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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오비코리아 ETP, 고팍스 헷지토큰 일반 암호화폐보다 큰 가격 변동성 투자자 보호 수단 필요하단 지적도
[거래소 톺아보기] ②"하락장에도 수익" 국내 레버리지 상품
2021. 02. 05 by 정인선 기자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파생상품은 그 가치가 기초상품의 가치로부터 파생되는 계약이나 금융상품을 말한다.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또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 가격 변동성이 비교적 크지만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는 투자자들에겐 매력적 수단이다.

 

레버리지 효과 토큰, 국내 거래소에도 상장

지난달 후오비코리아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24시간 가격 변동성을 역으로 추종하는 상장지수상품(ETP, exchange traded product)인 BTC*(-1) 토큰과 ETH*(-1) 토큰을 내놨다. 이 상품은 후오비글로벌의 USDT(테더) 마켓에 상장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1% 떨어질 때마다 각 토큰의 순 가치가 1%씩 상승하도록 설계됐다.

후오비코리아는 지난 1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 변동성을 역으로 따라가는 ETP 토큰 2종을 USDT 마켓에 상장했다. 출처=후오비코리아 웹사이트 캡쳐
후오비코리아는 지난 1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 변동성을 역으로 따라가는 ETP 토큰 2종을 USDT 마켓에 상장했다. 출처=후오비코리아 웹사이트 캡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에선 고팍스가 파생상품과 유사한 구조의 토큰을 처음 정식으로 선보였다. 고팍스는 2019년 8월 기초가 되는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의 -1배를 따라가게 설계된 '헷지토큰'을 프로 마켓에 상장했다. 현재 고팍스 프로 마켓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캐시, 이오스 등 가격을 기초로 한 헷지토큰 5종이 올라가 있다.

고팍스는 이어 2020년 4월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의 3배와 -3배를 따라가는 '불(BULL)토큰'과 '베어(BEAR)토큰'도 프로 마켓에 상장했다. 암호화폐 가격이 1배 오르거나 내리면 각각 세 배까지 수익을 낼 수 있다.

현재 고팍스 프로 마켓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캐시, 이오스, 스텔라루멘, 체인링크, 에이다, 라이트코인, 지캐시, 알고랜드, 코스모스 등 가격을 기초로 한 불 토큰과 베어 토큰 총 24종이 상장돼 있다.

고팍스 프로 마켓에는 기초 암호화폐 가격의 -1배와 3배, -3배를 추종하는 헷지토큰과 불, 베어 토큰 29종이 상장돼 있다. 출처=고팍스
고팍스 프로 마켓에는 기초 암호화폐 가격의 -1배와 3배, -3배를 추종하는 헷지토큰과 불, 베어 토큰 29종이 상장돼 있다. 출처=고팍스

"하락장에서도 수익화 수단 필요" 

후오비코리아와 고팍스는 모두 "국내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을 국내에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후오비코리아에 상장된 ETP 토큰은 중국계 거래소 후오비글로벌이, 고팍스에 상장된 헷지토큰과 불·베어토큰은 카리브해의 앤티가 바부다에 본사를 둔 파생상품 전문 거래소 FTX가 만들었다.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 암호화폐 가격을 기초로 한 유사 파생상품을 서비스 중인 곳은 후오비코리아와 고팍스 두 곳뿐이다.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유사 파생상품'이라 분류할 수 있는 토큰이 상장된 곳은 없다. 

다만 향후 파생상품의 토대로 쓰일 수 있는 암호화폐 가격 지수를 가진 거래소들은 있다. 암호화폐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2018년 5월 국내 거래소 중 처음으로 디지털 자산(암호화폐) 인덱스 'UBCI(Upbit Cryptocurrency Index)'를 선보였다. 

UBCI를 만든 두나무 계량분석팀은 "제도권 움직임에 발맞춰 디지털 자산을 기반으로 한 여러 금융상품 개발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과거 보도자료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밝혔다. 다만 2021년 2월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진 않았다. 

빗썸은 2018년 자사 플랫폼에 상장된 암호화폐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빗썸 시장지수(BTMI), 빗썸알트코인지수(BTAI) 등 암호화폐 가격 지수를 출시했다. 그러나 빗썸이 암호화폐 가격 지수와 연계된 투자상품 개발·출시 계획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아직 없다. 

 

"해도 되나?" 머뭇거리는 거래소들

국내 암호화폐 산업 관계자들은 거래소들이 파생상품은 커녕 그와 유사한 상품조차 선뜻 선보일 수 없는 이유로 규제 공백을 꼽았다. 현재 자본시장법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월2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가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고려하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하락장에서) 위험 헷지 수단으로서 레버리지 상품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를 여전히 투기나 도박 대상으로 보는 상황에서 그 가격을 레버리지 삼은 상품을 섣불리 내놓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후오비코리아와 고팍스에 상장된 토큰들은) 일종의 마진 상품 토큰화로 보인다"면서, "법적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고 봐 우리는 파생상품 출시를 당장의 검토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수요 분명 존재해

거래소들이 적극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레버리지 효과가 있는 상품에 대한 국내 투자자 수요는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낸스, FTX, 비트멕스, 바이비트 등 해외 거래소들은 한국어 웹사이트와 고객 서비스를 운영하고 유튜브·텔레그램·블로그에 소통 채널을 만드는 등 국내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이들 거래소는 상품에 따라 최대 100배의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FTX와 바이비트의 공식 한국어 텔레그램 그룹에는 각각 1000여명, 4000여명이 입장해 있다. 

지난 3일 기준 코인마켓캡 데이터에 따르면, 헷지토큰과 불, 베어 토큰 거래량은 고팍스 전체 거래량의 20% 가량을 차지한다. 고팍스 내 거래량이 두 번째로(18%) 많은 이더리움(ETH)보다 조금 더 많은 거래량이 레버리지 상품을 통해 나오는 셈이다. 아직 은행으로부터 실명입출금 계정을 발급받지 못한 중소형 거래소 입장에선 투자자 수요를 반영한 레버리지 상품으로 대형 거래소들과 차별화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 판단할 여지가 존재한다.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를 내는 헷지토큰과 불, 베어 토큰 거래량은 고팍스 내 전체 거래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출처=코인마켓캡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를 내는 헷지토큰과 불, 베어 토큰 거래량은 고팍스 내 전체 거래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출처=코인마켓캡

투자자 보호 장치 필요

레버리지 비율에 따라 기대 가능한 수익과 손실 또한 크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2020년 1월 금융상품법을 개정해 암호화폐 신용거래 레버리지 한도를 기존 4배에서 2배로 낮추며 규제를 강화했다.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인 암호화폐의 가치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 투기를 조장한다는 게 이유였다. 선물 거래소 비트멕스는 2020년 5월 일본 거주자 대상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 시장처럼 암호화폐 파생상품 투자자에 대한 사전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2014년 국내 증권 시장에 처음 도입된 파생 적격 개인투자자 제도처럼, 일정 시간 이상 교육과 모의 거래를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암호화폐를 금융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선 투자자 대상 교육 등을 거래소들의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가 파생상품의 기초 자산으로 쓰이려면 결국 가격 변동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파생상품의 기초 자산이 되려면 파생상품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을 정도의 가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크고 전통 자산 대비 시장 규모가 작아 조작 위험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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