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Unsplash,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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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가상자산) 규제 분야는 여전히 어둠의 숲과 같다. 2023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새로운 입법 조치를 통해 기존의 권한을 확대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토시가 비트코인이라는 P2P 전자화폐 시스템을 세상에 공개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가상자산 규제 환경은 여전히 어둠의 숲과 같다. 가상자산 역사상 가장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뒤로 하고, 2023년 미 SEC와 CFTC(미국의 주요 가상자산 규제당국)는 어떤 행보를 취할지 알아보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미 SEC는 2022년 초 가상자산 입법 부서를 2배로 확장했으며, 2023년에도 법 집행을 바탕으로 규제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리 겐슬러 위원장은 “대다수”의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간주하며, 그 중 ‘아주 일부’만이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록 겐슬러 위원장이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를 증권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SEC는 대체불가능토큰(NFT) 역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SEC는 다수의 가상자산을 ‘투자 계약(investment contract)’이라는 증권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다. SEC v. W.J. Howey & Co. 사건에서 미국 대법원은 투자 계약을 “투자자가 아닌 상대방(타인)의 기업 또는 경영상의 노력에 의해서 이윤이 창출되리라는 합리적인 기대를 바탕으로 투자자가 공동사업에 대해 금전투자를 시행하는 계약, 거래 또는 계획”이라 정의한 바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과거 CFTC 위원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2008년 금융위기에 입안된 금융개혁 및 소비자 보호법에 따른 새로운 스왑 시장 규정의 이행을 감독했다. 현재 SEC 위원장인 겐슬러의 가상자산 규제 방침은 CFTC 위원장 재직 당시의 스왑 규제 방식과 닮아있다. 겐슬러 위원장 산하의 당시 CFTC는 업계의 반대를 무시하고 기존의 선물 규제 체계를 활용해 시장 대부분에 통하지 않았던 스왑 규제를 서둘러 도입했다.

가상자산의 경우, 겐슬러 위원장은 SEC 직원들에게 가상자산 사업자들과 협력해서 그들의 토큰을 증권으로 등록하고 규제하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2023년 안으로 가상자산을 특별히 다루는 규정이 마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겐슬러 위원장은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증권에 해당하므로, 대다수의 가상자산 발행업체 및 중개업체는 다른 증권의 발행업체 및 중개업체와 동일한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2023년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지만, 겐슬러 위원장은 현재의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규제 기조는 SEC의 입법 조치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2017년 이래로 SEC는 가상자산의 제공 및 판매를 증권으로 등록하지 않은 행위자들을 상대로 수많은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소송들은 대부분 암호화폐공개(ICO) 당시 판매됐던 ‘유틸리티 토큰’을 포함했다. 이러한 사건들에서 피고들이 전개한 법적 이론은 ‘가상자산이 소비적인 용도로 사용돼 구매자들이 합리적인 수익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가상자산은 투자 계약의 일부로 간주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급 법원들은 설령 가상자산이 소비적 용도를 가진다 하더라도 투자 계약의 일부로 판매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같은 주장을 기각해왔다.

최근 들어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초점은 탈중앙화와 공동체 소유권으로 옮겨졌다. 많은 프로젝트들은 광범위하고 분산된 공동체 상의 네트워크, 프로토콜 또는 조직에 대한 거버넌스와 지배력을 분산하는 수단으로써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있다. 하위 테스트(Howey Test)에 따르면, 이와 같은 프로젝트에서 전개될 수 있는 법률 이론은 가상자산 소유자들이 수익을 얻기 위해 의존할 수 있는 ‘타인’이 없는 가상자산은 증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상자산 발행업체들을 상대로 오랜 기간 진행되어 온 SEC의 소송 일부가 새해 종결되면서, SEC는 탈중앙화된 가상자산 네트워크, 프로토콜 및 조직과 관련된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새로운 입법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CFTC는 지난해 탈중앙화자율조직(DAO)을 상대로 첫 번째 소송을 제기하였으며 SEC도 곧 이를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겐슬러 위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활동하는 중개업체(그들이 스스로를 중앙화 또는 탈중앙화되었다고 여기건 간에)들은 SEC에 등록해야만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는 2023년 SEC가 중개업체들에 대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조치들은 투자 계약의 일부로써 최초로 제공되거나 판매된 가상자산이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우에도 여전히 투자 계약에 해당된다는 이론을 시험대에 올려놓을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SEC가 가상자산 거래소(코인베이스) 직원이 내부자 거래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는 SEC v. Wahi 사건은 앞으로 지켜볼 만하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CFTC는 가상자산에 대해 제한적인 권한만을 갖고 있다. 상품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독점적인 권한을 가지지만, 상품 현물환 거래에 대해서는 반독점 및 반사기와 관련된 권한만을 가진다. CFTC가 가상자산에 대해 갖는 권한은 비트코인(BTC), 이더(ETH), 테더(USDT) 및 기타 가상자산이 상품이라는 입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로스틴 베남(Rostin Behnam) CFTC 위원장은 ‘디지털 자산 상품 시장에 대해 CFTC가 전통적인 규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확실한 권한’을 요구했다. 지난해 초 미 의회 양당 의원들은 CFTC가 관할하는 가상자산 시장 중개업체 등록 제도에 관한 여러 법안들을 경쟁적으로 제출했는데, 해당 법안들은 2023년 다시 제출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일어난 사건들 이후에 CFTC의 권한을 확대하는 포괄적인 가상자산 법안이 폭넓은 지지를 얻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법안도 가상자산에 대해 SEC와 CFTC가 갖는 권한을 확실히 구분하지 않았다. 겐슬러 위원장은 대부분의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간주하며, 베남 위원장은 이러한 견해에 반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베남 위원장은 두 위원회의 ‘공통된 책임’을 주장해왔다. 2023년 캐피털 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CFTC가 가상자산 전체에 대한 권한을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CFTC는 법 집행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규제 활동을 벌여왔다. 2022년 CFTC가 실시한 입법 조치의 20% 이상은 가상자산을 포함했으며, 이는 2023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껏 위원회가 가상자산 현물 시장을 포괄적으로 규제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들어 소송에서 피고들을 상대로 가상자산 거래 금지 처분을 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위원회가 스스로를 비증권 가상자산 시장을 순찰하는 경찰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한 해 CFTC가 Ooki DAO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화제가 되었는데,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법률 문제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는 탈중앙화자율조직이 ‘비법인 협회(unincorporated associations)’에 해당되는지, 그리고 이들이 온라인 챗봇과 포럼을 통해 소송 고지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였다. 2023년에도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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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환경은 2023년에도 여전히 어둠의 숲 속에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겐슬러 SEC 위원장은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증권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나 가상자산 시장의 새로운 규칙이나 지침을 찬성하지 않는다. 반면 베남 CFTC 위원장은 가상자산에 대한 추가 권한을 희망하나 현재 CFTC는 가상자산 시장의 규정이나 지침을 발행할 능력이 제한돼 있는 상황이다.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은 탈중앙화와 공동체 거버넌스의 지평을 계속해서 넓혀나가겠지만, SEC와 CFTC 또한 새로운 집행 조치를 통해 기존의 권한 범위를 확대할 것이다. 어느 위원회도 새로운 가상자산 규정을 수립할 준비가 되지 않은 가운데, 2023년은 규제와 탈중앙화가 격돌하는 해가 될 것이다.

 

마이클 셀리그는 로펌 Willkie Farr & Gallagher의 고문이자 암호화폐와 웹3 분야 미국 변호사다. 

 

원문: 김예린 번역, 선소미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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