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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42화

관심 경제의 달인 일론 머스크

2021. 02. 15 by Michael J Casey
출처=코인데스크
최근 비트코인의 폭발적인 상승세는 우리에게 유명인의 영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좋든 싫든 이른바 '인플루언서'가 현대 경제에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해내는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출처=코인데스크

또다시 역사적인 한 주가 지나갔다.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방송 뉴스 첫 꼭지와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이제는 비트코인이 소수의 얼리어댑터만 아는 것에서 벗어나 당당히 주류로 진입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이 과정은 좀 우당탕 일어났다. 어떤 의미에선 비트코인다운 일이기도 했다. 밈(meme)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온갖 곡예가 난무했다. 어쨌든 이제는 누구나 비트코인을 쉬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더리움도 기념비적인 한 주를 보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이더(ETH) 선물상품을 출시했다. 이 소식에 힘입어 이더 가격도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DeFi)나 대체불가능토큰(NFTs)을 향한 관심도 증폭하고 있다.

곧바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거래가 많이 늘어났다. 이더리움의 거래 수수료 단위인 가스비(gas fees)가 급등했다. 오랫동안 기다린 이더리움 2.0 업그레이드가 완성돼 확장성 문제를 해결해줄 필요가 점점 더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주 돈을 다시 생각하다 팟캐스트에선 이더리움 코어 연구자인 대니 라이언을 초대해 이더리움 2.0 업그레이드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나눴다.

 
관심(관종?) 경제의 원리

별 관심 없었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테슬라(Tesla)가 15억달러어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는 소식은 그동안 머스크가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에 관해 올리던 수수께끼 같던 트윗들의 마침표를 찍는 사건이었다. 동시에 중국 당국이 테슬라의 안전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테슬라로선 반갑지 않은 악재가 될 뻔한 소식을 한방에 덮어버린 카드이기도 했다. 테슬라의 결정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곧바로 치솟았다. 기업가 머스크는 이로써 자신의 가장 뛰어난 재능 가운데 하나가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의 달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모여 꾸리는 관심 경제에선 모두가 디지털 기술로 한없이 복제해낼 수 없는 딱 한 가지 희소한 상품을 두고 경쟁한다. 그 상품이란 바로 우리 개개인의 시간이다.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관심을 끌어들일 만큼 재미있는 일이나 정보는 사실 흔하지 않다. 인터넷상에서 돈과 힘은 공급이 부족한데, 무엇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느냐, 다시 말해 사람들의 관심이 어디로 쏠리느냐에 따라 결국, 이 돈과 힘이 움직인다.

일론 머스크는 관심 경제의 핵심인 관심 경쟁에서 단연 앞선 인물이다. 데이브 포트노이, 킴 카다시안도 마찬가지고, 이제는 안타깝게도 달아줄 소셜미디어 계정 링크가 없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같은 부류에 속한다. 이들은 수많은 팔로워, 팬, 지지자를 거느리고 있다. 어떻게 하면 순식간에 퍼져나갈 밈이나 눈길을 확 끄는 이미지나 발언으로 팔로워들의 뇌에서 도파민을 폭발적으로 분출할 수 있는지 잘 안다. 즐거움이든 분노, 자극이나 흥분을 비롯해 수많은 감정을 그렇게 지배한다.

관심 경제의 달인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절차는 대략 이렇다. 이들이 한 말이나 영상, 혹은 밈을 열성적인 지지자와 커뮤니티들이 순식간에 퍼다 나르고 입소문을 낸다. 소문은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고, 사람들은 주식이든 골프장 회원권이든 연예인 이름을 내건 브랜드 향수든 암호화폐든 이들이 소개하고 홍보하는 대로 사들인다. 관심 경제에서 게임의 법칙이 이렇다. 어떤 메시지와 주장을 장악하고 효과적으로 퍼뜨릴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돈도 벌고 힘도 얻는다.

관심 경제의 달인들이 하나둘 암호화폐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주에 특정 암호화폐 가격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친 유명인의 이름만 나열해도 마크 큐반, 진 시몬스, 스눕독, 린제이 로한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건 역시 래퍼 스눕독이 머스크를 찬양하며 도지코인(DOGE)을 한껏 띄운 아래 밈이다.

 

희소한 관심이 디지털 희소성을 만날 때

악시오스(Axios)의 펠릭스 살몬이 뉴스레터에서 지적했듯 관심 경제의 달인들이 지금의 암호화폐를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암호화폐는 어쩌면 클릭과 좋아요, 공유를 비롯한 소비자(소셜미디어 이용자)의 관심을 실질적인 보상으로 바꿔내는 데 최적화된 도구다. 인플루언서가 어떤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면 당장 소문이 나고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토큰을 사려는 사람들이 금방 줄을 선다. 인간의 관심이란 원래 희소해 공급이 달린다. 관심 경제의 달인들은 그 희소한 관심을 마찬가지로 공급이 제한된 디지털 자산으로 옮겨놓았다.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데 관심이 쏠리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건 당연한 이치다.

암호화폐로 국한해 이 문제를 바라보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친다. 관심 경제는 2주 전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WSB) 그룹을 주축으로 일어난 '밈 투자'가 발단이 된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태 훨씬 전부터 있었다. 토마스 데이븐포트와 존 벡이 "관심 경제"라는 제목의 책을 쓴 게 2001년의 일이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번지는 소통은 이미 정보 경제의 근간을 이뤘다.

관심 경제의 성장이 꼭 긍정적인 건 아니다. 관심 경제를 토대로 한 사업 모델은 막대한 사회적 왜곡을 일으키고, 또 힘을 조종하는 이와 그렇지 못한 사이에서 경제 활동에 나설 인센티브를 마구 어지럽히곤 한다.

비욘세는 인스타그램에 글 하나, 사진 한장만 올리고 단번에 100만달러를 벌 수 있다. 음악 앨범 하나 작업하는 데 드는 엄청난 돈과 품을 생각하면, 관심 경제를 활용해 돈을 버는 쪽이 훨씬 더 효율적인 셈이다. 이 사실이 비욘세의 우선순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물론 모든 가수가 비욘세만큼 영향력이 있는 건 아니다. 비욘세에겐 1억6500만명이라는 압도적인 수의 팔로워가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와 그가 대변하는 것들을 생각해보자.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의미의 정치 권력을 행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자신이 가진 능력, 곧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이를 활용해 영향력을 끼치는 기제를 정치에 활용했을 뿐이다. 그가 올리는 트윗들은 언제나 분노를 유발하고, 수많은 자신의 팔로워와 그에 못지않게 많은 자신을 한없이 증오하는 반대자들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세심하게 디자인한 무기 같았다. 그는 쉼 없이 그런 답 없는 주장을 쏟아냈고, 그의 계정에는 엄청난 관심이 모이고 모든 걸 다 건 논쟁이 벌어졌다. 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건 누구든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가치의 근원은 커뮤니티

암호화폐는 이렇게 관심을 끌고 이리저리 휘젓는 수많은 말과 주장, 밈에 의해 가격이 올랐다. 동시에 여러 문제가 대두됐는데, 문제라고 꼭 나쁜 건 아니다. 대표적인 문제는 암호화폐의 개발에 누가 영향을 미치느냐에 관한 핵심 질문이다. 관심 경제가 대두하면서 암호화폐의 잠재력을 믿는 이들은 조금 안심했을지 모른다. 암호화폐는 실력주의를 지향한다. 이는 최고의 개발자,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선택받고 승리한다는 말이다. 기존의 평판도, 경력도 소용이 없고, 유명세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관심 경제의 달인들이 하는 일은 누가 봐도 끊임없는 자기 홍보이자, 그 저의가 의심스러운 것투성이다. 암호화폐와 관심 경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먼저 부정적인 점부터 짚어보자. 실제로 머스크발 암호화폐 상승장을 그저 가격을 최대한 부풀려 이윤을 챙겨 떠나는 전통적인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 수법으로 보는 이도 있다. 실제로 지금이라도 일론 머스크가 그의 측근들은 누구든 자기가 가진 비트코인을 싹 처분하고 떠나면 이익을 챙긴다. 대신 머스크를 따라 비트코인에 투자한 수많은 밈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다. 이는 당연히 암호화폐 전반에 큰 악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비트코인이 언젠가는 회사나 사람들에게 준비자산으로 인정받을 거라고 믿는다면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사들인 건 그 자체로 상당한 호재다. 머스크는 꽤 민주적인 방식으로 장삼이사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셈이다. 이번 비트코인 상승장은 탈중앙화를 꿈꾸는 세력의 적극적인 참여로 불이 붙었고, 뒤늦게 발을 들인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은 당연히 줄었다.

여기서 암호화폐 가격이 정확히 어떻게 정해지는지 따져 보면 일종의 순환 논리가 발생한다. 게임스탑과 같은 주식의 가격은 결국 그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미래에 이윤을 올릴 것이냐에 달렸다. 그런데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가격은 본질적으로 그 암호화폐 이용자가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결정된다. 더 널리 보급돼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네트워크로 성장하면, 즉 더 많은 것이 걸릴수록 암호화폐의 보안이 높아지고,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으로써 쓰임새도 커진다. 그러다 보면 가격이 안정돼 화폐의 또 다른 속성인 교환의 매개체로 쓰일지도 모른다.


요컨대 커뮤니티를 꾸리고 키우는 게 암호화폐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래서 밈을 앞세운 수많은 홍보, 주장, 소문들이 이용자들을 헷갈리게 할 만큼 정신없어 보이지만, 이론적으로는 그게 다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다.


물론 암호화폐의 가격과 근본적인 가치는 엄연히 다르다. 여기서 가치란 그 암호화폐를 소유할 만한 이유로 댈 수 있는 이야기를 뜻한다. 유명인의 홍보에만 기대 급성장하는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사상누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기술 사양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위험하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중앙의 권력이 검열하기 어려운 검열저항성이나 스스로 보관, 관리하는 자가수탁이 가능한 P2P 교환의 매개체라는 이야기에서 나온다.

밈을 기반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오르면 규제 당국은 해당 암호화폐를 더 강력하게 규제하려 할까? 이 점이 많은 이가 암호화폐를 통해 장기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라는, 예를 들어 금융 포용성 같은 문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니면 지금은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라 우선 커뮤니티를 키우고 암호화폐를 더 널리 보급하는 데만 집중할 때일까?

일단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우리가 기술을 가지고 무엇을 하든 기술 자체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머스크와 함께 지금은 희박해 보일지 모르는 가능성에 베팅을 하든, 좀 더 신중하게 주류가 비트코인을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리든 그 선택은 당연히 우리의 몫이다.

일론 머스크 트윗: 릴엑스(Lil X)를 위해 도지코인을 좀 샀다. 이제 릴 엑스도 '코린이'다.

"도지는 달에 간다" 계정 트윗: 꽉 잡아 릴엑스! 떡상 가즈아!

 
경력 7천년의 금을 조급하게 따라잡으려 하지 말자

전에도 칼럼을 쓴 적이 있지만, "디지털 금"이라는 별명 때문에 비트코인을 섣불리 금과 비교하는 건 다소 공정하지 않은 일이다. 특히 지금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을 이유로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도 문제가 많다고 단정 짓는 건 더 그렇다. 비트코인이 더 널리 보급돼 보편적인 준비자산이 되기까지는 당연히 시간이 걸린다. 금이 그렇게 되기까지 수천 년이 걸렸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비트코인은 아직 디지털 금이 아니다. 디지털 금을 향한 첫걸음을 이제 막 뗐을 뿐이다.

작가 그랜트 바텔이 디지털 금을 향한 비트코인의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고안했다. 금의 시가총액과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의 차이를 계산해 비교한 것이다. 그가 만든 웹사이트에서 도표를 가져왔다.

출처=bitcoinflips.gold
출처=bitcoinflips.gold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커지는 속도가 단연 눈에 띈다. 이제 비트코인의 시총은 금의 7% 수준이 이르렀으니,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금의 1%에 불과했던 걸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는 근본적인 이야기가 바뀌는 대변혁의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번역: 송인근/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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