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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28화

이더리움 2.0 예치금이 디파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2020. 10. 19 by Michael J Casey
출처=이더리움 웹사이트 캡처
출처=이더리움 웹사이트 캡처

‘탈중앙금융(DeFi, 디파이)의 여름’은 끝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곧 다가올 이벤트 하나가 디파이 엔지니어들이 ‘레고(lego)’ 혁신모델과 한층 탈중앙화된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데 탄력을 줄 전망이다. 바로 ‘이더리움 2.0’ 업그레이드다.

수천 명의 이더리움 2.0 검증자들이 제한적이긴 하나 몇 년에 걸친 예치 기간 동안 이더(ETH) 50만개 이상을 예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이 많은 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창의적인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디파이 혁신자들이 이를 위해 기꺼이 발 벗고 나설 것이다.

마치 전통적인 시장에서 새로운 규칙의 적용으로 투자자들에게 제약이 생겼을 때, 월가의 금융 전문가들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 대응하는 것과 같이 이더리움 2.0 문제 역시 수요와 공급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정부 규제기관(이더리움 2.0의 경우는 프로토콜)이 행동을 제약하는 규칙을 적용해서가 아니다. 제약이란 금융의 창의성을 낳기 때문이다.

월가에서 그동안 개발한 수많은 상품처럼 이더리움 2.0도 흥미롭고 부수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새로운 상품들로 인해 시장이 생겨나면서, 이 상품들의 가격 신호가 이더리움의 대대적인 프로토콜 업그레이드 진행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반영할 것이다.

 

예치금

지난 14일에 열렸던 코인데스크의 ‘인베스트: 이더리움 이코노미 컨퍼런스(invest: ethereum economy conference)’에서도 언급됐다시피,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되는 ‘0단계’에서는 총 1만6384명의 검증자가 곧 출시를 앞둔 예치 계약에 각자 이더 32개씩을 두어야 한다. 그러면 이 이더 토큰들은 스테이킹(staking, 예치)돼 비콘(Beacon)이라는 새로운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보안과 관리에 사용된다. 비콘은 지분증명 시스템을 테스트할 라이브 환경이 될 것이며, 이더리움은 결국 현재의 작업증명(PoW) 방식에서 지분증명 합의 알고리듬으로 100% 전환될 계획이다.

핵심은 이렇게 이더를 한 번 예치하게 되면 이전의 이더리움 블록체인으로는 다시 보낼 수 없으며, 이전 시스템과 새 시스템이 완전히 통합되고 이전 체인에 있던 복제된 이더 토큰들이 모두 파기되기 전까진 새 시스템에 예치된 토큰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다.

이더리움 2.0. 출처=언스플래시
이더리움 2.0. 출처=언스플래시

새 시스템에 토큰을 전부 예치하는 데 드는 기간은 현재로선 18개월로 잡고 있다. 하지만 이더리움 2.0프로젝트 실행 과정에서 1단계를 시작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를 생각한다면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지분증명으로 합의 알고리듬을 전환하는 일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에서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어떤 유인책을 제공해 이용자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작업증명 방식의 체인에서 새로운 체인으로 토큰을 전부 옮기도록 할 것인가가 결국, 가장 어려운 문제다.

이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바로 이게 지난 14일에 열린 한 패널 토론에서 ‘이더리움 2.0이 지닌 고도의 복잡성’에 대해 말한 라딕스(Radix)의 CEO 피어스 리드야드의 주장을 반박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콘 검증자들이 보기엔 말 그대로 걸린(예치된) 금액이 너무 많다. 그리고 현재 시세 기준으로 이더리움 전체 시가총액인 420억달러의 0.5%도 채 되지 않는 1억98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이 예치돼 있긴 하지만, 이 예치금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굳이 정의하자면 이 돈은 ‘잠재적인 에너지가 무척 큰 자금’이다.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이 아닌 이더리움의 진화에 많은 관심이 있고, 프로젝트 수행을 진정으로 믿는 이들의 자금이다. 이 검증자들이야말로 혁신적인 출금 솔루션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일 사람들이다.

우리는 디파이 혁신가들이 오라클이나 스마트계약으로 랩트비트코인(WBTC) 또는 토큰화된 비트코인 같은 새로운 자산을 개발해 한 체인에서 만들어낸 자금을 다른 체인에서 담보로 사용하는 경우를 보았다. 이를 봤을 때, 새로 개발될 토큰화 계약들이 아직 예치되지 않은 이더에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 토큰들은 사고파는 것도 가능하지만, 디파이 대출 시장에서 담보로도 사용될 것이다.

 

이더리움 2.0 채권

이더 예치금은 일부 채권과 비슷한 특성을 지닌, 미래의 현금 흐름을 약속하는 계약과도 같다. 사실 디파이 전문가들이 개발하려는 것도 바로 토큰화된 이더리움 2.0 채권이다.

100% 담보에 기반한 스마트계약에서 만들어낸 토큰을 검증자가 채권자에게 넘기면 예치되지 않은 이더를 받을 수 있게 되는데, 그 대신 검증자는 블록체인 통합이 완료되고 새 시스템에서 예치금 모집이 끝나는 시점에 본래 예치금에 해당하는 이더 32개에 더해 그동안 쌓인 예치 보상까지 가져갈 수 있는 권리가 채권자에게 자동으로 생긴다는 것을 약속해야 한다.

시스템에 탑재된 통화공급 예상 기능으로 예치 보상을 추정해 본 결과, 이런 채권 상품의 수익률은 연 20%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예치금 규모가 늘수록 차등제에 따라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예치금이 인출될 정확한 날짜와 그 시점의 달러 기준 이더의 가치는 알 수 없다. 둘 다 이더리움 개발자들이 100% 통합된 이더리움 2.0 전환이라는 목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성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더리움 커뮤니티가 지분증명 방식으로의 전환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에 따라서도 좌우될 수 있는 문제다.

또한, 토큰화된 이더 예치금 채권의 시장 가격이 사실상 이더리움 2.0 업그레이드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개발자들이 그들의 목표를 예상대로 달성할 거라고 보는지 실시간으로 시장의 심리를 알려주는 긍정적인 피드백 고리가 생길지, 아니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업그레이드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잘못된 유인책이 생길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더리움 2.0 선물 시장은 커다란 화두이자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이는 금리가 지금처럼 제로 금리로 떨어지기 전, 연준이 통화정책 관련 결정을 내릴 때 시장의 기대심리를 측정하는 데 사용했던 시카고 상업거래소(CME Group)의 연방기금 선물 같은 상품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

또 다른 예로는 필자가 2주 전 비트코인과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로 언급했던 ‘TIPS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BEI)’이 있다. 이 지표는 일반적인 미국 국채 수익률과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라 액면가가 조정되는 물가연동국채(TIPS)의 수익률 차이를 계산해 산출하는데, 시장에 기반해서 사람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잘 측정할 수 있는 지표다.

이 두 예시 모두 금융 상품의 개발 취지는 정책적 제약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투자자들을 위한 보호장치를 만들기 위함이었지만, 상품 자체가 가치 있는 경제 지표로서 진화하게 된 사례다.

이더리움 2.0 역시 흥미로운 결과가 기대된다.

 

불확실성에 하는 베팅

우리는 설령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정치적 요인 때문에 망가지게 되더라도 비트코인은 이와는 무관한 위험회피(헤지) 수단이라고 말하곤 한다. 특히나 다음 달에 미국 대선이라는 중대한 이벤트를 앞두고, 선거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될 거란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더한다.

우편 투표로 인해 선거 결과 집계가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될뿐더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우편투표를 대거 할 경우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반복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그 때문에 올해 선거가 민주주의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선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경제 시스템이 실제로 망가지기 전까지는 비트코인이 이번 대선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 같진 않아 보이며, 오히려 지난 몇 달간 상관관계를 보여온 주식들에 선거가 미친 영향을 확인하게 해줄 것이다.

앞으로 상황이 혼란스러워질 것을 예측하고 이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을 보고 싶다면 옵션 시장을 보길 바란다. 옵션 시장에서는 시장이 상향하거나 하향, 또는 양방향 모두로 변동성을 보일 경우 파생상품 투자자들이 이익을 거둘 수 있다. 그리고 지난 9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것처럼, 현재 일반적인 선거 이전에 나타나는 월가의 헤징을 넘어선 베팅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CBOE Volatility Index, VIX 지수). 출처=팩트셋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CBOE Volatility Index, VIX 지수). 출처=팩트셋

월스트리트저널은 대표적인 지표인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CBOE Volatility Index, VIX 지수)의 선물 가격이 계약 만기에 따라서 매달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차트로 보여준다. (참고로 VIX 지수는 투자 수익률이 S&P500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진다) 눈에 띄는 점은 누구나 예측 가능하겠지만, 11월물 가격이 오르고 있고, 그 이후에 만기가 돌아오는 선물 계약의 가격이 수개월에 걸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참 쉽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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