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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12화

암호화폐가 표준 되려면 다양성 갖춰야

2020. 06. 29 by Michael J Casey
“비트코인과 블랙 아메리카” 저자 이사야 잭슨. 출처=이사야 잭슨
“비트코인과 블랙 아메리카” 저자 이사야 잭슨. 출처=이사야 잭슨

몇 해 전, MIT 미디어 랩(MIT Media Lab) 연구원 조이 부올라뮈니는 인터랙티브 디지털 아트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얼굴인식 기술이 피부색이 밝은 동료를 훨씬 더 잘 인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그는 알고리듬 정의 연맹(Algorithmic Justice League)을 설립하고 소프트웨어 알고리듬에 내재한 편견에 관한 인식을 재고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 그는 구글(Google)에서 윤리적 AI팀(Ethical Artificial Intelligence Team) 공동 기술팀장을 맡고 있는 팀닛 게브루와 함께 집필한 보고서에서 얼굴 분석 소프트웨어의 오류 확률이 흑인 여성의 경우 34.7%나 되는 반면 백인 남성은 0.8%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얼굴인식 기술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편견은 모든 형태의 인공지능 알고리듬에 내재해 있으며, 점점 편견이 반영된 디지털 기기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컴퓨터 엔지니어링 분야의 다양성 부재로 백인 남성들은 모든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유독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최근에 와서야 미국 전역에서 무의식적 편견이 화두가 됐는데, 이런 편견이 존재할 경우 제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자신들과 다른 부류가 아닌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 가능성이 커진다.

알고리듬 의존성이 높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업계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 되려면 반드시 다양한 인구 집단을 폭넓게 포용해야 한다.

일례로 비트코인이 글로벌 화폐가 되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하나의 통화 기준으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선 모든 인구집단이 비트코인에 접근할 수 있고, 이를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 또 분산원장기술을 통해 스마트 시티에 데이터 아키텍처를 제공하거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 시스템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며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게 하려면 플랫폼상에서 인종과 성차별을 없애야 한다.

 

개발팀의 다양화 모색

‘블록체인 업계의 유색인종 여성들로 구성된 국가 정책 네트워크(National Policy Network of Women of Color in Blockchain)’를 설립한 클리브 메시더가 노예 해방을 기념하는 날인 지난 19일(Juneteenth) 개최한 원격 심포지엄에서는 블록체인 업계의 다양화 필요성이 제일 큰 화두였다. 패널들은 “암호화폐가 사람들을 인종차별이 만연한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수는 있지만, 그러려면 반드시 흑인 등 유색인종이 기술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다양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때면 “비트코인은 당신의 피부색 따위엔 관심이 없다”거나 “블록체인의 기반은 인간의 편견이나 잘못된 프로세스가 아니라 수학”이라는 식의 비난이 으레 따른다. 이는 순진한 시각에서 나온 말들이다. 각 블록체인에 규칙을 명령하는 프로토콜이나 스마트계약, 앱의 코드를 작성하는 건 인간이지, 보편적인 자연의 법칙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다른 기술 업계보다 특히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문제가 더 심각한 이유는 그런 코드를 만드는 사람들이 주로 백인 남성들이며, 그 비중이 유난히 더 높기 때문이다.

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또 오픈소스 개발을 선호한다고 블록체인 기술이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코드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해당 코드베이스에 기여하고 검토하는 전문가들의 면면이 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편견은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부조리를 없앨 잠재력을 지녔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유명 투자자이자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LivesMatter) 캠페인의 열렬한 지지자인 마이크 노보그라츠도 “암호화폐의 목적은 시스템 변화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중앙화된 시스템이란 그 시스템이 기반한 플랫폼이 가진 포용성의 정도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 기술 공평함을 내재하고 있다? 꿈같은 소리다.

 

실행 계획

주요 문제 중 하나는 디지털 격차다. 전 세계적으로 빈곤에 허덕이는 유색인종 커뮤니티들은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 툴에 제대로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불균형을 해결하는 일은 암호화폐 사용률을 증가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나이지리아나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에서 암호화폐의 사용이 증가한 것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동시에 이런 나라에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금융소외층이 집중돼 있는 뼈아픈 현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경제 실패, 심각한 달러 부족, 공중보건 시스템 실패 등의 문제들을 안고 있다. 또 넓은 시각에서 볼 때 최근 암호화폐 사용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지만, 개발도상국 전체 인구수에 비하면 여전히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암호화폐 격차를 줄이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문제 해결을 위한 자연스러운 시작점은 바로 교육이다. 지금까지 여성과 유색인종 그룹들을 대상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지식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이익단체가 생겨났지만, 업계 차원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불우한 환경의 학생들에게 블록체인 기술과 그로 인한 기회들에 대한 교육을 하기 위해 고등학교와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해줘야 한다. 소수집단을 위한 온라인 강의와 자율교육 프로그램들을 제작, 제공해야 한다. 또 암호화폐 기업들은 소수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코인데스크 같은 언론 매체나 기자들도 자기 안의 보이지 않는 편견들을 자각해 해결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가 쓰는 기사들을 통해서 독자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진다. 따라서 유색인종과 여성을 위한, 그들에 관한, 그들에 의한 기사를 더 많이 써야 한다.

다른 매체들과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매체 편집국과 경영진은 다양성 추구라는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본지도 예외는 아니다. 모든 인종, 성별, 지리, 경제적 배경을 아우르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때만 우리가 기사에서 다루는 기술이 가져올 기회와 기술이 해결할 난제들을 세상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부채가 문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린 지난 두달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주, 4월에 공개한 분기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 수정본을 발표했다. IMF는 종전에 -3%로 예상했던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9%로 하향 조정하며, 전례 없는 수준의 경제 후퇴를 예측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지난해 글로벌 경제 규모를 예측한 전망치보다 예상한 손실액이 1조6700억달러나 더 많았다. 이 정도 규모의 경기 침체는 지난 1930년대 대공황 때나 경험했던 것이다.

놀랍고도 걱정스러웠던 부분은 바로 경기침체로 인한 정부부채 전망치였다. IMF는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정부부채 비율이 지난해 3%에서 올해 10.9%까지 치솟았다가 내년에 다시 5.4%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선진국의 순정부부채 비율. 출처=코인데스크 리서치
선진국의 순정부부채 비율. 출처=코인데스크 리서치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하는 데 따르는 문제는 부채 규모 자체보다 정부부채가 지닌 상호의존적인 특성과 지정학적 여파에 있다.

국가는 개인이나 기업과 달리 파산할 수 없다. 국가란 ‘과세’라는 독점적 권한과 ‘발권력’이라는 독점에 가까운 권한을 지닌 영구적 존재다(작가 스테파니 켈튼과 같이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후자를 이유로 재정적자는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실 오늘날 정부들은 저금리로 돈을 빌려 자국 경제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분배를 해야 할 강력한 근거나 나아가 그럴 의무가 있다. 단일 국가와 정부 입장에서 보면 당면한 문제에만 집중하고 비용은 나중에 걱정하는 게 당연한 시기다.

하지만 현대통화이론 찬성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문제는 바로 금융 시스템이 글로벌화되고 달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데 반해 정치는 개별 국가 단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자국의 자산을 타국 화폐로 계산하는 해외 채권자들이 아닌 투표를 통해 정부를 구성하는 유권자인 자국민에게만 책임을 진다.

정부는 당연히 해외 채권자보다는 자국민을 선택할 것이며,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해외 채권자들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 자국 채무자들을 도울 것이다. 만약 이런 정부가 하나밖에 없다면 연관된 해외 채권자들만 피해를 보면 그만이다. 그러나 모든 주요국 정부들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바로 일각에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중심이 되는 화폐인 달러의 가치를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는 글로벌 화폐 전쟁 또는 부채 소용돌이의 악몽을 두려워하는 이유다.

조직적이고 전 세계적인 부채 기념일 또는 탕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모두의 동의를 이끌어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로 인한 또 다른 결과로 전 세계 정부들이 새로운 글로벌 통화시스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건은 지난 1944년 브레튼우즈 회의처럼 각국 정부들이 새로운 체제에 동의를 표하는, 즉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통제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 아니면 민간 주도형의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더 예측하기 어려운 통화 혁명이 일어날지다. 현재 기술들은 후자를 목표로 나오고 있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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