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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빅테크①]

송금부터 코로나까지…알리바바의 블록체인 전략 A to Z

2020. 06. 17 by 정인선 기자

"블록체인의 가치는 투기가 아닌 사회 문제 해결에 있다.”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의 장궈페이(蒋国飞) 부회장이 지난 5월 중국경영보 인터뷰에서 강조한 대목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 경제에 이로움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그룹 알리바바는 블록체인 기술과의 연결고리를 '신뢰'에서 찾고 있다. 2004년 알리바바가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를 처음 출시했을 당시만 해도, 모바일 결제는 커녕 신용카드조차 쓰는 사람을 찾기 드물었다. 고객이 휴대폰으로 돈을 보내면 상점 주인의 계좌로 돈이 들어간다는 간단한 원리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기 쉽지 않았다. ‘신뢰’는 오랫동안 알리바바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였던 셈이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알리페이는 2014년 알리페이를 운영할 별도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을 설립했다. 앤트파이낸셜은 설립 이듬해인 2015년부터 신뢰의 문제를 풀 열쇠로 블록체인 기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앤트파이낸셜은 ‘블록체인 관심 소모임(区块链兴趣小组)’을 만들어 내부 해커톤을 개최했다. 여기에 참가한 개발자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기부금 모금 및 이용 내역 추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앤트파이낸셜의 첫 블록체인 기술 활용 사례다.

2016년 여름 앤트파이낸셜은 '블록체인 기부금' 첫 사례를 내놨다. ‘청각장애아동에게 새로운 소리 되찾아주기(听障儿童重获新声)’라는 이름의 후원 프로젝트였다. 약 5만명이 참여해 일주일만에 19만8417위안이 모였다. 이 중 17위안의 운영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 모두 10명의 청각장애 아동에게 전달됐다. 알리페이와의 연계 덕에 손쉽게 후원할 수 있었고, 후원금 이용 내역을 블록체인에 올려 누구나 확인 가능했다. 신기술이 탄탄한 기반을 갖춘 기존 서비스를 만나 빠르게 성과를 낸 최초의 장면이다. 

이 때부터 알리바바는 블록체인 기술 특허를 대거 취득하며 관련 역량을 본격적으로 키워 나갔다. 알리바바 그룹은 2018년 한 해에만 총 90개의 블록체인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IBM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보다 많은 숫자였다. 2018년 앤트파이낸셜은 14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시리즈C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앤트파이낸셜은 투자금을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등 신기술 개발에 투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앤트파이낸셜은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금융과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더해 나갔다. 2018년 6월에는 지캐시와의 협업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홍콩-필리핀 간 송금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어 2019년 10월에는 독일의 농화학 기업 바이엘과 블록체인 기반 농산물 추적 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대륙 내 활용 사례도 속속 나왔다. 앞서 알리페이와 연계해 선보인 기부 플랫폼 사례처럼, 알리바바 그룹의 기존 서비스가 주 무대가 됐다. 

앤트파이낸셜은 2016년 알리페이를 통해 진행한 자선 모금 프로그램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 출처=听障儿童重获新声
앤트파이낸셜은 2016년 알리페이를 통해 진행한 자선 모금 프로그램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 출처=听障儿童重获新声

2018년 광군제(11월 11일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앞두고 알리바바의 온라인 편집숍 텐마오(Tmall)에 블록체인 기반 상품 추적 시스템을 시범 적용했다. 해외 직구 상품 하나하나에 고유 인증서를 부착해, 고객이 알리페이나 티엔마오 등 어플리케이션으로 이를 태그하면 바로 해외 현지 구매부터 중국 내 배송까지 전 단계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다음 해인 2019년 광군제에는 4억건 이상의 해외 직구 상품 추적이 블록체인을 통해 이뤄졌다. 

같은해 앤트파이낸셜은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판매자들이 상품 사진을 블록체인에 등록하도록 해 사진 무단 도용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2019년 광군제 기간 동안 약 500만장의 상품 사진이 블록체인에 기록됐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국가 차원의 블록체인 기술 육성을 주문하고 나선 이후 알리페이의 블록체인 기술은 공공 서비스 영역으로도 진출했다. 

지난해 11월 앤트파이낸셜의 블록체인 기술은 창장(양쯔강) 삼각주 지역 11개 주요 성시의 대중교통망 연결 프로젝트에 정식 활용됐다. 11개 성시 거주민이 자기 지역에서 쓰던 지하철 어플리케이션을 다른 성시에서 열면, 그곳에서도 큐알코드로 지하철 표를 구매해 승차할 수 있게 했다. 각 성시의 지하철 공사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승차 정보와 발권 정보를 공유하고 실시간 정산 또한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했다. 

앤트파이낸셜은 올해 4월 중소기업을 주 고객으로 삼은 컨소시엄형 블록체인 플랫폼 오픈체인(OpenChain)을 출시했다. 앤트파이낸셜에 따르면, 오픈체인은 10억개의 계정과 10억건의 트랜잭션을 매일 처리할 수 있다. 또 중소기업들이 적은 비용으로 스마트컨트랙트와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구현해 응용프로그램(dApp)을 개발할 수 있다. 초당 10만 패킷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다중 크로스체인 기술 또한 오픈체인 플랫폼의 주된 특징 중 하나다. 

리제리(李杰力) 앤트파이낸셜 이사는 지난달 코인데스크 주최 ‘컨센서스2020’ 발표에서, 현재까지 임대차와 공공 서비스, 청구, 계약, 물류, 자선,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0가지가 넘는 블록체인 기술 활용 사례가 앤트파이낸셜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출시됐다고 소개했다.

앤트파이낸셜의 블록체인 기술은 올해 초 중국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대응에도 유용하게 활용됐다. 리 이사는 특히 바이러스 확산기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 정보 불균형 해소가 필요한 상황에 블록체인 기술이 쓰였다고 소개했다. 의료 기기 유통망 관리 시스템을 앤트블록체인 위에 구축한 게 대표적 사례다.

시민들 사이의 신뢰 구축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쓰였다. 앤트파이낸셜은 알리페이 내부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전용 '인앱' 서비스를 구축했다.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감염자 및 사망자 수, 병원 운영 상황, 의료 물자 유통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 청각장애 아동 후원 프로젝트와 유사하게, 알리페이로 간편하게 마스크 등 의료 물자를 후원하게끔 했다.

앤트파이낸셜은 코로나19 확산 시기 시민들 사이의 정보 불균형 해소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 출처=앤트파이낸셜
앤트파이낸셜은 코로나19 확산 시기 시민들 사이의 정보 불균형 해소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 출처=앤트파이낸셜

공공 분야의 ‘언택트’ 입찰에도 앤트파이낸셜의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됐다. 리 이사에 따르면 간쑤성 정부는 2020년 간선도로 보양 사업 입찰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앤트파이낸셜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했다. 입찰 참여자들이 큐알코드를 통해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를 확인하도록 해 신뢰도를 높였다. 

리 이사는 앞으로 중소기업 대상 대출 프로그램과 소비 진작용 디지털 바우처 발행 등에도 앤트파이낸셜의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뢰 경제’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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