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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25화

밈은 곧 돈이다

2020. 09. 28 by Michael J Casey
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이번주 칼럼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중대 발표를 하나 하려 한다.

본 연재 칼럼 제목과 동일한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라는 이름의 팟캐스트를 새롭게 시작한다. 칼럼과 동일하게 우리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정치, 사회적 요인들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업계 유명인사인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블록체인 소장 쉴라 워렌이 매회 필자와 함께 출연해 전 세계 통찰력 있는 게스트들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링크는 돈을 다시 생각하다 팟캐스트 제1화로, 원하는 팟캐스트 플레이어에서 구독하면 들을 수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니키 엔라이트와 버지니아대 미디어학과 교수 라나 스워츠를 게스트로 모시고 ‘돈의 문화’라는 금주의 칼럼 주제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웃기지만 중요한 디파이

초밥(Sushi), 핫도그(Hotdogs), 고구마(Yams), 새우(Shrimp).

엉뚱하기도 하고, 음식에 집착을 보이는 듯한 이 이름들은 최근 나온 탈중앙금융(DeFi, 디파이) 프로젝트들로서, 그들이 바꾸고자 하는 주류 금융 시스템의 지루한 이미지와는 상반된다. 반대로 은행들의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영상이나 이미지, meme)은 강인함과 내구성을 추구한다. (런던, 뉴욕, 파리의 오래된 지역에 있는 은행 지점에서 은행을 지키고 있는 사자상이나 로마 건축양식 기둥들을 생각해 보라)

디파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웃긴 이름을 붙였다는 건 디파이가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하거나 게임, 아니면 사기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디파이가 모두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 뿐 실체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시각의 문제점은 돈을 구성하는 모든 면면(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금융 시스템을 포함해)이 사실은 모두 허구라는 점에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는 버그가 아니라 엄연한 하나의 기능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돈을 “지금껏 전해온 이야기 중 가장 성공적인 스토리”라며 종교나 기업, 그 외 인간의 상상으로 태어난 여러 제도보다 사회의 진화에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제도들처럼 돈의 힘이란 사람들이 얼마나 공통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을 사용하는가에 달렸다. 여기엔 상호 이해된 규칙이 있어야 하며, 화폐라 불리는 토큰에 상징적인 대표성이 부여된다. 그리고 이 토큰을 교환함으로써 우리는 규칙이 반영된 합의에 도달하게 되며, 그렇게 상거래와 협력, 가치 창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문명을 이룩했다.

이야기와 문화의 생성은 우리 사회가 돈이라는 신뢰 시스템을 장려하고, 화폐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언제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것이 바로 돈의 형태와 돈을 둘러싼 이야기가 별것 아닌 듯한 것에 갖은 의미를 부여한 탄생 신화와 마음을 뒤흔드는 어휘들로 넘쳐나는 이유다.

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이런 집단 상상의 과정은 또 다른 강력한 상상의 개념인 민족국가와 단단하게 연결됐다. 이들의 결합은 너무도 효과적이어서 다양한 신기술과 토큰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조개 껍데기에서 동전, 지폐, 수표, 신용카드, 그리고 벤모(Venmo)로 진화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항상 새로운 가치 전달 수단이 나올 때마다 해당 수단이 국가 화폐에 적용되는 규칙이나 가치와 동일한 규칙,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이런 관점은 요즘 암호화폐 업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돈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에 적용하기에 유용하다. 디지털 금 같은 화폐가 목표인 비트코인이든, 디파이 대출시장의 유동성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유니스왑(Uniswap)과 스시스왑(SushiSwap)이든, 밈과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기호학적 과정이 새로운 시스템의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돈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상상 속의 커뮤니티

혹시 지갑 속에 100달러 지폐가 들어 있다면 한 번 유심히 살펴보길 바란다.

앞면을 보면 머리가 벗겨진 벤자민 프랭클린의 상반신, 그리고 그 뒤로는 깃털펜과 잉크병 속에 든 자유의 종이 있으며, 독립선언문에서 발췌한 글귀도 있다. 또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의 인장, 재무장관과 출납국장의 서명, 일련번호 등 여러 식별 번호들도 있다.

뒷면에는 프랭클린을 포함한 건국의 아버지들이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장소인 필라델피아의 독립기념관과 ‘In God We Trust(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리고 양면 모두 화려하게 꾸며진 지폐 테두리를 따라 숫자 100이 여러 개 써 있다.

면사로 된 보안줄과 워터마크로 꾸며진 바로크 양식의 화폐 디자인은 위조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100달러 지폐의 이미지가 애국심과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모든 게 달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또는 그렇게 믿길 바라는)인 민족국가 미국과 연관돼 있다.

그렇다면 이제 100달러 지폐의 실제 가치, 즉 종이의 가치를 생각해 보자. 누군가는 이 종이를 책갈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종이 비행기를 접거나 빈 공간에 아주 조그마한 글씨로 약간의 필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용도로 100달러의 가치를 발휘할 순 없다.

지폐의 가치란 우리 모두의 공통된 상상에서 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문화적 생산이 수세기 동안 계속되면서 그로 인해 생겨난 공통의 믿음 말이다. 지폐로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그 종이가 자신들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빚을 청산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고 믿기 때문에 지폐가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집단들 모두 본인들이 선호하는 토큰에 이런 믿음과 공동체의식이 깃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 목표를 이룰 것인가는 문화적인 문제다.

 

무엇이 진짜인가?

지난 2014년 11월, 필자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니키 엔라이트와 함께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할 영상을 한 편 제작했다. 엔라이트가 앞뒤로 내려오는 하드보드 판을 두르고, 손에는 그가 만든 화폐 ‘글로보(Globo)’를 한 뭉치 들고 뉴욕 미드타운의 다이아몬드 디스트릭트 거리를 걷는 모습을 촬영했다. 엔라이트는 화려하게 제작된 글로보 지폐를 1달러에 2장 주는 특별 행사를 하고 있다며, 행인들에게 말을 걸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재밌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이게 진짜냐?”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 항상 엔라이트는 “당연히 진짜죠. 지금 보고 만지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번주 돈을 다시 생각하다 팟캐스트 제1화의 게스트로 출연해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사람들은 원래 자신들이 쓰는 화폐에는 거의 하지 않을 질문을 글로보에는 한다. 하지만 ‘무엇이 진짜냐?’는 질문을 100% 상징적인 달러의 가치에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암호화폐 지지자들이 할 수 있는 적합한 질문은 ‘특정 화폐를 공급하거나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화폐를 신뢰하고, ‘진짜’로 보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문화적 대화 얘기가 나온다.

이것이 바로 비트코인 문화가 커뮤니티를 만드는 아이디어, 문구, 의미를 부여한 표현들로 가득한 이유다. ‘호들(HODL)’이란 단어나 ‘비트코인은 화폐계의 벌꿀오소리’라는 말, 그리고 베일에 싸인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를 향해 보여주는 종교에 가까운 헌신을 보라(한 가지 첨언하자면, 디파이 같은 아이디어들이 전통주의자들 눈에 가벼워 보이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는 야후(Yahoo)와 구글(Google)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업계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디지털 시대의 밈 문화, 그리고 인터넷 문화가 만들어낸 자유주의 관습과 일치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밈 거버넌스

신간 서적 “새로운 화폐: 어떻게 결제 수단이 소셜미디어가 되었나(New Money: How Payment Became Social Media)”를 쓴 버지니아대 미디어학과 교수 라나 스워츠는 이와 관련해 나누고 싶은 의견이 있다.

출처=위키피디아
출처=위키피디아

이번주 팟캐스트의 두 번째 게스트인 스워츠 교수는 지난 2013년 2명의 동료와 함께 진행했던 비트코인 문화에 관한 초창기 연구를 떠올렸다.

“당시에는 비트코인이 인간이 만든 제도나 인간적 약점과는 무관하며, 인간의 거버넌스 역시 필요하지 않으리라는 고정관념이 존재했다. … 초창기 비트코인 관계자들이 했던 건 논의를 통해 커뮤니티를 만들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들과 프로젝트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만든 것 뿐이었다.”

훌륭한 통찰력이다. 돈이란 커뮤니티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으며, 커뮤니티란 가치관이 모여 생겨난 집단이다. 그리고 가치관을 표현하기 위해선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여기서 거버넌스는 정부 그 자체와는 다르다)

이는 자신들이 만든 토큰을 홍보하기 위해 트위터 등 여러 채널을 통해서 밈 전쟁을 벌이고 있는 디파이 프로젝트들에도 적용된다. 모든 토큰은 프로토콜에 연결돼 있으며, 각 프로토콜은 서로 다른 형태의 거버넌스를 제공한다.

전통적인 돈과 토큰의 차이는 각 토큰 특유의 거버넌스 모델이 민족국가의 중앙화된 제도가 아닌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실행된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는 탈중앙금융의 전망을 밝게 해준다. 하지만 동시에 문화를 만드는 프로세스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다. 어마어마한 인지도를 가진 전통적인 금융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밈을 만드는 작업을 멈춰선 안 되는 이유기도 하다.

 

우리가 아는 월가의 종말?

먼저 최고의 그래프를 게재해 준 블룸버그의 조 웨이센덜 부편집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애석하지만 해당 그래프를 그대로 사용했다). 블룸버그는 매일 발행하는 뉴스레터 “하루를 시작하기 전 알아야 할 5가지(Five Things You Need to Know to Start Your Day)”를 통해 지난 22일 한 차트를 공개했는데, 오픈테이블(OpenTable)에서 집계한 뉴욕 레스토랑의 예약 건수와 뉴욕시 교통국(MTA)의 지하철 영수증 현황, 그리고 주로 맨하탄 사무실에 투자하는 부동산 투자신탁 에스엘그린(SL Green)의 주가를 비교한 차트였다. 코로나19는 이 세 지표에 모두 타격을 주었다.

출처=블룸버그
출처=블룸버그

필자가 이 차트를 칼럼에 넣은 이유는 맨하탄 부동산의 미래를 생각할 때 월가의 미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 중개업체 등 금융기관들은 뉴욕시 안에서도 값비싼 부동산 몇 개 층을 한꺼번에 계약해 넓은 개방형의 트레이딩 플로어를 만들어 놓고 사용하기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 임대업계에서 큰 손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대에 은행들은 새롭게 출시된 저지연 연결상품들 덕분에 트레이더들의 재택근무가 충분히 가능해짐에 따라, 맨하탄 사무실을 줄여 임대료 수백만달러를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은행가, 트레이더, 브로커들이 뉴욕을 떠난다는 것은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테스토스테론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트레이딩 플로어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는 이제 ‘저런 시절도 있었지’라는 추억을 자아내는 시대물이 될 것이다. 더 넓은 시각에서 이런 질문도 할 수 있다. 뉴욕 월스트리트라는 공간과 글로벌 금융 시스템 규제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뉴욕에 이런 현상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은행들이 법적 주소지를 뉴욕에 두려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 뉴욕 연준(FRBNY)은 연준 통화 정책 중 공개시장 조작이라는 연준 통화 시스템 내의 독특한 역할을 담당한다. 은행들이 뉴욕 연준의 거래 상대방으로서 중요한 통화 유동성을 얻기 위해선 뉴욕에 적어도 자본시장 자회사 하나쯤은 두어야 한다. 그래서 뉴욕주 금융감독청(NYDFS) 같은 지역 규제 당국이 글로벌 금융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뉴욕에서 은행 사무실이 점점 사라진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금융에서 뉴욕의 지배적 위상이 점차 약화될 것이다.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 뉴욕시에 계속해서 게이트키퍼 역할을 맡기게 될까? 또 디지털화폐를 사용할 중앙은행들이 대기업, 지자체 등 비은행들을 상대로 거래를 확대하면서 뉴욕의 중심적 역할이 더욱 줄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올 한 해 발생한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금융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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