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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37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가는 길

2021. 01. 11 by Michael J Casey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돈을 다시 시작하다’ 연재를 쉰 3주 동안 그야말로 엄청난 일들이 연달아 터졌다.

비트코인 가격은 82%나 치솟았다. 미국에서는 3주간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이 5만4천명이 넘는다. 수도 워싱턴 D.C. 의회 의사당에는 시위대가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믿기 어려운 숫자만 봐도 인간이 만든 제도의 참담한 실패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의사당이 폭도들에게 점령된 사건은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은 첫번째 이슈에 관해서만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일부 비평가들의 주장과 달리,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비트코인이 오랫동안 성공적인 자산으로 남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이번 칼럼부터는 새로운 형식을 일부 도입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요점을 항목별로 정리해봤는데, 이를 포함해 새롭게 바뀐 포맷에 대한 의견도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2021년 새해 첫 ‘돈을 다시 생각하다’ 팟캐스트 에피소드도 나왔다. 키바(Kiva)의 최고전략책임자 매튜 데이비와 머시콥(Mercy Corps)의 알펜 쉬스가 출연해 대중에게 힘을 줌으로써 금융 포용성을 달성하려 애쓰는 자선 단체들의 다양한 노력을 들여다보고, 미국이 지배하고 있는 ‘자선 업계(philanthropy industrial complex)’를 과연 암호화폐가 무너뜨릴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Марьян Блан | @marjanblan/Unsplash
Марьян Блан | @marjanblan/Unsplash

지난 연말, 비트코인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인 게 아니었다. 미국 동부 시각으로 지난 3일 새벽부터 이튿날인 4일까지 단 24시간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 3만4341달러에서 최저 2만8154달러까지 18%나 급락했다가, 다시 36시간 만에 원래 수준으로 반등해 본 칼럼이 발행되기 직전에는 4만 달러를 넘어섰다.

뉴 리퍼블릭(The New Republic)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금과는 달리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말한 제이콥 실버맨 같은 비트코인 회의론자(nocoiner)들에게 이런 가격 변동은 좋은 먹잇감이 된다.

그렇지 않은가? 어떻게 가치가 그렇게 급변하는 화폐를 화폐라 부를 수 있겠는가? 화폐의 3대 기능이 교환 수단과 가치 저장수단, 계산 단위로서 역할인데, 비트코인으로 이 세가지 기능을 할 수가 있나?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비트코인은 처음부터 단기적인 가격 안정성을 갖출 수 없었다. 그러려고 만들어진 화폐도 아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란 이용 사례가 되려면 오해로 얼룩지고 인정받지 못하는 화폐에서 널리 통용되는 화폐가 되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만 할 것이다.

여기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러는 동안 비트코인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다만 투기 세력들의 매수와 매도로 등락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금은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가치저장 수단이 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나? 손님이 쥐가죽 다섯 개와 미지근한 레모네이드를 사면서 닭 한마리 대신 (미래에 화폐로 쓰일) 금을 내자 이를 거부하는 상인의 모습을 그린 한 코미디 비디오에서 볼 수 있듯이 금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난관이 있었다.

그러니 인내심을 가지시길.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 되어가는 단계에 있을 뿐, 아직 완전한 디지털 금은 아니다.

주요 금융기관들이 최근 내놓은 비트코인 가격 전망이 중요한 이유다. JP모건(JPMorgan)은 14만6천달러를, 씨티은행(Citibank)은 31만8천달러를, 구겐하임(Guggenheim)은 40만달러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가 상승하는 특정 주식을 두고 정해진 시간 안에 그 정도 목표가에 도달한다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이 널리 통용되는 화폐의 지위에 오르게 됐을 때 그 적정 가치를 추산한 것이다.

암호화폐 분야의 선구자 웬스 카사레스가 한 유명한 말 중 ‘비트코인은 100만달러가 될 수도 있지만 0달러가 될 수도 있다’는 이분법적 논리에서 두 번째 부분이 사실로 여겨지는 이유다. 그런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널리 퍼져 있는 비트코인 회의론자들의 불신을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이 뛰어넘지 못한다면 비트코인은 본연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비잔틴 장군의 딜레마(Byzantine General's dilemma)를 사토시 나카모토가 해결하면서 비트코인은 디지털 희소성의 기준이 될 잠재력을 갖췄다. 이는 점차 디지털화되고 인터넷 기반이 되는 글로벌 경제에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보편적인 기준이 되기 위해선 이야기를 바탕으로 문화적으로 인정받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비트코인의 보안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술이 아닌 네트워크 규모의 성장, 즉 비트코인이 널리 통용되는 화폐가 될 거라는 자기충족적인 성질에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

이런 절차가 임계 질량에 도달했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널리 통용되고, 디지털 희소성을 지닌 가치저장 수단인 비트코인을 새로운 통화 용도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라이트닝(Lightning) 소액 결제를 위한 결제 레이어든, 글로벌 채권 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국채를 대신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가능한 담보든, 아니면 둘 다가 되든 말이다.

그때까지는 갈 길이 멀다.

고래 vs. 피라미

카르멘 레인하트와 케네스 로코프가 2008년 부동산 시장 위기 이후 ‘이번에는 다르다’는 저서를 출간했듯, 이번엔 다르다는 말은 위험한 말이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비트코인 붐과 비교했을 때, 이번 붐은 정말 다르다는 수많은 조짐이 있다.

이전의 붐은 혼자만 뒤처질까 봐 두려움을 느낀 일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거나 심지어 불법 ICO한 수많은 코인에까지 대거 몰린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중요한 특징이었으며, 개인투자자가 주도한(Main Street) 랠리였다.

애석하게도 월가 트레이더들이 열풍을 좇아 투자하는 투자자들을 일컫는 ‘어리석은 돈(dumb money)’이라는 표현과 어울리게 많은 투자자가 코인을 고점에 사고 저점에 팔아 2018년 초 시장이 붕괴했을 당시 큰 손실을 봤다. 그런 시기에 승자는 바로 일찍 매수해 최고점에서 파는 ‘똑똑한 돈(smart money)’인 큰 손이라고 월가는 말한다.

이번 붐은 월가(Wall Street)의 큰손이 주도하는 랠리에 가깝다. 유수의 기관,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부터 밀러 밸류 파트너스(Miller Value Partners)의 빌 밀러, 그리고 구겐하임 파트너스(Guggenheim Partners)의 스콧 미너드까지 유명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했거나 최소한 비트코인의 잠재력을 높이 사는 발언을 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할 온체인 데이터도 있다. 코인 메트릭스(Coin Metrics)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1000개 이상 든 이른바 ‘고래’ 비트코인 주소가 지난 2017년에는 감소했지만(소액 투자자들이 이끈 매수 열풍이었으므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상승장에서는 그 수가 오히려 늘었다.

최근 들어 동시에 급증한 비트코인 가격과 "고래 지갑"의 숫자. 출처= 코인 메트릭스
최근 들어 동시에 급증한 비트코인 가격과 "고래 지갑"의 숫자. 출처= 코인 메트릭스

물론 2017년도의 고래들이 모두 월가 투자자는 아니었으며, 다수가 개인투자자였다. 그때는 ‘똑똑한 돈’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일찍 이해하고, 당시 열풍은 금세 사라져버릴 것을 미리 알아챈 사람들이었다.

월가의 큰 손들이 새로운 똑똑한 돈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그들 역시 어리석은 돈으로 밝혀질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의 게임 플랜

다음은 지난 3주 동안 미국 정부가 터트린 핵폭탄급 뉴스 2개다.

  •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국(FinCEN, 핀센)은 지난달 18일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관리자 없는(unhosted) 지갑 또는 자가 수탁(self-custodied) 지갑으로 3천달러 이상 송금하는 고객의 정보를 고객신원확인(KYC)/자금세탁방지(AML) 요건에 따라 보관하고, 일일 총 1만달러 이상의 거래에 대해 고액현금거래보고(CTR)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 미 통화감독청(OCC)은 지난 4일 은행들이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해 결제를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첫번째 뉴스와 관련해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개인정보 보호와 혁신에 대한 공격이라며 대대적인 비난을 가했으며, 두번째 소식은 암호화폐 경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계획안에 연관성이란 없는 것일까? 아래의 트위터(Twitter) 대화를 통해서 우리는 그 이면에 다른 무언가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 지난달 21일, 통화 경제학자이자 코인데스크 칼럼니스트인 JP 코닝은 많은 사람이 발견하지 못한 사실 하나를 지적했다. 바로 핀센의 규제안이 일반 암호화폐 거래소뿐만 아니라 모든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거래 건에 적용된다는 사실이었다.
JP 코닝: 연준(Fed)이 CBDC를 발행하기도 전에 핀센은 이미 규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까지 ‘법정통화 지위를 갖춘 디지털 자산(LTDA, 일명 CBDC)’을 다루는 모든 기관은 트래블룰과 기록 규칙, 1만달러 이상 거래 보고규칙을 모두 준수해야 한다.
JP 코닝: 연준(Fed)이 CBDC를 발행하기도 전에 핀센은 이미 규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까지 ‘법정통화 지위를 갖춘 디지털 자산(LTDA, 일명 CBDC)’을 다루는 모든 기관은 트래블룰과 기록 규칙, 1만달러 이상 거래 보고규칙을 모두 준수해야 한다.
  • 스테이블코인 US달러코인(USDC)의 주요 발행기관인 써클(Circle)의 CEO 제레미 알레어는 지난 4일, 통화감독청의 결정으로 인해 글로벌 결제 시장의 판도가 뒤바뀌는 상황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제레미 알레어: 미국 최대의 금융 규제기관인 통화감독청(@USOCC)에서 엄청난 소식을 발표했다. 미국 은행들을 대상으로, 미국 금융 시스템 내 결제 인프라로서 퍼블릭 블록체인과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새로운 지침이다.
제레미 알레어: 미국 최대의 금융 규제기관인 통화감독청(@USOCC)에서 엄청난 소식을 발표했다. 미국 은행들을 대상으로, 미국 금융 시스템 내 결제 인프라로서 퍼블릭 블록체인과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새로운 지침이다.
  • 정책 4.0(Policy 4.0)의 탄비 라트나 CEO는 은행들을 스테이블코인 사업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규제를 완화하는 게 아니라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며, 해당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탄비 라트나: 최근 통화감독청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를 허용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한 건 긍정적이나, 동시에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비트코인 가격과 최고점(ATH)과 관련해 연관된 것들이 있다. #테더, #리브라, #JP모건, #월가, #DCEP. 나는 6가지 측면을 걱정한다. 먼저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은행과 스테이블코인을 연결하면 결국 규제의 강도는 세지고, AML/KYC 요건과 관련해 100% 정보 공개를 정당화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규제는 단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의무화될 것이다. 영향을 받게 될 또 다른 영역은 지급준비금 관리 부문이 될 것이다.
탄비 라트나: 최근 통화감독청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를 허용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한 건 긍정적이나, 동시에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비트코인 가격과 최고점(ATH)과 관련해 연관된 것들이 있다. #테더, #리브라, #JP모건, #월가, #DCEP. 나는 6가지 측면을 걱정한다. 먼저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은행과 스테이블코인을 연결하면 결국 규제의 강도는 세지고, AML/KYC 요건과 관련해 100% 정보 공개를 정당화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규제는 단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의무화될 것이다. 영향을 받게 될 또 다른 영역은 지급준비금 관리 부문이 될 것이다.

나는 핀센의 규제안이 비트코인 거래를 통제하는 것만큼이나, 법정화폐 기반의 디지털 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미국 정부의 금융 감시망을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본다.

통화감독청의 지침은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가 달러의 지배력을 감소시키는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기 때문에 글로벌 달러 수요를 계속해서 발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분야 논평가들이 당근과 채찍으로 평가하는 이 두 정책이 실은 모두 조율된 미국 정부의 지정학적 계획일지도 모른다.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미국의 규제를 받는 금융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디지털 화폐 기술을 활용하려 애쓰는 가운데, 이 두 정책이 있어 미국은 세계 준비통화 발행국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유지해 전 세계의 통화 움직임을 모니터하고 규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더리움을 잊지 말자

코인데스크는 연일 이어지는 비트코인 상승장에 관한 보도와 함께 이더리움(Ethereum)도 붐이 일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을 지난주 여러 편 소개했다. 여기엔 최근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에 관한 소식도 포함돼 있다.

  • 암호화폐 거래소 셰이프시프트(ShapeShift)가 이전에 규제당국의 제재로 실행하지 못했던 거래정보 보호 약속을 다시 지키기 위해 KYC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탈중앙화 거래소로 사업을 전환하기로 했다.
  • 한때 최고 인기를 구가했었던 디파이 거버넌스 토큰 메이커(MKR) 가격이 급등해 2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 이더(ETH) 가격이 2018년 1월 이래로 최고가로 다시 오른 이유를 옴카르 고드볼 기자가 분석했다.
  • 이더리움이 지분증명(PoS) 합의 방식으로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1단계 상황에서 크라켄(Kraken)의 신규 예치(스테이킹) 서비스 이용자들이 총10억달러가 넘는 암호화폐를 투자하고 있으며, 그중 1/3 이상이 이더였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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