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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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뱅크먼 프리드가 설립하고 운영하던 세계 3위 규모의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지난 2일 샘 뱅크먼 프리드의 가상자산 퀀트 트레이딩 기업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무상태가 수상하다는 코인데스크 특종 보도가 있었다.  

6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 창펑 최고경영자(CEO)가 보유 중인 FTT(FTX거래소 토큰)를 전량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FTX는 "우리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FTT 가격이 폭락했다.

그러자 "FTX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유동성 부족 문제로 경쟁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자사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다"는 기사가 떴다. 사실 FTX의 몰락은 (돈은 빌렸으나 갚을 능력이 없었기에) 유동성 위기라기보다는 지급불능 문제라고 말해야 더 정확하다. 하지만 어차피 인수를 하려면 실사를 거쳐야 하므로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게 된 것이다. 실사에 착수하자마자 또 다른 코인데스크 특종 보도가 나왔는데 이는 바이낸스가 장부를 보자마자 FTX 인수건을 백지화하면서 돌아섰다는 내용이었다. 이윽고 몇 시간 후 바이낸스는 FTX 인수 철회를 공식 표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장은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수습하느라 난리가 났다. 바이낸스는 최종적으로 FTX 이슈가 "통제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며 철회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간단히 말하면, 현 상황은 고객들이 FTX 플랫폼에 예치된 자금을 인출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FTX가 지금까지 고객의 자금으로 갖가지 일을 벌여왔는데 알고보니 그렇게 벌인 일들이 예치된 자금의 가치에 못미친다는 뜻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관행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동네 신용협동조합도 고객이 예치한 자금으로 여러가지 일들을 벌인다. "일을 벌인다"는 것이 위법사항은 아니었다.

가령, 고객이 계좌에 돈을 예금하면 은행은 주택, 자동차, 컴퓨터 구매에 돈이 필요한 다른 고객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일부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증권, 채권, 현금 등의 담보를 맡기고 다른 자산을 빌리는 거래를 허용하는 이상한 짓을 한다는 것이 문제다. FTX도 바로 이 점에서 잘못했다. 

FTX가 한 짓도 똑같았다. 고객들이 현금을 내고 BTC(비트코인)를 빌려 또 다른 베팅을 하게끔 한 것이다. FTX가 (어떤 방식이든지) 책임감있게 리스크를 관리하고 고객들에게 모든 사항을 명확하게 오픈해서 투명성을 지켰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러나 FTX는 투명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자체 가상자산 토큰인 FTT와 관련해서도 오류를 범했다. FTX가 자체 수익을 사용해 오픈 마켓에서 FTT를 구매했으므로 (수요와 공급 법칙 때문에 당연히 FTT 가격이 상승함) FTT는 FTX 거래소에 대한 지분으로도 볼 수 있다. FTX는 고객들이 FTX거래소에 FTT를 예치하고 이를 담보로 다른 가상자산이나 현금을 빌려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얼핏 보면 잘 모르겠지만 왜 이 수법이 엄청난 사기인지 알려주겠다. (같은 산업에서 같은 설립자가 만든 기업의 재무상태가 수상했는데도) FTX의 건전성에 의심을 품은 사람이 없었고 지분 (또는 지분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은 가치를 잃었다. FTX가 거래 베팅을 하는 고객을 대신해서 많은 FTT를 보유했더라도, FTT 가치가 담보보다 못하다면 FTX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FTT도 가치를 상실할 것이고, 기타 등등의 사건사고로 이어질 게 분명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들리는가? 2022년 5월 자고 일어났더니 600억 달러가 사라져버린 테라 사태가 떠오르지 않는가? 아직도 헷갈린다고? 나도 그렇다. 하지만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자.

여러분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바로 2007년 금융위기 직전 금융기관들이 모기지 대출로 갖가지 이상한 짓을 하고 모기지 실적에 베팅을 하던 그 때 말이다. 가상자산 산업 옹호자들은 전통금융의 실패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과연 업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개중에 좀 더 합리적인 의견은 가상자산 거래소 전체의 신뢰도 추락을 막기 위해 준비금 증명을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준비금 증명은 무엇이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준비금 증명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실제로도 갖고 있음'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좀 더 쉬운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닥치고 나만 믿어'라는 거래소에서 1비트코인을 구매했고 그 1비트코인을 자가보유하지 않고 거래소에 위탁했다고 치자.

누가 뭐래든 1비트코인은 당신의 소유이며  '닥치고 믿어' 거래소는 그저 당신의 비트코인을 수탁하고 있을 뿐이다. 이 거래소가 당신의 1비트코인을 준비금으로 보유 중인 사실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투명성으로 (암호화 등의 방식으로) 어느 정도 증명이 가능할 것이다. 금융의 관점에서 거래소는 보유중인 자산, 즉 비트코인과 자산에 매칭되는 부채를 쉽게 증명할 수 있어야 하며, 고객이 요청하면 언제든 비트코인을 내어준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코인데스크의 닉 카터 칼럼니스트와 같은 사람들은 오랫동안 거래소의 준비금 증명 도입을 주장해왔다. 

크라켄, 비트멕스 등은 이미 준비금 증명을 갖췄으며, 바이낸스, OKK, 쿠코인, 폴로니엑스, 후오비 등도 FTX 및 관련 사태 이후 준비금 증명 (혹은 유사한 증명방식)을 향후 수주 내지 수개월 내에 도입할 것을 약속했다. 세부적인 기술 측면에서는 비트코인에 활용되는 데이터 구조인 머클트리를 사용해 준비금 증명을 비용 효과적으로 바르게 도입할 수 있고, 나도 이 방법이 상당히 좋다고 생각한다. 금융 서비스에 투명성을 제고해야 하는 상황에서 준비금 증명은 투명성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재빠른 독자들은 눈치챘겠지만 준비금 증명을 실제로 도입한다고 해도 허점이 있을 수 있다. (크라켄의 경우처럼) 거래소는 준비금 증명을 검증할 제3자 감사를 두어야 할 것이다. 결국 그러다보면 제3의 관계자들과 중앙화된 지점들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물론 준비금 증명 도입은 분명 옳은 일이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준비금 증명 그 이상이 필요하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준비금 증명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먼저 우리는 아직 인간에 의존하고 있고, 회계법인 감사들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의 감사들은 엔론의 분식회계를 잡아내지 못했다. 

준비금 증명 또한 고객 요청시 거래소가 비트코인(및 기타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줄 순 있으나, 고객 자금으로 다른 많은 일들을 벌이지 않았으리란 보장은 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의 불안정성은 준비금 증명마저 뒤엎을 수 있다. 준비금 증명은 금융 사기꾼들이 노리는 엄청난 보상보다 훨씬 더 강력해야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실낱같은 희망은 있다. 

현대금융은 일관되게 호황과 불황을 번갈아 경험해 왔다. 불황은 단기간에 다수에게 타격을 입히고 이는 고객들이 산업에 투명성 제고를 요구하는 계기가 된다. 고객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해도 (지금까지 그리 성공적인 적은 없었지만) 정책 입안자들이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 

러다이트 운동처럼 무모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제 고객들도 현대 비즈니스의 난제인 '복잡성'이라는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복잡성 없이는 회로 기판과 같은 정교한 제품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기업, 비즈니스, 일자리, 사회 흐름들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져버렸다. 

의도가 어떻든 신세기 혁신 비즈니스로 추앙받는 가상자산 산업에 심란한 일주일이 지났다 이 시점에서 나는 한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자, 이제 모두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 

 

영어기사: 김가영 번역, 선소미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조지 캘러디스(George Kaloudis)는 코인데스크 리서치의 연구 애널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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