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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스타트업 인터뷰⑨] 유신재 코인데스크코리아 대표 "비가 오든 해가 나든 저널리즘은 저널리즘답게"

국내 1위 블록체인 매체의 비결은?

2020. 09. 28 by 김예람 Xangle 팀장

편집자 주. 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 속에 연재되고 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인터뷰, 이번엔 특별히 코인데스크코리아에 대한 자성의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공정성을 위해 글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전제로 외부 인터뷰어를 위촉해서 취재 및 기사화를 진행했습니다. 시간 내주신 '국내 최고의 공시데이터 기반 가상자산 정보포털 서비스' 쟁글의 김예람 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바로 앞 문장의 '국내 최고…'는 절대로 아부 아닙니다.

“발을 담고 있는 산업에 비가 오든 해가 쨍쨍하든, 저널리즘이 저널리즘답게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면 매체의 존재 이유를 독자와 산업이 인정해줍니다.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신뢰를 얻고, 생존하고 발전해 나가는 비결입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위치한 드림플러스 강남점에서 만난 유신재 대표에게 던졌던 첫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 말이다. 공시데이터 기반 가상자산 정보포털 쟁글이 최근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중앙경제지∙전문지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보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언론사는 어디냐는 대답에 코인데스크코리아가 단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비결에 대한 대답이었다.

김예람 크로스앵글 팀장이 유신재 코인데스크코리아 대표를 인터뷰하고 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김예람 크로스앵글 팀장이 유신재 코인데스크코리아 대표를 인터뷰하고 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유 대표는 “크립토 시장 붐이 일었을 때 우후죽순 매체가 생겨났었다”며 “상당수 매체들이 업사이드를 보고 올라타려고 한 것으로 보였다”고 소회했다. 당시 ICO 홍보를 도와주는 기사, 코인 가격 유지를 도와주는 기사 등으로 수익모델을 만드는 매체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업사이드 뿐 아니고 산업의 다운사이드, 어두운 면까지 집중 취재하며 공정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여전히 업계에선 ‘그렇다면 도대체 수익을 어떻게 내느냐’ 하며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코인데스크코리아의 답변은, 한 우물을 파는 꾸준함이 신뢰도라는 결과를 낳으면서 언론으로서 공정성을 유지했던 점이 오히려 수익으로 직결됐다는, 너무도 당연해서 싱겁기까지 한 '교과서같은' 스토리였다.

 

'투트랙' 전략…인재와 무게감

코인데스크코리아의 생존 전략은 투트랙이다. 첫번째 트랙은 유능한 기자 발굴 및 육성이다.

“기자 채용에서부터 조직 운영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산업 이해도가 높은 기자를 뽑느냐, 기자로서 훈련이 잘 된 기자를 뽑느냐? 후자를 택했습니다.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 분야는 이제 막 커가는 산업이기에 기자 훈련이 잘된 유능한 인재를 뽑으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잘 맞았죠.”

코인데스크코리아는 현장에서 뛰는 숙련된 기자들의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고있고, 그 수익 구조는 이렇게 형성된 신뢰도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진다.

두번째 트랙은 블록체인 산업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와 명분을 중심으로 한 사업 발굴이다.

블록체인 붐이 일던 당시, 행사를 열면 후원을 하겠다는 프로젝트가 너무나도 많았다고 유 대표는 말했다. 실제 '블록체인 밋업'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코인데스크코리아는 홍보성이 아닌, 무겁지만 핵심적인 주제를 시의적절한 시기에 다루는 행사를 개최해왔다.

김예람 팀장과 인터뷰하고 있는 유신재 코인데스크코리아 대표. 코인데스크코리아는 한겨레신문사의 자회사이다. 유 대표는 한겨레에서 사회부 기자를 오래 했고 탐사보도팀, 경제부, 산업부 등을 거쳤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김예람 팀장과 인터뷰하고 있는 유신재 코인데스크코리아 대표. 코인데스크코리아는 한겨레신문사의 자회사이다. 유 대표는 한겨레에서 사회부 기자를 오래 했고 탐사보도팀, 경제부, 산업부 등을 거쳤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첫 시작은 2018년 12월 가상자산 거래소 투명성을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3명과 코인데스크코리아가 공동주최했다. 당시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에선 행사를 열기만 하면 부스 참여 문의가 쇄도할 때였지만, 코인데스크코리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행사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첫 발짝부터 어려운 시도를 했음에도, 업계가 그 필요성을 인정해주고 적극 후원해줬다고 회고했다. 결국 그는 첫 행사 때부터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곳들을 위한 무대는 깔지 않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제대로 된 무대가 있다면, 지속가능한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은 전폭적으로 후원할 준비가 돼있었다. 저널리즘을 통한 신뢰 확보가 언론사의 사업 비즈니스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조각해낸 것이다. 이같은 시도는 이후 디지털자산박람회(DAXPO)와 소규모 세미나 및 웨비나로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 자회사' 탄생 이후…진화는 계속된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한겨레신문사의 자회사이다. 유 대표는 한겨레에서 사회부 기자를 오래 했고 탐사보도팀, 경제부, 산업부 등을 거쳤다. 블록체인 매체를 만들어보자는 최초 발제자였던 고경태 전 대표(현 한겨레 오피니언 부국장)와 함께 코인데스크코리아 창간에서부터 합류했다. 유 대표는 당시 올드미디어인 신문이 지속가능할까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두꺼운 조직에서 시도하는 새로운 실험은 느리고 무겁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매체를 창간한다면, 전혀 다른 실험을 발빠르게 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꺼이 합류했다.

‘가상자산’이라는 주제도 흥미로웠다. 기술과 금융경제가 직접적으로 맞물린다는 개념이 새로웠다. 일상의 많은 모습을 바꿀 잠재력있는 주제라는 직감이 들었다.

코인데스크코리아 직원들.

유 대표는 ‘매체 전략’이라는 문서를 만들어 시즌4까지 실행에 옮기고 있다. 코인데스크코리아의 지향점, 수익 구조, 산업과의 관계 등을 정리한 문서다. 2018년 3월 창간 이후 2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4차례 매체 전략이 바뀌었다. 템포가 빠르다. 스타트업다운 모습이다.

“매체 전략을 구성원들과 함께 수립하고 실행하면서 저 또한 성장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신뢰를 강조했고, 그 다음부터는 영향력이 키워드로 떠올랐죠. 신뢰와 영향력이 확보되면 더해갈 수 있는 부분이 새로 생깁니다. 그렇게 무게 중심을 조금씩 조정해나가고 있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의 다음 단계 무게중심은 ‘블록체인 이후 거대한 전환이 일어날 사회현상은 무엇인가?’에 맞춰져 있다. 그동안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거대한 전환과 사회현상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다음 세대의 금융과 경제, 디지털경제, 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토크니제이션, 테크핀, 핀테크 모두가 잇닿아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디지털, 금융, 경제가 하나로 모이고 있어요. 이 현상을 정확히 짚어내는 용어만 우리가 만들어도 대단한 히트가 되지 않을까요?”

결국 시즌5 매체전략을 맞이하는 코인데스크코리아의 취재 방향과 기사를 볼 때에는, ‘거대한 사회 현상의 전환’이라는 화두에 초점을 맞춰 기대를 품어볼 만할 것 같다. 여기에 유 대표는 뉴스 기업 이상의 무엇에 대한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뉴스 사업자로 만족하지 않고, 데이터 기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는 산업의 동향이나 새로 탄생하는 좋은 기업들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죠. 언론사로서 보도 기능을 잘 이어나가면서, 새로운 영역을 또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국내에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꽤 있었습니다. 크립토 겨울이 길어지고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이 더뎌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자의반타의반 '탈블'을 선택했습니다. 이긴 자가 살아남는 걸까요, 살아남는 자가 이긴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남아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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