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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법률상담소] Case #8 여권인증샷

암호화폐 사는데 여권사진을 왜 내야 하나요?

2018. 11. 19 by 황재영

크립토 법률상담소. 이미지=금혜지

 

상담 사례:


암호화폐를 사려는데 '제 여권을 들고 있는 얼굴 사진(여권인증샷)'을 찍어 보내라고 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정보를 제공해야 하나요?

 

 

황재영 변호사(AMO Labs/펜타시큐리티)의 답변:

 

 

암호화폐를 활용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법이나 제도가 암호화폐 발행 기업, 거래소에 구매자 신원확인을 강제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은행과의 업무와 향후 규제 가능성을 고려해 대부분 엄격한 신원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상세 내용: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여권을 든 '인증샷'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한게임머니나 넥슨캐시를 구매할 때도, 10여년 전 싸이월드 도토리를 구매할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코인을 구매하는 절차만 이렇게 복잡한 것일까요?

사실 블록체인 기업이 ‘여권사진 인증샷’ 수준의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직접적인 법적 의무를 부담하지는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고객을 확인(Screening)해야 하는 구체적인 규제는 세계 각국에서 원칙적으로 금융기관에만 적용됩니다.

금융기관에 대한 이러한 규제는 소위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자금세탁은 마약판매나 무기밀매 등 불법적인 자금에 대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 그 출처를 감추기 위한 행위를 의미하지요. 세계 각국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AML(Anti Money Laundering) 제도를 완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주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AML 제도는 크게 '의심거래 보고'와 '거래 상대방 제한'으로 구성됩니다. 특히 거래 상대방 제한과 관련하여 금융기관은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에 KYC(Know Your Customer)라는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를 쉽게 표현하자면 UN의 블랙리스트에 등록된 사람이나 테러리스트 등과 거래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판매 시 여권 인증샷을 요구했던 것은 해당 기업이 이 KYC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이미지=Getty Images Bank

 



대부분의 블록체인 기업은 금융기관이 아니므로 KYC 절차를 진행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향후 ICO(암호화폐공개)와 관련해 KYC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고, 해당 기업의 은행계좌 개설과 유지에 있어 은행이 KYC 진행 여부를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계좌를 개설해준 기업이 불법적인 자금을 가져올 경우, AML을 게을리한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암호화폐 판매 시 대부분 KYC 절차가 진행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KYC 중 여권 인증샷까지 필요한 이유는 상대방과 온라인에서 비대면 상태로 신원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권 사본 등의 정보만 받아서는 여권 주인인 본인이 현재 코인을 구매하고자 하는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 자금세탁을 위해 타인의 여권을 도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으니까요. (다만 민감한 정보가 제공되는 만큼 정보 수집 주체인 기업은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규를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

비트코인은 마약거래와 무기밀매의 지불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에 그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번쯤은 접해 보셨을 것 같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암호화폐가 가지는 초국가적 거래 용이성과 익명성은 자금세탁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과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암호화폐가 자금세탁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 엄격한 KYC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심지어 “이탈리아에서 만나 현금으로 당신들의 코인을 사고 싶다”는 제안을 받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알고 있거든요.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더라도 블록체인 생태계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신원확인 절차에 충실히 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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