은 니어 파운데이션이 후원하는 연례 컨퍼런스다. 필자는 2주 전 리스본에서 열린 이 행사에 참석했다. 니어콘은 일종의 ‘생태계 컨퍼런스’로 이해하면 된다. 이더리움의 데브콘(Devcon) 등 다른 컨퍼런스와 비슷하다. 니어 프로토콜 위에서 댑(dapps)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 커뮤니티를 통합하고 활성화하는 게 목적이다. 

USDC는 댑을 위한 스마트계약 프로토콜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인'으로 인식하는 결제 수단에 가깝다. 달러 가치를 추종하는 USDC는 디지털화하지 않은 달러보다 훨씬 더 유동적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P2P로 교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클이 지난달 28일 크로스체인 전송 프로토콜을 출시하면서 USDC는 보편적인 암호화 프로토콜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 때문에 USDC와 관련한 제3의 업체들이 그날 행사에 참석한 것만은 아니다.)

필자는 USDC가 모든 프로토콜의 근간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프로토콜로서의 돈

포춘의 제프 존 로버츠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제레미 얼레어 서클 CEO에게 ‘플랫폼’으로서 USDC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내놓은 2가지 답변은 매우 유익했다. 

첫 번째 답변은 USDC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에 초점을 맞췄다. API는 외부 프로그래머에게 코딩 툴과 데이터를 개방함으로써 프로그램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 내용은 외부 소프트웨어 개발을 장려하여 전반적인 가치를 높이도록 하는 전형적인 기술 플랫폼 및 프로토콜 개념과 일치했다. 

그러나 두 번째 답변에서 얼레어는 달러는 인터넷에서 확립된 가치 ‘표준’이라며 달러 그 자체에 집중했다. USDC 및 기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프로그래밍 가능한’ 형태로 표현돼 있는 미국 통화는 그 자체로 ‘확장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얼레어의 이 같은 설명은 소프트웨어 고유의 의미를 넘어 ‘프로토콜’의 좀 더 확장된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프로토콜은 기본적으로 독립된 당사자가 서로 관여하는 합의된 일련의 규칙이다. 상업과 사회에 필수적인 표준화 기능을 제공한다. 프로토콜은 문명사회에 필수적이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언어도 프로토콜로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영어 프로토콜을 사용해 대화할 때 이들은 자신이 앉아 있는 물건이 ‘chair(의자)’라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이 프로토콜을 스페인어로 바꾸면 이 물건은 ‘silla’가 된다. 자연 상태에서라면 어떤 단어든 맞는 것도 틀린 것도 아니다. 그저 꾸며낸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규칙을 사용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우리는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서로 다른 ‘언어’로 소프트웨어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돈 역시 만들어진 개념이다. 가치의 기준을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해 합의된 참조 기준일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돈은 프로토콜이다. 

달러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가치 교환 프로토콜이다. 그리고 얼레어가 말한 것처럼 그 표준이 오픈소스나 비허가형 소프트웨어 환경에서 번창할 수 있다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응용 프로그램의 폭발과 함께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는 개방적인 글로벌 인터넷 확장 플랫폼이 걸어왔던 길과 비슷하다. 

맞다, 하지만...

필자는 위 이론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 국회의원들은 이 부분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규제안을 고려할 때 국회의원들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CBDC)를 매개로 디지털 달러의 개발을 정부에 맡긴다면, 오픈소스 개발자로 구성된 글로벌 커뮤니티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촉발할 혁신과 가치 창출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동맹으로 미국이 이들과의 디지털 군비 경쟁에서 약세에 몰릴 것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생태계를 장려하는 방식은 미국의 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그러나 미국 정부의 이익이 전 세계의 이익에 부합하는 건 아니다.

니어콘에서 만난 활동가 겸 작가인 브렛 스캇과 대화를 나눴듯, 달러의 세계적 확장으로 다른 나라의 통화주권은 상실될 수 있다. 달러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외국 현지인들은 통화 공급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되고, 이들의 신용 상태는 미국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고도로 달러화한 금융 인터넷이 미국의 디지털 식민주의의 한 형태라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금융 혁신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해야한다는 엘리어의 분석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서클 같은 소수 민간 기업의 손에 너무 많은 힘을 실어주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웹2 영역에서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서클은 각종 로비에서 여러 스테이블코인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지금은 이런 주장을 선의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은 대중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더욱 더 강경하게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어떤 성공적인 스테이블코인 회사도 이익을 극대화하라는 주주들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미국 국회의원들이 국제적인 접근과 경쟁 촉진 원칙을 모두 적용한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국가든 지역이든 미국 외의 지역사회는 자원 및 경제적 미래에 대한 대리권을 부여하는, 새로운 토큰화한 가치 표현을 만들 수 있는 모델이 있는가? (필자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생물다양성 및 탄소흡수원 보호를 장려하기 위해 싱글 어스(Single Earth)가 만든 자연 기반의 디지털 통화에 관심이 많다)

또한 디지털 달러가 플랫폼으로 혁신의 힘을 발휘하려면 고객확인절차(KYC)와 자금세탁금지(AML) 규칙으로 인해 발생하는 접근 제약을 완화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 은행의 거래 감시 권한을 줄여야 한다. 전 세계 금융 서비스에서 배제된 이들이 달러에 보다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면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서클의 비전은 점점 더 망가지고 있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 남용을 극복하면서 근본적으로 재정의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가능성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그 비전은 사려 깊고, 포용적이며 인간을 우선순위에 둔 원칙 안에 존재해야 한다. 

영어기사 : 최윤영 번역, 김기만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is CoinDesk's chief content officer. Previously, Casey was the CEO of Streambed Media, a company he cofounded to develop provenance data for digital content. He was also a senior advisor at MIT Media Labs'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a senior lecturer at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ior to joining MIT, Casey spent 18 years at The Wall Street Journal, where his last position was as a senior columnist covering global economic affairs. Casey has authored five books, including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 and "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 both co-authored with Paul Vigna. Upon joining CoinDesk full time, Casey resigned from a variety of paid advisory positions. He maintains unpaid posts as an advisor to not-for-profit organizations, including MIT Media Lab'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The Deep Trust Alliance. He is a shareholder and non-executive chairman of Streambed Media. Casey owns a small amount of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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