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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16화

‘신냉전’ 시대, 중국의 블록체인 전략은?

2020. 07. 27 by Michael J Casey
상하이. 출처=언스플래시
상하이. 출처=언스플래시

아래는 지난주 두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 A: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연방정부 관계자들이 평화롭게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를 공무집행 차량이 아닌 차로 연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이런 가운데 정치적으로 연계된 기관들에 1조달러 예산을 추가로 집행하기로 했다.
  • B: 정부가 개발 중인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Blockchain Services Network, BSN) 접근 권한을 6개 퍼블릭 블록체인에 주었고, 대법원은 일반 시민들의 디지털화폐 소유권을 더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둘 중 어느 쪽이 중앙관리식 경찰국가고, 어느 쪽이 오픈소스 기술과 탈중앙화된 거버넌스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혁신 친화적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뉴스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A가 미국, B가 중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물론 필자가 농담을 좀 섞어 과장한 것은 맞다. 사실 모든 권력을 중앙에 집중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노력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홍콩 탄압과 위구르족 강제수용소로 대변되는 시진핑 정부의 만행은 마오쩌둥 정권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중국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블록체인 비전이라는 것도 이더리움(Ethereum)과 테조스(Tezos), 네오(NEO), 너보스(Nervos), 이오스(EOS), 아이리스넷(IRISnet)이 추구하는 검열 없는 개방형 블록체인이라기보단 암호화 기술을 비밀리에 악용하고, 중앙 통제를 확고히 할 종합적 수단이자, 거래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라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방형 오픈소스 시스템의 개발을 환영하는 중국과 반과학적인 편협, 권위주의, 정실주의를 향하고 있는 현 미국 정부의 모습은 너무나 대조된다.

한쪽은 틀을 깨는 사고를 하고 있는 반면, 한쪽은 자신이 틀 안에 갇힌 줄도 모르고 있다.

 

장기전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금융 패권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중국의 디지털화폐인 디지털위안(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s, DCEP) 프로젝트가 그 중심에 있다.

중국 정부의 개발 목표에 부합하는 블록체인 기반 앱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에게 다양한 툴과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는 결국 DCEP를 통합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프로그램 가능한 법정화폐가 주는 효율성을 탈중앙화된 공급망과 스마트시티 앱 등 최우선으로 필요한 이용사례에 도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출처=소니 로스
출처=소니 로스

중국 정부가 DCEP를 통합한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다양화시키면 디지털화폐는 더욱 널리 보급될 것이고, 이는 국제 금융에서 중국이 미국의 게이트키퍼 역할에 맞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디지털위안이 달러처럼 전 세계 중앙은행에서 통용되는 가치 저장수단이 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프로그램화가 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에 해외 거래를 하려는 DCEP 이용자들이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우회할 수 있도록 준비통화 중개 주체가 필요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갖은 방법을 동원해 미국의 금융 감시망을 피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이런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알리바바(Alibaba)의 알리페이(Alipay) 모바일 플랫폼을 운영하는 앤트그룹(Ant Group)은 이번 주 상하이와 홍콩 거래소에서의 동시 상장 계획을 공개하며, 뉴욕 거래소는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게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닌 것이, 올해 777조 위안(약 13경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의 50% 이상을 알리페이가 차지하고 있고, 알리바바는 앤트그룹의 가치를 2000억달러(약 240조원)로 추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규모 기업공개(IPO)에 미국 투자자들은 참여할 수가 없게 됐다.

지난 2014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250억달러라는 기록적인 IPO를 진행했었던 알리바바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이에는 이’ 원칙에 기반해 미국 정부와 소규모 냉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 정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영국에 중국 모바일 서비스 제공업체 화웨이(Huawei)의 5G 사업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란 압력을 가한 데에 더해, 최근에는 미국 기업의 영업기밀 탈취를 이유로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까지 폐쇄하자, 시진핑 정부는 보복 태세에 돌입했다.

앤트그룹의 증시 상장에서 뉴욕 증권거래소를 제외한 것이 그 보복 조치의 일환이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영업 감시를 피함으로써 미국 규제 당국이 중국의 결제 시스템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했다.

앤트그룹은 DCEP를 보급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앤트그룹은 블록체인 영역에서도 중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번 주에는 곧 에어체인(Airchain)으로 이름을 바꿀 자사 블록체인 서비스의 이용자들이 하루 약 1억건의 디지털 자산 정보를 업로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중 대부분이 거래 기록과 재산권, 저작권을 주장하는 내용이다. 앤트그룹이 SEC의 감독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은 중국이 향후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이나 가치 교환 시스템에서 미국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디지털자산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미국은 아날로그 화폐와 재산 거래에서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이는 모두 달러의 준비통화 지위 덕분이었다. 즉 해외 거래소에서 화폐 결제 건이 발생하면 대부분이 미국 규제 당국의 감독을 받는 은행을 통해야만 했다는 뜻이다. 중국이 블록체인을 통합한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출시하게 되면 이런 시대가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

 

홍콩 달러 문제

앤트그룹의 IPO 전략으로 인해 오랜 기간 자금난에 허덕이던 홍콩에 숨통이 트이게 될 전망이다. 홍콩에서는 중국의 새로운 국가보안법 도입에 저항하는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그 지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여기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또 다른 금융갈등 포인트인 홍콩 달러 문제, 그리고 중국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도입할 경우 금융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홍콩 달러를 지금처럼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홍콩. 출처=언스플래시
홍콩. 출처=언스플래시

1983년부터 시행된 홍콩달러 페그제(환율을 1달러당 7.8홍콩달러로 유지하는 제도)를 무력화하는 방안을 트럼프 행정부에서 잠시 검토했을 당시 본지 기자들은 이게 과연 가능한 조치인지를 논의했다. 결론은 미국 정부가 홍콩의 중앙은행인 홍콩 금융통화청(HKMA)이 국내 외환 보유고에 접근하는 것(홍콩달러가 고정된 환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이유)을 직접 막지는 못해도, 국내 환거래은행들을 대상으로 홍콩 은행들과의 거래를 금지함으로써 달러 유통을 막는 것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렇다면 미국 은행들이 홍콩 은행들과의 거래를 거부할 경우 어떻게 중국이 이끄는 홍콩 금융통화청이 페그제를 유지할 수 있을까? 바로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답이 될 수 있다.

홍콩 은행들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달러 보유고를 이용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블록체인 주소 간에 안정된 가치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토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미국 은행의 중개 없이도 페그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해당 토큰을 DCEP 디지털화폐와 호환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중국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개발하면서 이런 시나리오까지 계산에 넣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이더리움의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급증한 것을 보면 중국 정부가 이 분야를 주시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스테이블코인은 중국이 역내 금융질서를 어지럽히지 않고도 통화 자율성을 추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많은 이들이 중국 정부의 감시수단으로 악용될 거라고 우려하는 중앙관리 방식의 디지털화폐를 중국에서는 미국의 통제력이 닿지 못하게 하기 위해 탈중앙화된 시스템에 의존해 개발할 수 있다는 거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미국은 알고 있을까?

이번 주 미국 상원 공청회에서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달러 프로젝트에 대한 증언을 재차 진행한 크리스토퍼 장칼로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미국 정부가 대규모 기술 프로젝트를 추진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미 행정부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지는 알 수 없다.

 

상품 토큰의 시대

새로운 형태의 화폐를 평가하는 데 있어 사람들이 기존 화폐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알아보는 건 유용하다. 그래서 최근 금을 앞지르고 있는 은 가격에 관한 제로 헤지(Zero Hedge)의 분석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사에 따르면 금은 ‘화폐’와 좀 더 유사한 특성을, 은은 ‘상품(commodity)’과 유사한 특성을 지녔다. 또 최근 금 대비 은 비율이 낮아진 것(아래 차트 참조)은 경제 신뢰도가 다소 향상됐음을 의미해, 머지않아 또 한 번의 인플레이션이 올 거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금과 은의 관계가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그리고 상품과 유사한 네트워크 토큰으로 알려진 알트코인(altcoin)의 관계와 다소 비슷하다는 점이다.

지난 1년간 금과 은의 가격 비율.
지난 1년간 금과 은의 가격 비율.

금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보는 단순한 시각과는 달리, 이 기사에서는 금을 투자자들이 경제 상황을 비관하는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본다. 마치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동제한 명령이 내려지고 시장에는 공포가 덮쳤을 때처럼 말이다. 당시 디플레이션 전망이 나왔음에도 경기 침체가 시작되고 정치 실패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금 가격은 초반에 잠시 하락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최근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 자금 지출로 증시가 활기를 되찾았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차츰 경제 재개에 나서자 신용이 상품 수요를 다시 끌어 올리고 물가가 오르리란 기대감도 함께 커져 은 가격이 금을 앞지르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건 비트코인과 알트코인과의 관계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카르다노(Cardano)의 ADA나 체인링크(Chainlink)의 LINK 같은 토큰에서 가격 급등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전통적 강자인 비트코인 대 이더리움의 이더(ETH) 비율 사이의 대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 1년간 비트코인과 이더의 가격 비율.
지난 1년간 비트코인과 이더의 가격 비율.

다음 문장에 논리적인 비약이 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길 바란다. 암호화폐 업계에 있는 경화(hard money) 옹호론자들은 지난 3월 비트코인 가격이 바닥을 친 뒤 반등하는 것을 보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돈 찍어내는 기계’ 그림에서 볼 수 있듯)는 목소리를 낸 반면, 필자는 이 현상이 ‘한 번 지옥에 가보자’는 식의 금 거래 움직임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고 본다. 시장 여건은 공포 그 자체였으며, 조만간 암울한 초약세장이 올 거란 예측이 우세했다. 그 결과 비트코인이 필수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암호화폐 준비자산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연준이 법정화폐 경제에 제공한 유동성이 암호화폐 경제에까지 흘러들어와 유동성이 넘쳐나는 요즘, 투기 세력들은 탈중앙금융(DeFi, 디파이) 신용 상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중국의 디지털위안 프로젝트처럼 블록체인과 스마트계약에 기반해 진행하는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이더리움의 스마트계약 엔진을 뒷받침하는 기본 상품인 이더에 대한 투기 세력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필자의 이 같은 주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독자들에게 재미난 읽을거리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분석해 본 것이다. 그러니 어떠한 비평도 환영하겠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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