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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시 생각하다
마이클 케이시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1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인간의 기술과 정치 질서 새로 쓰일 것"
2020. 04. 13 by Michael J Casey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돈이란 많은 사람이 믿는 허구의 존재다. 돈에 일정한 가치를 매겨 저장하고 교환하게 하는 메커니즘은 너무도 강력해서 이를 둘러싸고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결국 이 메커니즘이란 전적으로 인간의 집단적 상상에서 비롯된 산물이다.

그런 사실을 걱정스럽게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세속적이며 귀하고 유한한 무언가에 화폐 단위로 값을 매겨 가치를 부여하려 했다. 이러한 인간의 욕구는 사실 화폐의 대용으로 쓰는 토큰에 (인간이 상상해서 만든 가치가 아니라) 원래 내재적인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잘못된 믿음에서 어느 정도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이 욕구는 인간의 당연한 본성이며, 그래서 국가가 국민들이 가진 돈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돈에 내재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믿음에 지나지 않는다. 종교나 국가처럼 충분히 변할 수 있는 개념에 관한 사람들의 믿음을 들여다보면, 가장 기초적인 믿음이 가장 바꾸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돈이 허구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하게 된다면 돈의 기능이 사라지게 될 거란 주장도 일면 일리가 있다.

돈이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은 사실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사피엔스: 짧은 인류의 역사라는 명저를 쓴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원동력을 인간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믿는 능력에서 찾았다. 침팬지에게는 없던 그 능력을 활용해 인간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문명을 세웠다. 현대 세계는 인간의 ‘상상력’이 아닌 ‘함께 상상하는 능력’으로 만들어졌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화는 한발 멀어지고 글로벌 자본주의 질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를 완전히 새롭게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하라리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칭한 ‘돈’에 대한 개념이 가장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나? - 유발 하라리 테드(TED) 강연

 

사실 돈의 개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변하고 있었다. 디지털화폐를 프로그래밍하는 기준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급진적인 새 모델에 따르면 데이비드 버치는 ‘이캐시(e-cash)’라고 부른 전자화폐가 기존의 지폐를 대신하게 되고, 은행의 통제에서 벗어나 각자 기기를 이용해 개인간 거래(P2P)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경쟁은 11년 전 비트코인이 개발되면서 시작됐는데, 현재는 수천곳의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먼저 개인, 기업, 정부 등 이용자들로서는 다극화된 다중화폐 구조가 형성될수록 선택의 폭은 넓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다양한 대안을 아우르는 기준을 선점하려는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그 대안 중에는 비트코인 같은 탈중앙화된 독자 암호화폐도 있고, 다이(Dai)처럼 탈중앙화돼 있으면서 알고리듬 기반으로 관리되는 스테이블코인도 있으며, 서클(Circle)이나 코인베이스(Coinbase), 팩소스(Paxos), 테더(Tether)처럼 예치금을 두고 개방형 블록체인상에서 거래되는 스테이블코인도 있다. 또 페이스북(Facebook)의 리브라(Libra)처럼 프라이빗 블록체인상에서 거래하는 스테이블코인도 있고, 중국의 디지털위안(DCEP)처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도 있다.

이 경쟁에는 많은 이권이 달려있다. 지정학적 권력의 균형, 경제를 둘러싼 공적·사적 경계, 그리고 거래의 개인정보 보호라는 가치까지 많은 것이 걸려 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그런데 모든 것을 거는 게임이 된 이 경쟁을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가속화시켰다.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투어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돈을 풀면서, 자국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른 나라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이른바 ‘화폐 전쟁’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달러 중심인 국제 통화 시스템은 전에 없이 큰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연준이 계속 모두를 위한 ‘최후의 대출자’ 역할을 하려면 결국엔 연준의 독립성을 희생하거나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전 세계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수밖에 없다.

반면, 코로나19 대응과 그 여파로 이전에는 관심을 받지 못하던 디지털화폐 이용 사례가 주목을 받게 됐다. 2월까지만 해도 미국 의회에서 자국민에게 긴급 지원금을 직접, 더 빨리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달러를 활용하자는 법안을 곧 발의하고 논의하게 될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돈에 묻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급기야 지폐를 소각하거나 살균하는 나라들이 나오면서, 바이러스 전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실물 화폐 사용을 삼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힘을 받게 되었다.

이처럼 돈에 대한 시각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시기를 맞아 코인데스크는 ‘돈을 다시 생각하다’라는 표제로 뉴스레터를 발간하게 되었다.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 증대

이번엔 도표를 통해 돈에 대한 시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설명해 보기로 하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코인데스크의 자체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콘텐츠를 검색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여기서 우리는 최근 코로나19 충격으로 비트코인 매도세가 급증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는데도 사람들이 여전히 비트코인을 알고 싶어 하는지 궁금했다.

우리는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로 코인데스크 웹사이트의 ‘비트코인 입문(Bitcoin 101)’ 페이지 조회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중순 코인데스크 홈페이지를 리뉴얼한 이후 지난 수요일(8일)의 페이지 하루 조회수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지난 달 1일 이후 비트코인 입문 페이지 조회수를 나타낸 도표다.

페이지 조회수. 2020년 4월* ‘Bitcoin 101’로 필터링한 데이터 정보.
페이지 조회수. 2020년 4월* ‘Bitcoin 101’로 필터링한 데이터 정보.

위 자료는 일차적인 데이터지만, 닉 커스토디오가 지난 2014년에 쓴 “아직도 비트코인이 뭔지 모르시는 분들께 드리는 5살 꼬마도 이해할 수 있는 비트코인 이야기”라는 제목의 기사에 지난달 말 조회수가 급증한 것을 보면 코로나19로 촉발된 전 세계적 혼란이 코인데스크 독자들 사이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게 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지난 2017년 암호화폐 버블 당시 유입된 신규 방문자의 숫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현재까지는 두려움보다 이익을 보고 싶은 욕망 때문에 조회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같이 끔찍한 사태가 벌어져야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다는 사실은 씁쓸하지만, 이번에는 이 관심이 더 많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은 탈중앙화된 거버넌스, 디지털 무결성,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내용이 궁금해 비트코인을 검색한 것으로 보이며, 단기간 내에 수익을 낼 방법을 알아내기보다는 비트코인이 진짜 ‘디지털 금’인지를 알고 싶어 검색한 것으로 보인다.

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우리 모두가 함께 세워나갈 수 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 이 뉴스레터에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으려 한다. 다음은 관련 보도들과 여러 아이디어들을 조사해 정리한 내용이다.

 

세상은 지금

1 사이에 일어난 변화. 각국 중앙은행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리서치 보고서를 발간하며 정책을 제안하기도 하는 스위스에 있는 ‘중앙은행의 중앙은행’ 국제결제은행(BIS)은 CBDC에 관한 입장을 180도 바꿨다. 즉 CBDC 발행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일축하다가, CBDC 발행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장은 지난해 3월만 해도 “CBDC는 발행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리브라 백서를 펴내고, 중국 인민은행까지 디지털화폐 출시 계획을 발표하자 지난해 8월 “CBDC 발행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당시 BIS는 ‘BIS 혁신허브(BIS Innovation Hub)’를 설립했으며, 5개월 뒤 브누아 퀘어 전 유럽중앙은행(ECB) 이사를 대표로 임명했다. 지난 1월 BIS는 66곳의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80%는 디지털화폐를 연구하고 있었고, 10%는 디지털화폐 발행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지난 3일 발간한 회보에서 BIS 소속 연구진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사람과 돈의 관계가 변화를 겪게 돼 CBDC 출시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수 세기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통화 체계의 변화를 조부모님께 설명하려면? 이렇게 복잡한 개념을 전 세계 사람을 대상으로 전달하려면 고차원적이고 전문적인 아이디어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단을 통해 이해하기 쉬운 콘텐츠로 설명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호주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실린 분석은 매우 흥미롭다.
전 세계 대학과 비영리단체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더 컨버세이션은 ‘학문의 철저함과 언론의 감각’이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분석과 보도를 해오고 있다. 지난 12월 12일 발간된 “중국 등 강대국들의 암호화폐 출시는 글로벌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제목의 글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나왔지만, 여전히 관련성이 높고 읽어볼 만하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스웨덴 룬드 대학교(Lund University) 박사과정 학생 자오량은 “정보화 시대에 기술적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일어났지만, 글로벌 결제 시스템은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가 발행하는 디지털화폐가 출시되면, 모든 게 순식간에 변할 것이다.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구형 휴대전화가 이내 설 자리를 잃은 것과 같이 블록체인 결제를 받지 않겠다고 오랫동안 버틸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사태 이후 내려진 이동제한 조치가 전 세계 17억명에 달하는 금융소외계층에 미칠 영향은? 사실상 거의 모든 상거래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고 있어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은 특히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 Institution)의 애런 클라인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우리 경제에 나타난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에서는 현금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국가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바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미국에서 은행 계좌가 없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7%가 넘는다. 이렇게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은 ‘선불카드’라는 걸 사용하는데, 신용카드에는 없는 높은 거래 수수료와 잔액 확인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사용할 금액을 사전에 예치해 둬야만 카드를 쓸 수 있다. 수십만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먹을 것을 구하기도 힘들어진 상황에서 디지털 시대 이전에 나온 구식 결제 방식에 의존해야 하는 빈곤층은 더 큰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러한 전세계 빈곤층을 위해서라도 글로벌 결제 시스템의 혁명이 필요하다.

 

“통화 냉전: 현금, 암호화, 해시레이트 그리고 헤게모니(The Currency Cold War: Cash and Cryptography, Hash Rates and Hegemony)” 오는 5월 출간 예정인 은 매우 적절한 시기에 세상에 나오게 됐다. 컨설턴트이자 핀테크 분야의 유명한 연설가로, 돈과 신원 정보를 주제로 여러 권의 책을 쓴 데이비드 버치가 전자 화폐의 정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글로벌 경쟁과 이 경쟁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고 폭넓은 시각으로 분석했다(참고로, 필자가 이 신간의 서문을 작성했다). 암호화, 스마트폰 기술, 신원인증 툴, 디지털 자산을 망라한 이 책은 미래의 화폐의 모습이 궁금한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할 지침서가 될 것이다. (버치는 오는 5월 11일 코인데스크가 원격 콘퍼런스 형식으로 열 “컨센서스:디스트리뷰티드(Consensus: Distributed)” 행사에서 이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다. 이날 필자가 진행을 맡을 온라인 특별 생방송 “돈을 다시 생각하다”에서 저명한 사상가, 학자들과 활발한 토론의 장을 열 것이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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