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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19화

위험한 아이디어도 쓸모가 있다

2020. 08. 17 by Michael J Casey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의 조지 셀진은 최근 금본위제나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 MMT)을 지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트위터(Twitter)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팔로워 수(자신을 포함해) 때문에 티가 난다고 말했다.

코인데스크가 셀진을 인터뷰한 내용을 들은 필자는 이 농담에 공감했다. 특히 현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부양책 수요가 높아져 점점 더 많은 진보주의자가 현대통화이론에서 주장하는 제한 없는 정부 지출을 지지하고 있는 반면, 팽창하는 정부를 반대하며 경화(hard money)를 예찬하는 보수주의자들은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과 일반적인 통화 붕괴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금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양쪽 극단의 주장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온건한 중도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유명한 현대통화이론 지지자 스테파니 켈튼의 인기 신간 ‘적자 신화(The Deficit Myth)’를 최근 접하게 된 필자는 이번 칼럼에서 이 중도의 목소리를 전달해보려 한다.

필자가 하는 말 가운데 일부가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디지털 금 신봉자’들의 비난을 살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정부가 재정 적자를 무시하고 돈을 더 찍어내며 지출을 관리해야 한다’는 현대통화이론의 주장을 정신 나간 소리라고 일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현대통화이론에서 정부와 돈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본질적으로 정확하다고 보며, 현 코로나19 국면에서 최상의 경기부양책이 무엇인지를 놓고 논의가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유용한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의 아날로그적인 금융 시스템 안에서 현대통화이론의 정책 방안은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재정적 책임, 특히 인기 없는 납세 정책으로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치적 책임감 없이는 지난 세월 반복적으로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린 국가 화폐 발행기관들을 멈추게 할 방법이 없다.

지난주 아르헨티나를 주제로 쓴 칼럼에서 필자가 주장한 것처럼 재정적 제약을 없애는 행위는 화폐가 제 기능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더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국민 모두의 지속 가능한 경제적 번영을 위해 부채 없는 정부 지출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신뢰를 재고할 수 있는 방안엔 무엇이 있을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은 망할 없다

켈튼과 그의 동료들이 하는 주장은 일견 맞는 부분도 있다.

먼저 그들은 화폐 발행 주체인 국가의 예산과 가정이나 기업의 예산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는 점을 아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말 그대로, 그리고 법리적으로 정부가 파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국가 화폐로 부채를 조달했을 때 적어도 명목상으로라도 상환되지 않을 것이라 볼 이유가 없다.

스테파니 켈튼
스테파니 켈튼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이런 생각이 ‘정부는 한정된 자원이란 제약이 있고, 이 자원은 과세나 차입을 통해서만 늘릴 수 있다’고 보는 우리의 흔한 오해의 산물이다. 현대통화이론 옹호론자들은 정부 고유의 권한인 발권력이 명목상 자금 지원 한도라는 개념을 거짓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들은 균형예산 요건이나 부채 상한선 같은 엄격한 규칙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들을 보여준다.

켈튼은 이런 잘못된 인식이 정부의 재정 활동 순서를 반대로 생각하는 전통적 경제학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과세란 미래에 집행할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서 자금을 모으는 메커니즘이 아니라 애초에 정부에서 지출을 먼저 했기 때문에 국민에게 화폐 사용을 강제하는 방식이다. 켈튼은 과세가 화폐에 유용성을 부여하고, 따라서 화폐를 가치 있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TAB(S)’와 ‘S(TAB)’ 같은 단어의 앞글자를 딴 약자를 사용하면서, 과세(Taxing)나 차입(Borrowing)이 먼저고 그다음에 지출(Spending)을 하는(TAB(S)) 것이 아니라, 과세나 차입을 하기 전 지출을 먼저 하는(S(TAB)) 게 올바른 순서라고 말한다. 과세와 부채 조달은 더 이상 자금을 끌어모으는 수단으로 인식되지 않으며, 대신 소득 분배를 관리하고 신용 시장에서 대출이자에 영향을 끼치며, 경제에서 전반적인 자금 흐름을 조정하는 정책 수단으로 봐야 한다.

현대통화이론 지지자들은 특히 세번째인 경제 전반의 자금 흐름 조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인플레이션 제약’이란 요소를 정부는 반드시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며, 그들은 이것을 정부 지출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

현대통화이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무턱대고 포기하기보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에 집착한다. 파괴적인 수준의 물가 상승이 화폐의 가치 저장 기능을 저해하고, 돈을 빌리는 사람들 때문에 돈을 모으는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부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론상은 OK, 하지만 실제는?

이론은 이쯤에서 각설하고, 필자는 현대통화이론의 핵심 사안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은행뿐 아니라 모든 정부 기관이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데 있다고 본다. 인플레이션을 측정하고 예측해 먼저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뭐든 말은 쉬운 법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기 위해선 적절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날로 늘어만 가는 어마어마한 정부 부채 때문에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추겨야 하는 상황이다. 명목 부채는 고정된 반면 소득과 세수는 물가 변동에 따라서 달라지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돈을 빌리는 쪽(이 경우엔 정부)엔 유리하지만, 돈을 빌려주는 쪽(채권자들)엔 불리해진다.

인플레이션이 유일한 제약 요소가 될 때 권한을 위임하는 주인과 위임받는 대리인 사이에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주인-대리인(principal-agent)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정부 지도층과 국회의원들이 이미 제리맨더링이나 다른 여러 선거권 박탈 행위들을 통해 정치적 압력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암울하다. 그런데 지금처럼 지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올릴 의무는 없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자신들이 진 채무에 대한 상환 의무는 피해 갈 기회가 있는 상황에선 그들이 사회적 의무를 방기하기가 더욱 쉬워진다.

인플레이션이면 모든 게 된다는 식의 메시지는 잘못됐다. 정부가 돈을 낭비할 것을 국민들이 알게 될 때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때이른 물가 상승을 불러와 마치 예언이 맞아떨어지는 듯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신간 ‘적자 신화(The Deficit Myth)’ 출처=스테파니 켈튼
신간 ‘적자 신화(The Deficit Myth)’ 출처=스테파니 켈튼

이는 다시 한번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 켈튼의 말처럼 ‘과세나 차입이 먼저고 그다음 지출을 하는 것’은 신화와도 같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만 있다면 이 논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거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말한 것처럼 호모 사피엔스가 문명을 발전시키고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건 이야기의 진실성 자체가 아닌, 이야기를 하고 거기에 자기자신을 맞춰 간 인간의 능력 때문이었다.

 

대안

신뢰를 잃을 위험이 있다는 건 현재의 정부 시스템 하에선 현대통화이론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네수엘라나 짐바브웨, 아르헨티나, 터키가 겪었던 통화 문제를 미국처럼 상대적으로 경제가 안정적인 나라도 겪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에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시대엔 어떨까?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가 현대통화이론을 주창하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더 막중한 책임감을 주고 투명성을 재고해, 인플레이션 제약의 한도 내에서 더 많은 지출상의 여유를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통화 시스템이 만들어낸 풍부한 데이터 덕분에 정부 관계자들이 통화의 공급과 수요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요소인 속도(거래율)까지도 더 잘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들은 모두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요소들이지만, 전통적으로 그 측정이 어려웠다. 또한, 데이터 입력값의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통화 정책을 조정하도록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계약을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이 자동 시스템은 중앙은행이 개입해 조작할 소지가 있다. 특히 CBDC가 단일 주체에만 권한이 부여된, 폐쇄형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면 그러기가 더 쉬울 것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제3의 기관이 시스템을 감사하고 감독한다면, 중앙은행과 정부 기관에서 정해진 모델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청난 정치적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정책 결정과 관련해 현대통화이론이 주는 자유를 누리게 된 대담한 정부들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나 심지어는 개방형 블록체인을 도입해 계약 시스템을 묶어 두고, 자국 화폐의 가치를 보호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줄 것이다.

이처럼 양 극단 사이의 중간에서도 얼마든지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

 

비트코인의 상승세

-코인데스크 선임 애널리스트갤런 무어-

비트코인이 지금보다 더 ‘디지털 금’ 같은 때는 없었다.

‘비트코인은 금 2.0’이라는 유명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시세가 근래에 금 가격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던 것을 생각해 보라.

비트코인 vs. 금. 출처=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인가? 코인데스크 리서치(CoinDesk Research), 2019년 8월
비트코인 vs. 금. 출처=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인가? 코인데스크 리서치(CoinDesk Research), 2019년 8월

이는 놀랄 일이 아니다. 비트코인은 대부분 사람이 사용해본 적 없는 미래 기술에 베팅한 위험 자산이다. 하지만 그와 유사한 대부분의 투자자산과 달리 비트코인은 높은 유동성을 자랑한다. 따라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파는 자산 중 하나인 건 당연하다.

지난 3월에도 물론 그런 일이 있었고,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라는 주장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3월12일 ‘검은 목요일’ 이후 비트코인은 금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 미국 증시와도 나란히 움직였다. “위기 상황에서 모든 상관계수는 1로 수렴한다”(이 말을 지겹도록 들었다면, 필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최근 두달을 살펴보자. 비트코인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지난 두달간 금과 높고 지속력 있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리고 S&P 500과의 상관관계는 다시 상관성이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출처=팩트셋(FactSet)/코인데스크
출처=팩트셋(FactSet)/코인데스크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잠재력이 있다는 말이 있지만,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실제로 최고 잠재 수익률을 가지기 어렵다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특히 지난주에 그간 강한 매수세로 가격이 많이 올랐던 금은 조정 국면을 거쳤지만, 비트코인은 강세를 유지했다. 남은 3분기 동안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란 논리가 또다시 힘을 받았다가 잃는 일이 반복되거나, 아니면 전체 가치가 수조 달러에 이르는 금의 경쟁 상대(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2160억달러)로서 입지를 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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