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해외경제 포커스 갈무리
한은 해외경제 포커스 갈무리

한국은행이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가 내년에 모두 위축되면서 세계 교역이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세계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중 갈등으로 인한 ‘분절화’(Fragmentation)와 중국경제 회복 지연 등을 꼽았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4일 펴낸 ‘내년도 세계경제의 특징 및 리스크 요인’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물가 급등, 이에 대한 정책대응 등으로 내년도 세계경제의 성장흐름은 크게 둔화할 것”이라며 “미국은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유로존은 마이너스 성장하며 중국은 부동산 부실 등으로 경기가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국 경기도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대응능력이 취약한데다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조정으로 성장세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요국의 성장둔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세계교역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수출중심의 한국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달러화 강세 지속은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을 통해 교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달러화가 1% 절상될 경우 세계수입물량은 연간 0.6%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역유발 효과가 높은 투자의 하락세와 국제분업구조 약화도 교역 증가를 제약한다. 경제성장률 대비 세계교역 증가율은 2002~2007년 1.6배에서 내년에는 0.9배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내년 세계경제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분절화를 지목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기술·안보를 둘러싼 갈등 심화로 국제교역체계의 효율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할 권리를 명문화하는 등 대항입법을 제정했다.

 

세계경제 분절화는 비용 상승과 고물가 고착화로 교역과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 결과 세계경제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분절화할 경우 세계 실질소득이 최대 5% 안팎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일본 등 미·중 모두와 교역이 활발한 국가들일수록 손실이 크게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과 산업 연계성이 크게 강화됐다. 

 중국경제의 부진 장기화도 세계경제 회복을 지연시키는 주요 위험요인 중 하나다. 한은은 제로코로나 정책이 지속되고 부동산시장 부진이 지속될 경우 중국경제의 하강 압력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현 수준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1년간 지속될 경우, 중국의 성장률이 4~5%포인트(p) 추가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경상수지가 적자인 신흥국의 취약성도 위험 요인이다. 최근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신흥국의 경기 위험이 커졌다. 실증분석 결과 달러 유동성 증가율이 1%포인트 감소하면 신흥국 성장률은 연간 0.1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최근 주요국의 긴축속도 조절 움직임과 중국의 방역정책 완화 조짐은 내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과거와 달리 각국의 적극적인 공조노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할 때 하방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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