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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NFT 판매기] 1회, 만화가와 뮤지션

2021. 04. 04 by 김태권
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만화가와 뮤지션]

김태권은 만화가다. 때때로 글도 쓰고 사람 얼굴도 클레이로 만든다. 박성도는 뮤지션이다. 음반을 내고 영화 음악도 만들고 공연도 한다. 두 사람 다 평소에는 아이를 보느라 바쁘다. 짬을 내 점심을 먹다가 NFT 이야기를 했다.

 

김태권(만화가) : 우리도 NFT 해봅시다. 우리 작업을 팔아봐요.

박성도(뮤지션) : 아, NFT를 소개하는 뉴스는 봤어요. 1년 동안 자기랑 친구들 방귀 소리를 모아 판매한 뉴욕 영화감독 이야기를 읽었어요. 우리는 뭘 하죠? 방귀를 또 녹음하나요?

(참고기사) 방귀 소리를 판 남자, 알렉스 라미레스 말리스

김(만) : 나도 NFT가 뭔지 잘 몰라요. 기사 보고 구글 보고 누구나 아는 정도. ERC-721도 찾아봤지만, 이걸로 내 작품을 어떻게 팔 수 있을지는 해보기 전에는 감이 안 오겠더라고요. 나는 이더리움 해본 경험도 없어요.

박(뮤) : 나는 비트코인 해봤어요.

김(만) : (화들짝) 뭐라고?

박(뮤) : 몇 년 전에 누가 이러더라고요. "앞으로 가상 화폐 안 하면 안 되는 시대가 온다, 만 원 어치라도 사봐라." 그래서 큰 마음 먹고 2만 원 정도를 사 놨어요.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최근에 비트코인이 오른다고 해서 계좌를 열어봤더니 거의 3배가 되어 있더라고요.

김(만) : 헐, 내 주변에 비트코인 투자로 돈을 번 예술인이 있다니! 2만 원 넣고 3배면 얼마야... 3, 4만 원은 벌었단 이야기네요? 이럴 수가, 점심 밥값 내지 말 걸. 그냥 얻어먹을 걸.

박(뮤) : (당황하며) 커피는 내가 살게요.

김태권은 속이 좁은 만화가였다. 어쨌든 가상 화폐의 세계와 이렇듯 거리가 멀던 두 사람이 유독 NFT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얼까?

출처=비플/크리스티
출처=비플/크리스티

[어째서 NFT인가]

김태권(만화가) : 아무튼 NFT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일확천금을 노려보자는 뜻은 아니에요. 일확천금이 절대로 싫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박성도(뮤지션) : 아, 뭐, 저도 그런 요행은 바라지 않습니다. 혹시나 그런 일이 닥친다면 운명이다 생각하고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만.

진담을 농담처럼, 아, 아니, 농담을 진담처럼 하는 두 사람이었다.

김(만) : 나는 내 작업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창구가 생기면 좋겠어요. 감상하는 쪽은 환경이 바뀌었는데, 창작하는 쪽은 그대로에요. 감상자는 디지털로 복제된 창작물을 인터넷으로 편하게 감상할 수 있지만, 창작자는 옛날 방법으로 작품을 팔아야 해요. 몇 년 전에 <콘텐츠의 미래> 책 같이 읽었잖아요?

그 책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유튜브 같은 곳에 내 작업을 잔뜩 올려야겠구나,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나고 내 몸값이 오르면, 그 몸값으로 강연이나 공연을 하면 되겠구나, 앞으로 창작자가 살 길은 이쪽이구나 싶었죠. 강연과 공연으로 수입을 올리시던 창작자 분들 꽤 많으실 거에요. 그런데 작년에 코로나19 때문에.

박(뮤) : 아휴, 코로나 때문에 작년에는 공연도 거의 못했죠. 그런데 생각해봤어요. "코로나가 지나가면 다시 옛날처럼 공연과 강연이 많이 열릴까?" 아닐 수도 있겠더라고요. 이미 비대면의 시대가 시작해버린 건 아닐까 싶어요. 어차피 찾아올 변화였는데, 코로나가 그때를 앞당긴 것일 수도 있고요.

김(만) : 아이고, 공연이나 강연이나 계속 못하면 타격이 크죠.

박(뮤) : 이런 상황에서 어쨌든 NFT로 내 음악을 팔 수 있겠다는 건 알겠더라고요. 영화 음악을 할 때는 어떻게 이걸 팔아야 할지 신경을 안 써도 돼요. 하지만 막상 내 음악을 할 때는 어떻게 팔아야 할 지 고민이 커요. 고민한다고 해도 뾰족한 수는 없어요.

유튜브에 뮤직비디오 올리며 소문 나기를 바라고, 음원서비스 플랫폼으로 발표하고 하는 정도에요. 그런데 NFT로 팔 수 있다면? 새로운 판매 창구가 늘어난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는 주저할 이유가 없어요.

(참고기사) 창작자에게 NFT를 권하는 앤 스팔터의 조언

김(만) : 그러게요. 작품이 생각처럼 안 팔리더라도 수수료("가스비"라고 부르던데) 몇 만 원 말고는 우리는 지금 당장은 손해 볼 게 없어요. 그러니 하는 쪽이 낫죠.

박(뮤) : 해야죠. 해보죠.

마음을 굳게 먹는 두 사람이었다.

이더(EHT) 260개에 팔린 트레버 존스와 알로타 머니의 NFT 예술품 "이더소년(EthBoy)"
이더(EHT) 260개에 팔린 트레버 존스와 알로타 머니의 NFT 예술품 "이더소년(EthBoy)"

[걱정되는 NFT]

김태권(만화가) : 그런데 걱정되는 문제가 있어요. 일확천금을 하게 될까 봐도 걱정이지만(농담).

박성도(뮤지션) : 일확천금이 운명이라면 그 운명을 피해갈 생각은 없습니다(농담).

김(만) : 아니, 사실 "일확천금 한다더라" 소문이 나면 우리 같은 사람은 손해에요. 우리는 이 직업 바꿀 거 아니잖아요. 어차피 평생 창작을 할 거잖아요. 그런데 확 떴다가 거품 빠지고 우리 작업을 내다 팔 시장이 무너지는 건 싫어요. 큰 돈 아니더라도 안정적으로 내 작품을 팔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

박(뮤) : 맞아요. 785억 원에 작품의 NFT를 판 비플도 "지금 시장에 거품이 있다"면서 자기 받은 돈을 바로 달러로 바꿔갔다면서요. 거품은 바라지 않아요. 꾸준히 돌아가는 시장이 좋아요.

김(만) : 나는 더 본질적인 걱정이 있어요. 사람들은 NFT를 왜 사는 걸까요? 작품을 파는 쪽이 NFT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확실히 알겠어요. 우리가 파는 쪽이니까. 그런데 사는 쪽은 무엇을 바라고 NFT에 기대를 걸까요? 작품 자체는 누구나 공짜로 얻어갈 수 있어요.

말하자면 그 작품의 '인증서' 같은 것만 따로 판다는 의미잖아요. 어려운 말로 하면 (발터 벤야민이 말한 바) '아우라'만 따로 판다는 얘기 같은데, 그걸 돈 주고 사는 동기가 궁금해요. 내가 돈 많은 수집가가 아니라서 그 마음을 모르는 걸지도 모르지만.

(참고 기사)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파일을 사는 마음"에 대하여

 

박(뮤) : 그건 그렇죠.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끝이 없어요. "예술 시장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도 설명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팬심'이란 무엇인가"도 그렇고요.

김(만) : 하긴, 그렇네요. 그래도 만일 작품을 팔게 된다면, 우리 작품에 돈을 지불하는 분을 위해 뭔가 더 해주면 좋겠는데요. 그런 게 내 나름으로는 '상도의'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 작품에 돈을 내시다니 감사합니다"라며 무어라도 더 얹어 드리고 싶어요. 무얼 더 드리면 좋을까.

박(뮤) : 음반의 경우에는 디지털 음원으로 가능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디지털 파일이 아니라면, 온라인으로만 거래가 반복해서 일어날 텐데,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김(만) : 음, 방법을 생각해봐야겠네.

작품을 팔기도 전에 별별 고민부터 하는 두 사람이었다.

출처=Maxim Kotov/Unsplash
출처=Maxim Kotov/Unsplash

[앞으로는 그럼]

박성도(뮤지션) : 그럼 우리, 앞으로는 어떻게 하죠?

김태권(만화가) : 하나하나 알아봐야죠. 나는 가상화폐 지갑부터 만들어야 하고. 어떤 창작물을 어떻게 팔아야 좋을지도 고민해야 하고. 판매도 해보고. 휴, 이런 방법들 책으로 읽으면 좋은데. 난 아무래도 책이 익숙한가 봐요.

박(뮤) : 책이 나올 때면 늦지 않았을까요? 그때면 NFT 시장에 들어갈 사람은 거의 다 들어가 있을 거에요. 일단 그냥 부딪쳐 봐야죠.

김(만) : 그건 그렇지. 하나하나 해볼 수밖에 없네요. 나는 만화가고 눈에 보이는 작업을 하니 참고할 만한 케이스가 좀 있을 것 같은데, 음악 쪽은 어때요?

박(뮤) : 이번 기회에 "세계 최초로 NFT로 음반을 발매하는 뮤지션"이 되어 보고 싶었는데(농담), 찾아보니 이미 있더라고요. 지난 3월에 킹스 오브 레온이라는 미국 밴드가 NFT로 음반을 냈어요. 내가 이번에 하면 최초는 아니지만(아쉽)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아 흥분이 됩니다.

김(만) : 나도 기대가 큽니다. 나의 그로테스크한 감수성에 관심을 보일 외국 사람을 온라인으로나마 만나게 된다면 신날 것 같아요. 일단 계좌를 만들고 작업도 해보아요.

이렇게 하여 만화가와 뮤지션, 두 사람은 NFT 시장에 직접 뛰어 들어보기로 한다. 가상 화폐 세계의 '덤 앤 더머' 같은 두 사람의 리얼 체험기를 코인데스크 코리아에 일주일마다 연재하려고 한다. 다음 주, 다 다음 주에 어떤 내용이 올라올 지는 밝힐 수 없다. 두 사람도 일이 어떻게 될지 아직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정리 /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쓴다. 저서로 '불편한 미술관', '히틀러의 성공시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등이 있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나는 역사다'와 '창작의 미래', '영감이 온다' 등의 칼럼을 연재한다.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밴드 원펀치로 데뷔하여, 2017년 <낮과 밤>을 발표하며 개인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가수 이상은의 기타리스트, 프로듀서, 영화 <미성년> 등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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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2021-04-22 14:41:06
ㅎㅎㅎ너무 재밌어요. 연재 쭉 찾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