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돈을 다시 생각하다
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10화 허츠 주가에서 드러난 증시의 비상식성, 외려 중요해진 ICO
월가·증시는 일반 국민의 부를 특혜집단에 집중시키고 있다
2020. 06. 15 by Michael J Casey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월가여, 두려워 말라.

지난주 주식시장의 매서운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12일 오전 S&P500 지수는 지난 3월 23일 최악의 폭락장에 비하면 34%나 높았다. 이는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내놓은 금융, 통화정책이 여전히 헤지펀드 매니저와 은행가, 기업 CEO에게 유리한 정책이라는 방증이다. 사상 최고의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증시와 달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에서만 11만5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자리를 잃고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은 3800만명에 이른다.

이는 근본적인 불평등뿐 아니라 현 자본시장 시스템의 형편없는 자원 배분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달 파산 보호를 신청한 세계 1위 렌터카 업체 허츠(Hertz)와 같이 암울한 장기 전망과 함께 도산한 기업들은 구제를 받지만, 경제와 공중 보건에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영업자와 스타트업들은 구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제는 자본 분배에 있어 현 시스템의 대안이 되는 메커니즘을 논할 때다. 이 메커니즘은 주식시장에 의해 왜곡되지 않아야 한다. 이제 다시 암호화폐공개(ICO)에 주목할 때다.

 

색다른 접근법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해 배경설명을 하자면, 지난 2016~2017년 사이에 불었던 ICO 광풍은 각종 사기와 허술한 사업계획, 과대 포장이 난무했던,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당시 ICO 광풍에 잔뜩 낀 거품은 우리에게 왜 증권 규제가 필요한지 그 이유를 다시금 상기시켰다. 규제는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야기하는 자금모집 주체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투자자들은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토큰 붐을 통해서 창의적 사고라는 귀중한 자산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창의적 사고다.

ICO는 당초 혁신가들에게는 투자금 조성을 용이하게 해주는 수단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기업 내부자만 누릴 수 있는 높은 수익을 올리게 해줄 수단으로 널리 알려졌다. 스타트업으로서는, 어떤 기업이 자금을 지원받고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는지 결정하고 승인하는 규제 당국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고, 토큰 투자자들은 벤처기업들이 말하는 이익금의 100배에 달하는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ICO 지지자들은 ICO가 실리콘밸리와 월가에서 꼭 거쳐야 했던 중개기관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교환되는 시장을 조성하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손실과 파산, 사기는 물론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론 경제에서 자원이 가장 필요한 혁신가들에게 분배될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주장은 2018년 ICO 버블 붕괴와 함께 사그라들었다. 그럼에도 오늘날 미국 금융시장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다시 이런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미 한번 실패한 ICO 모델을 부활시키진 않더라도 월가의 모델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할 규제 개혁들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는 있다.

사실 지난 두달은 경제 시스템 밖에 있는 일반 국민의 부가 시스템의 특혜를 오롯이 누리는 소수의 내부자에게 급속도로 빨려 들어간 시간이었다. 지금껏 그 어떤 토큰발행 시장에서도 이런 적이 없었다.

월가 시스템은 지난 20세기 대부분에 걸쳐 미국이 지닌 독창성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데 꽤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월가의 정치적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혁신을 저해하는 이상한 ‘자기 논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우리의 정치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CNBC 같은 언론사나 트럼프 대통령 등 다우존스 지수에 집착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주로 내세우는 주장대로 미국 증시는 아메리칸 드림의 전조가 됐다. 엘리트 계층이 시장에 막대한 정치경제적 투자를 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발발 이후 통화·금융 구제책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게 만들어진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는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분기별 실적 발표 시즌이 기준점이 되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월가에서 실적을 예측하는 전문가들부터 투자수익률(ROI)에 집착하는 펀드매니저들, 기업 대표, 그리고 중간 관리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계자의 보상이나 보너스가 지난 분기 기록을 경신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계획 수립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혁신 전략에 대담하게 판돈을 걸기엔 쉽지 않은 구조다. 좌초자산(stranded assets) 문제를 생각해보라. 가입자 대다수가 은퇴 연령이 될 때쯤 기업 가치가 땅에 떨어질 거라는 수많은 연구분석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연기금이 계속해서 석유나 가스 생산업체 등 탄소 배출의 주범인 기업의 지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분기별로 받는 높은 수익의 유혹을 떨쳐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관련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머릿속에서 한번 실험을 해보자. 기업의 분기 보고서란 중앙화된 비공개 회계 시스템으로 인해 생긴 부수적 결과물이며, 회계 담당자와 회계 감사인이 기록을 상의해 주기적으로 금융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런 분기 보고서가 효용 가치를 잃고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된다면 월가의 분기별 실적 발표 시즌은 과연 어떻게 될까? 그 대신 특정 공급체인이나 경제 생태계 내의 모든 주체가 모든 거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서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되는 하나의 개방형 분산원장을 사용한다면? 이런 모델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블록체인과 영지식증명 개발자들이 개발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 다시 정할 때

대안을 찾기 위해선 지난 2018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는 토큰 가격이 바닥을 쳤고 ICO 시장에는 자금이 말라갔으며, 암호화폐 겨울(Crypto Winter)의 초입이었다. 당시 토큰을 기반으로 한 자금모집 계획 중 어떤 것은 살리고 어떤 것은 버려야 할지 그 기준을 놓고 실제 합리적인 논의가 진행됐었다.

우리는 지금 이 논의를 부활시켜야 한다.

일례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 신고의 의무가 있지만 전통적인 주식이나 채권과는 달리 스마트계약을 포함할 수 있는 증권토큰발행(STO)이 스타트업에는 자금을 모으는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ICO 이후 증권형 토큰발행이 잠시 이목을 끌었으나 규제와 법규 준수, 기술과 관련해서 준거틀을 만드는 과정이 오래 걸릴 것이란 사실이 확실한 상황에서 그 인기는 이내 식어버렸다. 하지만 요즘 토큰 발행 플랫폼 폴리매스(Polymath)와 시큐리타이즈(Securitize)가 기술 발전을 이루면서 다시 STO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갤럭시(Galaxy)와 백트(Bakkt)도 기관투자자에게 증권형 토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그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유틸리티 토큰(utility tokens)의 법적 정의란 무엇이며, 유틸리티 토큰 발행의 모범 사례는 무엇일까? 만약 SEC의 윌리엄 힌만 기업금융팀장이 주장한 대로 네트워크의 탈중앙화 수준이 높아져 증권형 토큰이 증권으로서 지위를 잃게 된다면, 증권형 토큰이 유틸리티 토큰이 되는 과정에서 토큰 발행업체들이 법을 계속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준거틀이 필요할까? 이 업체들이 처음부터 법규를 준수하면서도 토큰으로 관리되는 탈중앙화된 시스템의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또 어떻게 하면 소규모 투자자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토큰을 쉽고 안전하게 사고팔 수 있을까?

공인투자자(accredited investor) 기준은 이제 구식 잣대가 됐다. 부유한 특권층에는 우호적이면서 일반인의 접근은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정부가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를 규제하는 바람에 본래 소규모 투자자를 위해 만들어진 시장에 일반투자자들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규제란 피할 수도 없을뿐더러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규제가 자본 배분을 최적화하는 경제의 자체적인 능력을 저해하는 자본시장 시스템을 보호하는 방패막이 되어선 안 된다.

미국 경제의 모든 측면에 혁신적인 접근법이 필요한 시기에는 혁신을 위한 노력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에 혁신적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불사조의 흥망성쇠

우리의 자본분배 시스템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는 허츠의 최근 주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여행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자동차 렌트 수요가 급감하자 막대한 손실을 본 허츠는 지난달 24일 급기야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올 2월 말, 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던 허츠의 주가는 당시 이미 85% 이상 빠진 상태였는데, 파산보호 신청 후 그보다 더 하락해 주당 $0.56에 불과한 저가주로 전락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상황이 전개된다. 지난 4일, 허츠의 주가가 3거래일 연속 상승해 지난 8일에는 주당 $5.54까지 오른 것이다. 무려 574%나 급등한 수치였다. 소규모 투자자를 위한 거래앱 로빈후드(Robinhood)에 등록된 종목들의 거래가 급증한 것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경기 부양 자금 덕분에 주식시장 전반이 수혜를 입은 가운데, 이미 파산한 허츠에도 투기를 노린 일반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하지만 한탕을 노린 사람 대부분은 낭패를 봤다. 지난 1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허츠의 상장폐지 결정을 발표한 것이다. 허츠는 이내 항소했지만, 해당 발표 이후 허츠의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쳤다. 지난 11일 허츠의 주가는 종가 기준 주당 $2.06이었다.

허츠의 최근 주가
허츠의 최근 주가

매수자 위험부담 원칙을 따르자면, 과도한 욕심을 부린 사람들이 대가를 치르고 교훈을 얻었을 뿐 별일 아니니 잊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정책과 관련해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이런 종류의 투기 광풍은 사라지지 않는다. 허츠가 보여준 작은 버블은 (간접적으로) 중앙은행이 초래한 것이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