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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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규제는 암호화폐(가상자산) 업계의 최대 논란거리다. 많은 이들은 그 가능성에 회의적이었지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규제당국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금융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 어떤 법안도 통과된 바 없으나, 스테이블코인의 투명성과 발행 및 라이선스를 규제하는 안건이 상정되어왔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란은 정작 중요한 논점을 놓치고 있다. 민간은행 화폐는 종이 형태든 전자 형태든 이미 미국 내에서 합법이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에서 민간은행 지폐는 거래수단으로 널리 통용되어 왔다. 1913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설립 이전, 은행은 자산(주로 금)에 대해 일정비율로 교환이 가능한 지폐를 발행했다. 1933년 금본위제 폐지 후에도 민간은행 지폐가 계속 통용되다가 1970년 2000만 달러 규모 정도로 감소했다.

현재도 일부 국가에서는 민간은행의 지폐 발행이 흔한 일이다. 홍콩,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에서는 민간 은행이 자국 화폐와 교환가능한 지폐를 발행한다. 놀랍게도 민간은행 발행 지폐는 세계 수십 여개 국가에서 합법이다.

전자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지폐의 현대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그 가치가 미국 달러화와 같은 다른 자산에 연동된 암호화폐 토큰이다. 미 달러 연계 상위 4개 스테이블코인의 현재 시가총액은 1350억 달러로 상당하나, 5조 4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전체 통화량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은 당좌예금, 저축예금 계좌처럼 고객 요청에 따라 찾을 수 있다. 시총 1위 테더(USDT)는 미국 달러화로 변환이 가능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다이(DAI) 토큰과 같은 일부 스테이블코인은 가치 하락 시에도 토큰 보유자의 원금 보장을 위해 100%이상 담보를 요구한다.

 

법적 권한

2001년 미 재무부 경제학자 커트 슐러는 엄밀히 따졌을 때 민간은행의 지폐 발행이 미국에서 합법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민간은행 지폐 발행을 사실상 금지한 주정부 공인 지폐에 대한 세금이 1976년 폐지되었고, 여전히 반기별로 세금이 (연간 통용되는 화폐의 1% 수준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1994년에는 연방정부가 설립한 은행의 채권 발행을 금지하는 법도 폐지됐다.

슐러가 맞다면, 민간은행의 지폐 발행을 제한하는 어떠한 법이나 규제도 없다는 말이다. 은행 연합회인 클리어링 하우스가 발표한 백서도 슐러의 주장을 뒷받침하며, 스테이블코인 관련 활동은 ‘명백히 은행이 갖고 있는 기존 법적 권한에 따른 일’이라고 지적했다. 백서는 더 나아가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형태의) 디지털 예금 발행을 위해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치 않다’고 밝혔다. 2012년 추정에 따르면 미국 은행은 자체 은행채 발행을 통해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향후 상환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은 아마도 규제상 은행채나 기타 무이자 채권처럼 여겨질 것이다. 거래 계좌에만 적용되었다가 2020년부터는 거의 있으나마나해진 준비금 요건의 대상도 되지 않을 것이다. 1994년 이전 연방정부 은행채는 완전담보가 필요했으나, 그런 요구조건도 사실상 없어졌다.

은행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에는 당좌예금이나 저축예금계좌 등 특정 유형의 계정에만 적용되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예금보호가 없을 것이다.

다만, 주정부 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제에서 운신의 폭이 좀 더 넓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주 등 일부 주정부는 강한 규제로 암호화폐 산업의 성장을 막아왔지만, 와이오밍 같은 주는 암호화폐 도입을 환영하고 스테이블코인에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또 다른 문제는 고객신원확인제도 등 자금세탁 관련 법이 은행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에 적용될지 여부이다. 일각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보유는 은행예금 보유나 다름없다고 주장하지만, 좀 더 정확히 비교하자면 서명인만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으면 되는 개인 수표, 자기앞 수표와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서명된 수표는 다른 사용자에게 전달되어 해당 사용자가 환금할 수 있다. 자금세탁과 고객신원확인 관련 법은 수표의 중간 보유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오직 수표 서명자와 자금 수령자에게만 적용된다. 스테이블코인에도 이런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클리어링 하우스의 백서는 암호자산 회계기준(SAB121) 도입 등 컴플라이언스가 필수인 부문을 지적하고 있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체를 금지하는 항목은 없다.

 

감독 부족

단기적으로, 규제당국이 갖는 은행 관리감독 권한은 제한적이다. 지급준비금 확충 등 일부 규제 변경은 즉시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규제 변화는 공식 입법예고절차를 통한 새로운 규제 도입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법안 통과까지 종종 수년이 걸린다.

이전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법규제를 명확히 했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의 스테이블코인 투명성 법안, 팻 투미 상원의원의 스테이블코인 신뢰법, 신시아 루미스, 크리스틴 길리브랜드 상원의원이 발의한 책임있는 금융 혁신법안은 각각 예탁기관이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 완전담보를 갖추고 미 달러화를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스테이블코인을 유동자산으로 담보하는 방안이 좋은 정책일지는 모르나, 향후에는 불필요하고 중복적인 발행 제도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법적 현황 인식이 더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별도의 법안은 필요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불법이 아니다. 의회나 규제 기관들이 미국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막고 싶어도,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규제안이 통과돼야 한다. 의회는 현재 법적 모호성을 해소하고, 안전하고 투명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토마스 호건은 미국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 위원회 수석연구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미국 경제연구소(American Institute for Economic Research) 선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원문: 김가영 번역, 선소미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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