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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필 크로스앵글 애널리스트

비트코인의 내재가치를 찾아서

2021. 05. 31 by 장경필
출처=한화자산운용, 쟁글 리포트 캡처
출처=한화자산운용, 쟁글 리포트 캡처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최근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이 다른 전통 자산 대비 변동성이 높은 원인으로는 고래들에게 집중된 물량,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 등이 꼽히고 있다.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비트코인의 내재가치에 대한 의문이 변동성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비트코인은 2009년 전자화폐(Electronic Cash)로 탄생해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지금까지 내재가치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어서며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받는 오늘날에는 전설적인 투자자와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내재가치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자산은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정말 내재가치가 없는 자산일까. 이에 대해 답하려면 먼저 비트코인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어떤 성격을 갖는 자산인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비트코인이 1) 송금 및 결제 시 화폐, 2) 가치의 저장, 3)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은 부정하기 힘들다. 이 글에서는 각 수단별로 비트코인의 잠재 가치를 산정해 보고, 이를 월스트리트의 주요 가격 전망과 비교해 보고자 한다.

 

1. 송금 및 결제의 수단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비트코인은 화폐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금융시스템이 선진화되어 있는 곳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와 같이 법정화폐의 가치가 불안정한 곳에서는 비트코인은 화폐의 역할을 대신한다. 베네수엘라의 엔지니어 알레한드로는 “월마트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한 식료품으로 나의 가족들이 생활을 영위한다”고 말한다.

베네수엘라 교사인 리카르도는 “비트코인만이 생존의 유일한 희망”임을 역설했다. 비트코인이 화폐가치가 불안정한 초인플레이션 국가에서 화폐의 역할을 일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의 화폐를 비트코인이 대신할 때 그 잠재가치는 얼마나 될 수 있을까.

헤리티지 재단은 인플레이션이 높고 물가상승률 통제 가능성이 낮은 35개 국가들의 통화를 비트코인으로 대체했을 때 생기는 잠재적 가치를 분석했다.

통화자유도(Monetary Freedom)가 낮은 국가의 통화량. 출처=Heritage Foundation, CEIC, Trading Economics, Comstat
통화자유도(Monetary Freedom)가 낮은 국가의 통화량. 출처=Heritage Foundation, CEIC, Trading Economics, Comstat

이들 국가들의 총 통화량 (광의의 통화 M2 기준)은 약 3조4000억달러다. 5월 31일 오전 2시 기준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인 6700억달러 대비 약 5배 정도다.

화폐로서의 비트코인 잠재 가치는 G20 선진국들의 총 통화량 110조달러의 일정부분을 대체하게 된다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물론 선진국에서의 비트코인 결제가 아직까지는 불편한 부분이 더 많다. 그러나 페이팔, 스퀘어 등의 기업들이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안정한 법정화폐 대체 시 비트코인의 잠재적 가치. 출처=Trading Economics, Coinjab
불안정한 법정화폐 대체 시 비트코인의 잠재적 가치. 출처=Trading Economics, Coinjab

2. 가치 저장의 수단

전자화폐로 탄생한 비트코인은 최근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금의 속성인 희소성과 불변성을 갖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될 때 그 잠재적 가치는 어느 정도로 볼 수 있을까.

디지털 자산 업계에서 널리 활용되는 Stock to Flow(S2F) 모델을 참고해 볼 수 있다. S2F 모델은 금과 같은 희소 자원의 총 공급량을 연간 생산되는 자원의 양으로 나눈 지표다. S2F 모델은 특정 자원이 희소성을 가질수록 그 가치가 높아짐을 전제한다.

비트코인의 경우 3~4년 주기로 발생하는 반감기 때마다 희소성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S2F 모델의 기본 전제다. 비트코인의 S2F는 2021년 금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2025년이 되면 공급량 감소로 금보다 희소한 자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코인과 귀금속의 S2F 모델. 출처=Fidelity Digital Assets, Plan B, Xangle
비트코인과 귀금속의 S2F 모델. 출처=Fidelity Digital Assets, Plan B, Xangle

좀 더 구체적으로 피델리티의 애널리스트인 주리엔 티머의 S2F 모델을 살펴보자. 이 모델은 작년 반감기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올 하반기에는 약 9만8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피델리티의 비트코인 S2F 모델링. 출처=Fidelity, FMRCo Bloomberg, Global Financial Data (GFD), Haver Analytics, FactSet
피델리티의 비트코인 S2F 모델링. 출처=Fidelity, FMRCo Bloomberg, Global Financial Data (GFD), Haver Analytics, FactSet

비트코인이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며 전통적인 가치의 저장 수단인 금을 대체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31일 오전 2시 기준 비트코인 시가총액인 6700억달러는 전체 금 시가총액 12조달러의 약 5% 수준에 불과하다.

비트코인이 금의 역할을 대체 혹은 보완할 경우 현재 가격 대비 20배까지는 잠재적 상승 여력이 있다. JP모건 또한 비트코인이 투자 목적의 금 수요(약 2조5000억달러)를 대체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14만6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금 시가총액 대비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비중. 출처=Xangle Gold.org
금 시가총액 대비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비중. 출처=Xangle Gold.org

3.비트코인의 포트폴리오 편입

마지막으로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비트코인의 잠재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 최근 레이 달리오를 비롯한 월스트리트의 투자 대가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투자자 뿐만 아니라 테슬라, 스퀘어, 넥슨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 역시 자사의 재무제표에 비트코인을 편입하기 시작했다.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는 이제 막을 올렸다.

91%의 기관투자자가 향후 5년 내 디지털 자산에 투자할 것이라고 답한 피델리티의 설문조사 결과는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최고경영자(CEO)인 캐시 우드도 기관투자자들이 한자리 수 중반대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비트코인에 배정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5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계 기관투자자가 관리하는 자산 규모는 145조달러에 달한다. 이 중 일부 자금이 비트코인 편입에 활용된다면 비트코인의 잠재 가치는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투자자 비트코인 편입 시 잠재가치 상승 가능성. 출처=Grayscale, PwC AWM Research, Xangle
기관투자자 비트코인 편입 시 잠재가치 상승 가능성. 출처=Grayscale, PwC AWM Research, Xangle

기관투자자 뿐만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의 비트코인 포트폴리오 편입도 고려해볼 만한 주제다. 부모 세대 대비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비트코인에 친숙하고, 투자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향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가 이들 세대에게 이전될 것임을 가정하면, 전세계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보유하는 자산은 147조달러에 이른다.

1%만 비트코인으로 편입해도 시가총액 1조4700억달러로 현재 비트코인 시가총액 대비 2배에 달한다. 5%를 편입할 경우 잠재 시가총액은 7조달러다.

밀레니얼 세대 비트코인 편입 시 잠재가치 상승 가능성. 출처=Federal Reserve, Accenture, Credit Suisse, Xangle
밀레니얼 세대 비트코인 편입 시 잠재가치 상승 가능성. 출처=Federal Reserve, Accenture, Credit Suisse, Xangle

물론 비트코인의 포트폴리오 편입을 부정적인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인 찰리 멍거는 “비트코인은 역겹고 문명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켄 그리핀, 나심 탈레브 등의 투자 대가들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UBS 리서치 보고서에서도 대체 코인의 등장, 급격한 규제 환경의 변화가 발생할 경우 비트코인 가치가 0에 수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로 봤을 때 최근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다양한 관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의 비트코인 가격 전망. 출처=JPMorgan, Citibank, UBS, Pantera Capital, Barron’s, CNBC
월스트리트의 비트코인 가격 전망. 출처=JPMorgan, Citibank, UBS, Pantera Capital, Barron’s, CNBC

한화자산운용과 쟁글의 '비트코인 가치평가' 리포트를 요약한 글입니다. 전체 리포트는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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