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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스타트업 인터뷰⑦]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 온체인 분석 서비스로 암호화폐 투자 정보 대중화 나서

크립토퀀트, 비트코인 가격 정말 잘 맞힌다는 그집

2020. 09. 16 by 박근모 기자
크립토퀀트의 모든 팀원이 함께 모인 모습. 출처=크립토퀀트
크립토퀀트의 모든 팀원이 함께 모인 모습. 출처=크립토퀀트

 

"다 알고 왔어요. 여기가 그렇게 비트코인 가격을 잘 맞힌다면서요? 빨리 알려주세요. 현기증 나요"

너무 당당하게 물어봤나. 온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를 잡고 다짜고짜 물었더니, "저, 저기요…"라며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에이 왜 그러세요. 크립토퀀트가 요즘 비트코인 가격 예측 잘하는 거 알고 왔는데." 득달같이 달려든 기자의 순수한(?) 질문 세례에 주 대표가 진정하라고 토닥였다. "그럼 인터뷰 끝나고 꼭 알려주는 겁니다." 약속을 받았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질문의 답은 기사 맨 마지막에 공개하겠다. 이 인터뷰는 한달 전인 8월11일 진행된 것이라는걸 염두에 두기 바란다.

폭풍 같은 인사를 뒤로하고, 주 대표에게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언제 처음 알게 됐는지 물었다. 그는 "2017년 캐나다에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암호화폐를 알게 됐어요"라고 회상했다. 2017년이면 국내에 비트코인 열풍이 불면서 김치프리미엄이 극심했던 시기다. 김치프리미엄은 국내 암호화폐 가격, 특히 비트코인 가격이 국외에서의 가격보다 20~30% 정도 더 비싸지는 현상이다. 현재는 김치프리미엄이 거의 없어진 상태, 곧 국내와 국외 가격이 거의 차이가 없다. 코인데스크코리아 홈페이지 상단에는 코인데스크 비트코인 지수(BPI)와 함께 크립토퀀트가 제공하는 한국 비트코인 기준가격(KBPI)와 김치프리미엄(K-Premium) 정보가 게시돼있다.

2017년 당시 김치프리미엄으로 쏠쏠한 이익을 거뒀다는 주 대표가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할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 덕분이었다.

"2017년 말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플래닛비(PLANET.B)라는 블록체인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했어요. 이때까지도 창업은 생각도 안 했거든요. 그러다가 김서준 대표가 선배로서 동아리에 연사로 찾아왔었는데,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지금 세상의 돈을 미친 듯이 흡수하는 시장이 있다. 한번 뛰어 볼 만하지 않겠냐?"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띵 하더군요. 창업에 발을 딛게 됐죠."

주 대표는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장병국 공동대표와 크립토퀀트를 만들었다. 처음부터 온체인 데이터를 분석했던 건 아니다. 그들이 처음 의기투합해서 만든 서비스는 암호화폐 고래들을 위한 커뮤니티였다. 이름하여 '웨일리'(Whaley).

2018년 11월 문을 연 웨일리는 처음 설계부터 고래들을 위한 커뮤니티인 만큼, 실제 보유한 암호화폐 자산을 인증한 이들만 가입할 수 있었다. 거래소 지갑이나 혹은 개인 지갑에 보유한 자산을 인증하면, 그들만이 모인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식이었다. 이더리움재단 개발자 버질 그리피스를 비롯한 러시아와 중국의 고래들이 웨일리에 참여했다. 그렇게 모인 고래는 5000여 명에 달했다. 그중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한 고래는 100여 명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금방 찾아왔다. 2019년 초부터 약 6개월간 다시금 비트코인 암흑기가 시작하면서, 비트코인 고래들은 '돌고래'로 쪼그라들었다.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도 위축됐다. 결정적 이유는 따로 있었다.

"웨일리를 접을까 말까 고민하던 중 암호화폐 시장에 기관 투자자들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퍼졌어요. 뉴욕에서 코인데스크의 '컨센서스'가 열리고 있었어요. 직접 소문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죠. 수많은 유명인사를 만났어요. 거기서 확신할 수 있었어요. 비트코인 온체인 데이터를 가공해서 헤지펀드에게 제공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고 말이죠."

그 길로 주기영, 장병국, 임수진 3인방은 웨일리를 접고, 온체인 데이터 가공에 나섰다. 2019년 3월 크립토퀀트의 출범이었다. 포항공과대학교기술지주(포스텍홀딩스)로부터 3억원을 투자받아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인원을 확장한 크립토퀀트는 비트코인의 지갑 수, 거래량 등 전반적인 온체인 데이터 통계 분석에 나섰다. 하지만 금방 한계에 부딪혔다.

"지갑 수가 몇개인지, 거래량이 얼마나 되는지 등 데이터로는 의미 있는 가치를 뽑아내기 어렵더군요. 쉽게 말해 팔릴만한 정보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은 비트코인이 어디로 움직일까' 였어요."

이때부터 크립토퀀트는 익명화된 비트코인 지갑에 꼬리표를 달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A지갑에서 1000비트코인이 B로 옮겨졌을 경우 A지갑은 채굴풀이고 B지갑은 어느 거래소라는 식이었다. 초반에는 직접 각 지갑에 소액을 입금하는 더스팅(dusting) 방법을 사용했다. 현재는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 통계 분석 기법 등을 활용해서 자동으로 지갑 주소 수집 및 꼬리표 작업을 진행한다. 이때 수집된 지갑 정보는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다양한 암호화폐 범죄에 활용됐다.

전 세계 거래소 지갑으로 들어온 비트코인 규모와 가격 그래프. 출처=크립토퀀트
전 세계 거래소 지갑으로 들어온 비트코인 규모와 가격 그래프. 출처=크립토퀀트

'장밋빛 미래'인줄 알았는데, 선뜻 다가오지를 않았다. 애초 기관투자자가 암호화폐 시장에 합류할 것이라는 크립토퀀트의 예상이 빗나간 탓이다. 비트코인 온체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뽑아낸 정보로 만든 수많은 그래프와 차트는 외면받았다.

"피델리티와 같은 글로벌 펀드사가 암호화폐 시장에 곧 올 줄 알았죠. 근데 안 오더군요. 이유를 알고 보니 암호화폐가 초고위험상품이다 보니 보수적인 관점에서 기관급 투자펀드는 진입할 수 없다는 거예요. 결국 소규모 펀드나 고래들만 우리를 이용할 뿐이었죠. 다시 고민에 빠졌어요."

주 대표는 10여 명의 팀원들과 고민을 한 결과, 기관 투자자가 아닌 전문 개인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로 전환했다. 기존 주식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각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전 세계 거래소에 보관된 비트코인 수량을 확인할 수 있는 '올 익스체인지 리저브', 거래소에 들어오는 비트코인 규모를 알 수 있는 '올 익스체인지 인플로우' 그래프 등이 일반 투자자를 위한 형태로 개선됐다.

"개인 투자자가 비트코인 거래량만 본다고 의미 있는 투자 정보를 뽑아낼 수 없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보면, 최소한 가격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거든요."

가격! 드디어 기다리던 이야기다. 조심스럽게 다시 질문.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까요?" 주 대표는 헛기침을 하더니, "가격 이야기는 맨마지막에 하겠다"고 했다. 가장 궁금한 건 가장 나중에 말해야 한다니. 강적이다. 그럼 이번 질문은 어떨까. "크립토퀀트 매출은 어떤가요?"

순간 주 대표의 얼굴이 달아오른다. 이번엔 주 대표가 매출 이야기는 안 하면 안되냐고 요청하지만, 당연히 해야 한다. 내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크립토퀀트를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해서라는 거창한 설명도 곁들었다. 결국 작아진 목소리로 주 대표는 "알다시피, 올해 9월부터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크립토퀀트 구독 모델이 시작돼요. 그전까지 매출은… 올해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구체적인 금액은…"이라며 말을 흐렸다. 더 캐묻고 싶지만 일단 여기서 멈추자.

마무리 질문을 할 시간이 다가온다. "크립토퀀트에도 탈블을 하신 분이 있나요?" 갑자기 목소리가 커진 주 대표는 아주 당당히 "잠깐 일하다가 타 업종으로 가신 분이 계시지만 핵심멤버 중에는 전혀 없어요. 저희 아직 할 일이 많아서 탈블은 생각할 시간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주기영 대표.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주기영 대표.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이미 온체인 분석 서비스인 크립토퀀트도 완성된 마당에 할 일이 뭐가 그렇게 많다는 걸까. 주 대표는 증권시장에 주식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와 플랫폼이 있는 것처럼 다양한 암호화폐의 신호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암호화폐 분석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크립토퀀트가 제공하는 암호화폐 정보를 애널리스트나 기술적 분석가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말이다. 이거 확장된 '웨일리' 아닌가요? 주 대표는 "맞아요. 웨일리가 있다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인터뷰가 끝났다고 뒤돌아서는 주 대표를 급하게 붙잡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어딜 가실려고요? 어설프게 웃으며 자리에 다시 앉은 주 대표는 크립토퀀트의 분석 능력을 보여주겠다며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1만2000달러를 찍었는데, 조금 전에 강한 하락 신호가 발생했거든요. 오늘이나 낼 중에 1만1000달러 초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요. 근데 바닥이 다져진 상태다 보니 다시 1만3000달러까지는 상승할 것으로 보여요. 그 이상을 예상하는 건 의미 없으니 여기까지만 하죠."

앞서 밝힌대로 인터뷰는 8월11일 오후 3시부터 진행됐다. 당시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만1850달러였으며, 이튿날 1만1270달러까지 하락했다. 그러다 8월18일에는 1만2270달러까지 상승했다. 크립토퀀트의 예측이 맞았는지는 스스로 판단하자.

편집자 주. 1년 전만 해도 국내에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꽤 있었습니다. 크립토겨울이 길어지고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이 더뎌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자의반타의반 '탈블'을 선택했습니다. 이긴 자가 살아남는 걸까요, 살아남는 자가 이긴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남아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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