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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11화

이더리움 르네상스는 기회이자 중요한 시험 계기 될 것

2020. 06. 22 by Michael J Casey
출처=코인데스크 브래디 데일 기자
출처=코인데스크 브래디 데일 기자

길지 않은 블록체인의 역사 중 2018~2019년의 ‘암호화폐 겨울’이 이더리움(Ethereum)의 암흑의 시대였다면 지금 우리는 이더리움 르네상스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이더리움 플랫폼과 열정적인 커뮤니티가 이 다음 시대, 즉 탈중앙화의 산업혁명 시대를 열 수 있을진 아직 알 수 없다.

이더리움이 오는 7월31일 메인넷 출시 5주년을 앞둔 가운데, 이 질문 하나에 수십억 달러가 달린 상황이다. 특히 ‘이더리움 2.0’이란 중대한 확장성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출시와 기존 구조와의 통합 여부가 관건이다.

지금 이더리움 생태계는 거의 모든 방면에서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다. 스마트계약과 결제 실행에 드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거래 수수료인 가스(gas) 사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현재 이더리움의 일일 거래 수수료가 비트코인을 앞지르고 있다. 이더(ETH) 가격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이더리움의 자체 토큰이 비트코인, 카르다노(Cardano)의 ADA, 스텔라(Stellar)의 XML 등 지난 3월 매서웠던 암호화폐 매도세를 거스른 몇 안 되는 주요 암호화폐라는 것을 말해준다. 또 이더리움 스마트계약에 예치된 제2 레이어 자산 가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 4월에는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된 일일 자산 가치가 비트코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이런 성장세는 여러 이더리움 기반 앱에서 관찰된다.

먼저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을 살펴보자. 현재 디파이 앱에 예치된 자산 가치만 10억달러가 넘는다. 이 급성장하는 생태계를 지원하는 제품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주 탈중앙화된 대출 플랫폼 컴파운드(Compound)가 새로운 COMP 토큰을 성공리에 출시했고, 스마트계약 해킹 피해로부터 이용자들을 보호해주는 탈중앙화된 보험사 넥서스 뮤추얼(Nexus Mutual)의 리스크 풀(risk pool) 자금이 지난 90일간 배로 증가해 400만달러를 넘어섰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세도 매섭다. 주로 달러 연동 토큰인 테더(Tether)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졌는데, 테더는 많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결제와 청산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올해 엄청난 양의 토큰이 발행됐다. 2주 전 본 칼럼에서 말한 바와 같이 달러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개도국에서 최근 US달러코인(USDC) 등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주로 송금이나 일상생활에서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금융 이용사례 외에도 이더리움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경제에서도 건전한 성장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이더리움 중심의 오픈소스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플랫폼 깃코인(Gitcoin)을 통해 자금 조달을 받는 버그 바운티(bug bounty) 등 각종 프로젝트들을 이용하는 전 세계 개발자의 수가 거의 4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글래스노드(Glassnode)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이더 거래의 대부분은 이른바 외부 소유 계정(EOA) 간의 단순 통화거래보다는 다양한 스마트계약 결제 건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더를 대량 보유한 투자자를 뜻하는 이더 ‘고래’ 계정 수가 감소한 것뿐 아니라, 이더리움 네트워크상에서 일어나는 거래들이 투기보다는 실제 사용을 위한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확장성의 필요

모두가 하나 같이 고무적인 신호들이다. 암호화폐공개(ICO) 실패는 이제 과거의 일이라는 자신감의 발로이자, 스마트계약 보안의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로라 신의 언체인드 팟캐스트(Unchained Podcast)에 출연한 비탈릭 부테린
로라 신의 언체인드 팟캐스트(Unchained Podcast)에 출연한 비탈릭 부테린

하지만 이더리움 커뮤니티가 탈중앙화된 경제 시스템 건립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반드시 확장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결국, 이 모든 건 이더리움 2.0에 달렸다.

이더리움 2.0의 핵심은 네트워크 합의 알고리듬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과 거래 처리속도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 샤딩 기술을 적용하는 것 등 두 가지다. 그런데 이더리움같이 탈중앙화된 시스템에서 이 전환 과정을 단계별로 추진하기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모든 전환은 반드시 단계별로 진행돼야 한다.

개발 단계에서는 먼저 ‘비콘(Beacon)’이라 불리는 새로운 PoS 블록체인과 관련 소프트웨어 클라이언트들을 이전 PoW 블록체인에 통합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직접 명령을 내릴 조직 구조가 없기 때문에, 모든 작업은 탈중앙화되고 방대하면서도 조율되기 어려운 일군의 개발자이 맡게 된다. 이때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개발자들이 점차 확장되는 코드베이스에서 발생하는 버그를 발견해 신고함으로써 포상금을 받게 되는데, 이 모든 과정은 쉽지 않다.

이더리움의 역사는 그럼에도 이 작업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그간 해커들이 스마트계약의 허점과 다른 보안상의 취약점을 악용해 수백만달러를 탈취한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했었다. 지난 2016년에 있었던 6000만달러 규모의 DAO 해킹 공격이 가장 잘 알려진 사례이며, 가장 최근에는 디파이 프로토콜 디포스(dForce)가 해킹으로 2500만달러 규모의 손해를 입었다.

이런 이유들로 이더리움 2.0 출시를 앞두고 일정이 자주 연기됐지만, 이더리움 개발자들에게는 그만한 핑계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일정이 미뤄지면 참여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언젠가는 스위치를 켜 비콘을 실행시켜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지금까지 이더리움 2.0은 낙관주의적 시각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영향력 있는 이더리움 개발사 컨센시스(ConsenSys)의 자회사인 금융서비스 플랫폼 코디파이(Codefi)는 지난주 바이낸스(Binance), 후오비 월릿(Huobi Wallet), 매트릭스 포트(Matrixport), 크립토닷컴(Crypto.com), 다르마 캐피털(DARMA Capital), 트러스톨로지(Trustology) 등 유수의 암호화폐 기업들에서 자금 지원을 받아 새로운 스테이킹 서비스(staking-as-a-service)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PoS 방식에서 암호화폐를 맡겨두는(스테이킹) 대가로 블록 보상을 받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로, 암호화폐를 수탁해 놓음으로써 사실상 거의 이자를 지급하는 계정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 이 서비스는 당연히 이더리움이 지분증명 방식을 성공적으로 도입한다는 가정 하에 유효하다.

이더리움 설립자 비탈릭 부테린은 지난달 개최된 컨센서스 2020에서 이더리움 2.0이 오는 7월 출시될 예정이라고 했던 말을 번복했다. 하지만 확장성 있는 프라이빗 시스템을 개발하는 중이며, 조만간 출시될 거라고 덧붙였다.

 

연못 안의 물고기

이 모든 진척에도 불구하고 88조달러 규모의 글로벌 경제에 비하면 이더리움 경제는 여전히 아주 작은 편이다. 이더리움이 전 세계를 바꿔놓으려면 확장성과 보편화가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한다

지금보다 앞으로의 기회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더리움이 현재까지 다른 블록체인보다 우위를 점했다고 해서 앞으로 이더리움이 업계의 표준이 되리란 보장은 없다.

찰스 호스킨슨. 출처=코인데스크 아카이브
찰스 호스킨슨. 출처=코인데스크 아카이브

지난 18일, 이더리움의 경쟁업체인 카르다노의 설립자 찰스 호스킨슨은 메사리(Messari)의 라이언 셀키스에게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네트워크 효과를 갖췄다는 이더리움의 주장은 이 업계에서 들었던 거짓말 중에서 가장 최악의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더리움이 스스로를 주요 플랫폼이라 부르는 것은 넓은 바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연못에 살면서 자신이 가장 큰 물고기라 자랑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카르다노가 개도국에서 펼치고 있는 사업들을 보면 탈중앙화 기술을 활용해 선진국을 뛰어넘을 이들 지역에서 자사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더리움이 업계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고 보는 시각은 너무 순진한 시각일 것이다. 개발과 거래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은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실질적인 가치를 지닌다. 이더리움 프로토콜과 분산앱(dapp) 개발자들이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생태계에 더 많은 참여자를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더리움이 이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강경한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maximalist)를 포함해 그 누구도 이더리움 커뮤니티가 미래 경제를 위해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의 틀을 깨는 혁신적이고 강력한 아이디어들을 제안했다는 데 이견을 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야말로 앞으로 다가올 웹3.0 시대를 만들어낼 필수 요소다.

 

비트코인과 기술주

지난주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과 미국 증시와의 깊은 상관관계를 다뤘다. 최근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개당 1만달러 선에 이르는 반등세를 보인 비트코인은 지난주 연일 하락하며 S&P500 지수와 같은 미국 증시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을 이제는 위험 자산으로 분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서 좀 더 예리한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비트코인은 왜 인터넷 네트워크 플랫폼과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바이트트리(ByteTree)의 찰리 모리스는 비트코인 가격과 뉴욕증시(NYSE)의 FANG+ 지수 간의 긴밀한 상관관계에 대해 지적했다. FANG+ 지수에는 대형 인터넷 기업인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의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 트위터(Twitter), 알리바바(Alibaba), 바이두(Baidu)와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Tesla), GPU 제공업체인 엔비디아(Nvidia)가 포함된다. FANG+ 지수는 인터넷이 이들 주요 플랫폼에 준 데이터 집산 효과와 소셜네트워크 연결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다음은 FANG+ 지수와 비트코인 가격의 움직임을 비교해 놓은 차트다.

FANG 지수 vs 비트코인 가격. 출처=코인데스크 리서치, 팩트셋
FANG 지수 vs 비트코인 가격. 출처=코인데스크 리서치, 팩트셋

이 둘 사이에 항상 상관관계가 존재했던 건 아니다. 차트에서 볼 수 있듯이 올해 3월 이전엔 FANG+ 지수와 비트코인 간에 실제로 어떤 상관관계도 보이지 않았다.

비트코인과 FANG 지수 간 상관관계의 증가를 보여주는 차트. 출처=코인데스크 리서치, 팩트셋
비트코인과 FANG 지수 간 상관관계의 증가를 보여주는 차트. 출처=코인데스크 리서치, 팩트셋

그렇다면 이 그래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먼저 우리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다르다’는 황금률을 잊어선 안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암호화폐가 점차 탈중앙화된 온라인 경제를 만드는 기술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내긴 어렵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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