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권용진의 퀀트 트레이딩
칼럼
수익률 곡선으로 보는 디파이의 미래
2021. 03. 09 by 권용진
출처=Karolina Grabowska/Pexels
출처=Karolina Grabowska/Pexels

암호화폐 업계에서 2020년을 뜨겁게 달군 주제라면 역시 디파이 (DeFi, 탈중앙화금융)와 이자농사(Yield Farming)다. 이자농사는 컴파운드, 메이커 등으로 대표되는 탈중앙화 담보대출 플랫폼이나 유니스왑, 스시스왑 등으로 대표되는 탈중앙화 거래 플랫폼에 자산을 예치하고 그를 담보로 수익을 받는 것을 말한다.

맡긴 자산의 %로 주기 때문에 이자와 같은 느낌을 줘서 이율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디파이 초기에는 연이율 100% 이상인 상품들이 굉장히 많아 투자자들이 열광했다. 이런 광풍에 더불어 고수익을 쫓아서 레버리지를 하는 이자농사가 대유행한 것이다.

 

수익률 곡선

금융시장에서 채권은 누군가에게 만기가 있는 대출을 해주고 이율을 받는 상품이다. 채권에서 많이 쓰는 용어 중 하나가 수익률 곡선이다. 만기에 따라서 이율이 다르기 때문에 곡선 형태가 되고, 이 형태에 따라서 현재 경제 상황이나 시장을 알 수 있게 된다. 

2018년 5월13일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 출처=위키피디아
2018년 5월13일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 출처=위키피디아

일반적으로 수익률 곡선은 대출기간이 짧을 때는 가파른 형태를 보이다, 길어질수록 완만해진다. 짧게 빌릴수록 이율의 변동이 크고, 긴 기간 빌릴 경우 이율 변동이 적은 것이다. 거기다 장기로 갈수록 이율이 조금씩 비싸지는 점진적인 상승 곡선을 보인다.

이는 기간이 길수록 채권자 입장에서는 조기 상환 리스크가 적기 때문에 수익률을 선형적으로 늘릴 필요가 없어서 생긴 곡선이다.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

2020년과 같은 코로나19 시국에는 수익률 곡선이 꼬여 있을 수 있다. 단기적인 경제 상황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히려 3~5년 정도의 경제 상황이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해당 만기에 대한 이율이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미국 국채 수익률 역전과 경기침체.
미국 국채 수익률 역전과 경기침체.

역전된 수익률 곡선은 경제 위기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단기 이율이 장기 이율보다 높은 경우, 채권자는 최대한 짧은 시간을 빌려주고 이율을 받으려고 행동할 것이다. 

반면 채무자는 긴 기간이 이율이 더 낮거나 비슷하기 때문에 긴 시간을 빌리려고 하는 경향이 생긴다. 때문에 짧은 기간 빌리는 사람은 주로 신용도가 낮거나 리스크가 큰 채무자일 확률이 높아지고, 채무불이행률(디폴트률)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 국채 수익률 역전과 경기침체.
미국 국채 수익률 역전과 경기침체.

이런 이유 때문에 수익률 곡선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지켜보며 투자 시장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물론 지금은 역대 최대 양적완화로 수익률 곡선이 정상으로 돌아오긴 했다.

 

디파이 수익률 곡선

이제 다시 디파이 시장으로 돌아와보자. 디파이 시장은 기본적으로 탈중앙화 되어있기 때문에 신용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담보의 일정 비율만 대여해주는 과담보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다. 

즉 1000만원치 담보인 암호화폐를 담보로 잡으면, 그의 70%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대여해주는 형태이다. 실제로 디파이 레이트 자료를 보면 평균 담보비율은 348%로 담보의 29% 정도만 대출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디파이 담보 비율 현황. 출처=디파이레이트
디파이 담보 비율 현황. 출처=디파이레이트
‘시큐어드 파이낸스’는 신용 시장인 장기금융시장(capital market)을 담당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출처=시큐어드 파이낸스
‘시큐어드 파이낸스’는 신용 시장인 장기금융시장(capital market)을 담당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출처=시큐어드 파이낸스

현재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대출 만기를 길게 가져갈 수가 없고, 실제 시장에서도 90일 정도를 최대 만기로 잡는 경우가 많다. 결국 만기가 1년 이상 장기인 상품이 거래되기 위해서는 신용을 도입해야 하지만, 탈중앙화 특성상 신용이라는 개념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스마트 크레딧(Smart Credit), 시큐어드 파이낸스(Secured Finance) 등과 같이 탈중앙화 신용 개념을 도입하려는 기업도 있다. 

결국 1년 이하로 움직이는 암호화폐 담보 대출 시장은 구분을 하자면 단기금융시장(Money Market) 대출에 가까운 형태로 수렴하고 있고, 신용 기반 시장은 비어 있는 상황이다. 즉 수익률 곡선을 그리자면 장기는 존재하지 않고 단기만 존재한다.

 

이자농사가 이어지려면

현재 단기 이율만 존재하는데도 디파이 이율이 굉장히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디파이 주요 대출자에는 기존 금융시장처럼 신용카드 연체자와 같은 저신용자가 아니라, 이자농사를 하려는 투기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높은 이율로 나온 수익과 대출분을 다시 담보로 대출하는 연쇄 대출이 많이 일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전체예치금(Total Value Locked, TVL) 대비 실제 담보율이 낮아 암호화폐 단기 변동성에 취약한 상황이다. 즉 원인은 다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익률 곡선이 역전 되어있는 상황과 비슷하게, 디파이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앞서 말한 탈중앙화 신용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을 하거나, 암호화폐 변동성이 낮아지면서 장기 채권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러나 내 생각엔 이 두가지 모두 수년 내에 완성되기엔 요원해 보이기 때문에 사실상 디파이 이자농사는 단기적으로 시장이 무너지는 상황이 올 것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이자농사 이율에 현혹된 투자자들이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빠르게 시장이 성숙해져서 디파이를 이용한 수익률 곡선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컴퓨터과학, 응용수학을 복수 전공한 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퀀트 트레이더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자산 운용사 비브릭에서 전략이사로 일하고 있다. 책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를 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