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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58화

[마이클 케이시] 커뮤니티가 없는 기술력은 아무 소용 없다

2021. 06. 07 by Michael J Casey
돈을 만들어내는 일에는 기술보다는 커뮤니티가 우선이다. 출처=Omar Lopez/Unsplash
돈을 만들어내는 일에는 기술보다는 커뮤니티가 우선이다. 출처=Omar Lopez/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지난 4~5일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1’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수만 명의 암호화폐 지지자들이 플로리다로 향했는데, 뜨거운 햇살 아래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들뜬 분위기가 비트코인을 둘러싼 논의에도 조금은 스며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그리 완벽하지 않다. 계속되는 하락세로 어둠의 터널을 지나는 것과 같은 날들이 이어지고, 머스크의 기행에 사람들의 피로감은 쌓일 대로 쌓여있다.

그런 가운데 코인데스크US는 지난주 흥밋거리로 가득했던 ‘컨센서스 2021(Consensus 2021)’ 콘퍼런스의 영향을 계속해서 파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코인데스크US가 발행한 자체 토큰인 ‘데스크($DESK)’ 보상 토큰 프로젝트로 인해 생겨난 양질의 커뮤니티를 어떻게 하면 계속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게 바로 이번 주 칼럼의 주제다. 나는 자발적으로 생겨난 데스크 커뮤니티가 보여주는 창의력을 보며 모든 화폐 시스템에서 커뮤니티가 하는 역할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됐다.

 

피라냐 없이는 돈을 만들어낼 수 없다

지난주 열렸던 코인데스크US의 연례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새로운 보상 토큰 프로젝트를 실험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커뮤니티와 돈의 관계에 관한 좋은 통찰력을 제공했다.

우리는 가상 행사를 개최하면서 행사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데스크 토큰 최초 발행분인 토큰 500개를 나눠주고, 행사 도중 세션을 듣거나 다른 이벤트에 참가하면 토큰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여러 종류의 NFT(대체불가토큰)를 제공했는데, 이 중 일부는 상품이나 경험으로 교환이 가능했고, 암호화폐 역사상 유명한 순간을 보도한 코인데스크US 기사에 기반해 디지털 트레이딩 카드에 대한 권리로 판매되기도 했다.

결과는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콘퍼런스 종료일 기준 등록을 마친 데스크 보유자 수는 총 1371명으로, 토큰 지급요청 건수는 무려 3만 건을 넘었고 이들이 구매한 NFT는 약 4천 개에 달했다.

하지만 이 숫자들보다 더 중요한 건 이들이 프로젝트에 임한 방식이었다. 참가자들은 세션을 들으면서 시청하고 있는 생방송 영상과 데스크 토큰에 대한 농담을 서로 주고받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활발한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이 신생 커뮤니티는 디스코드(Discord)에 자체 채널을 만들었으며(코인데스크가 관리하는 데스크 텔레그램(Telegram) 채널 가입자 수는 500을 좀 넘겼다), 구성원들은 스스로를 ‘데스크 피라냐’라 부르며 데스크 토큰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가고 있다.

FTX의 CEO 샘 뱅크맨-프리드의 컨센서스 인터뷰 도중 뒤에 앉아 있던 검은 후드티를 입은 남자를 NFT로 만들자는 가짜 영화 예고편이 제작되는 등 데스크 커뮤니티는 이미 다양한 밈을 만들어냈다. 이번 주말 비트코인 마이애미 콘퍼런스에서 데스크 커뮤니티 모임을 하자는 이들도 있고, 다음 주에는 넷플릭스 파티(Netflix Party)에서 공포 코미디 영화 ‘피라냐’를 함께 보는 일정도 잡혀있다.

이 모든 상황 덕분에 데스크 프로젝트라는 실험을 코인데스크 상품으로 발전시킬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웹사이트 전체에 데스크를 포함시킬 방법에 대해 나보다 더 좋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나왔다(곧 있을 변화를 기대해 주시길).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해서 이 커뮤니티가 등장하게 됐고, 디지털 화폐와 토큰, 밈 투자, 그리고 일반적인 돈과 관련하여 다른 커뮤니티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가 있다.

커뮤니티는 곧 돈이다

데스크 실험을 통해서 우리는 커뮤니티가 돈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화폐를 보유하고 사용하려는 인간의 욕구와 이 욕구가 인간의 상호작용을 중재하는 방식 사이에는 피드백 회로가 있는데, 기술로서의 기능적 발전 수준과 상관없이 화폐는 커뮤니티의 기능이 화폐의 가치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도지코인(DOGE)과 XRP 등 알트코인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소셜 미디어족과 비교하기에 앞서, 이 생각이 정부가 발행한 법정화폐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인정하자.

달러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글로벌 교환 시스템은 사람들의 달러에 대한 집단적인 집착으로 인해 그 구조가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다. 녹색 지폐(greenbacks)나 벤자민 프랭클린, 벅스(bucks), 5달러 지폐, 페니, 니클, 다임, 쿼터(각각 1, 5, 10, 25센트짜리 동전)라는 단어로 간절히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모든 영화나 미술, 음악, 문화(밈)를 생각해보라.

바로 이게 조지프 나이가 말하는 ‘소프트 파워’가 화폐와 상호작용을 하는 지점이다. 달러를 중심으로 형성된 글로벌 문화 커뮤니티는 미국이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이지만(또 다른 방식으론 미국의 군사력이 있음), 이는 미국의 글로벌 지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솔직히 말해 달러는 기술적 측면에서 구식이라 할 수 있다. 비효율적인 미국 은행과 결제 시스템에서는 아직까지도 종이 수표를 사용하고 있다. 암호화폐와 탈중앙화 금융이 가지고 있는 최첨단 통화 정책이나 거버넌스 기능은 하나도 담겨 있지 않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더욱 강화시키는 권력 구조를 지닌 ‘달러 커뮤니티’ 덕분에 달러가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달러 커뮤니티의 결합력이 사상 처음 예전보다 약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정치경제적으로 과연 지속 가능한지에 관한 우려가 대두되고, 암호화폐와 데이터 서비스, 거래, 소셜 미디어 기술로 인해 결제를 비롯한 금융 서비스에서 새로운 접근 방식이 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이 달러의 대안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NFT,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stonk(주식), 디파이(DeFi) 등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금융 약어와 밈으로 주류에 속한 많은 이들이 갑자기 혼란을 겪고 있는 이유다.

수많은 대안 프로젝트 가운데는 프로젝트를 믿는 헌신적인 지지자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매우 어려운 일을 해내는 프로젝트가 최종 승자가 된다. 코인데스크US가 2주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데스크 실험 역시 더 많은 참여자들을 끌어들여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를 지켜봐야 한다.

물론 데스크의 경우, 화폐가 아닌 보상 토큰이란 건 분명히 해야 한다. 데스크는 린케비 이더리움(Rinkeby Ethereum) 테스트넷에 구축된 ERC-20 토큰이지만, 토큰의 발행과 교환은 코인데스크US에서 일괄 결정하고 관리하며 코인데스크 상품으로만 교환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이 신생 커뮤니티의 행동을 보고 교훈을 얻어 다른 고도로 탈중앙화된 다른 암호화폐에 적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BTC)보다 통화적 측면에서 열등하고, 개발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도지코인이 현재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데스크 실험이 설명해줄 수 있다. 비록 더 큰 규모이긴 했으나 도지코인 역시 데스크 커뮤니티처럼 재미있게 상호작용하는 유사한 컨셉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배워야 할 교훈이 여기에 있다. 프로젝트의 장기적 실행을 위해 기술 발전과 대규모 네트워크 구축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커뮤니티가 폭넓게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술력이나 개발자들의 능력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1’ 콘퍼런스를 보라. 지난 주말, 활발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고 싶은 마음에 수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일제히 마이애미로 향했다.

이게 바로 암호화폐의 무질서하고 인간적인 면모다. 밈, 농담, 감정, 주관적이고 때론 비이성적이기까지 한 믿음은 프로토콜 개발이라는 수학에 기반한 진지한 작업과는 정반대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보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되길 바라는 비트코인 열혈 지지자들의 열망이든, 시바견 모양이 그려진 도지코인이 달 위에 놓여지길 바라는 도지코인 지지자들이든, 독자들의 참여를 최적화하기 위해 새로운 자체 보상 토큰의 활용 방안을 궁리하는 언론 매체이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이 같은 인간적인 측면 역시 중요한 것이다.

커뮤니티는 중요하다.

 

비트코인 가격과 해시레이트

지난 4월 중순 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40% 가까이 떨어지고, 채굴업계는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라는 요구와 함께 중국의 채굴 금지 위협에까지 직면해있는 요즘, 비트코인 가격과 전체 해시레이트와의 관계를 살펴보기엔 적기라 할 수 있다.

우선 지난 6개월간의 차트를 보자.

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출처=코인 메트릭스
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출처=코인 메트릭스

7일 이동평균 기준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총 해시력은 지난 5월 중순 1초당 1억6000만 테라 해시(TH/s)에 가까운 사상 최고점에서 다소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그보다 더 눈에 띈 건 4월과 5월 각각 있었던 총 두 차례의 대량 매도 시기와 그사이 4월말~5월초에 잠시 있었던 반등 기간 동안 비트코인 가격과 해시레이트 간에 가깝긴 하나 여전히 불완전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난 두 기간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해시레이트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졌지만 반등 기간 동안 해시레이트의 증가세가 가격 증가보다 더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트에서 우리는 채산성 상황의 변화로 하락장이 채굴업체들의 자원 관련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를 확인할 수 있다.

해시레이트의 순감소가 전반적인 조정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채굴업체들이 마진 스퀴즈(수익성 압박)를 해결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인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아마도 상승장으로 이윤이 높을 당시 효율성이 떨어지는 구식 채굴기를 재사용했던 몇몇 채굴업체들이 다시 이 채굴기들의 사용을 중단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좀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또 다른 차트를 만들었다.

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출처=코인 메트릭스
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출처=코인 메트릭스

위 차트를 통해 지난 10년간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채굴업체들이 달러 수익을 위해 계속해서 채굴 속도가 더 빠른 기기들을 더 많이 들이며 해시레이트가 증가하는 양상이 분명하게 나타났지만, 해시레이트가 단기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은 대부분 단기적인 가격 변동과는 무관하게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를 보면 지난 2018년 슬럼프에서 벗어나 큰 이익을 거두기 시작할 때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해시레이트는 2019년 초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격 그래프가 계속 우상향하면서 오르는 동안 해시레이트는 큰 폭으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이러한 변동성은 날씨의 영향으로 중국에 있는 수력발전 댐의 전력 생산량에서 차이가 생기거나, 성능이 강화된 칩과 채굴기가 주기적으로 출시될 때마다 나타나는 비가격적 요인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특이한 예외가 한 번 있었는데, 그것은 2018년 말 비트코인 가격이 마지막으로 하락한 구간에서 채굴업체들이 수익 보호를 위해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기기들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해시레이트가 가격과 정의 상관관계를 그리며 감소한 것이다. 이 같은 채굴기 가동 중단은 암호화폐 경제 전반에 드리운 장기적 슬럼프를 확인해주는 것과 같았다.

문제는 하락장에서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또다시 나타날 것이란 걸 최근 비트코인 가격과 해시레이트의 상관관계 그래프가 미리 암시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머지않아 비트코인 가격과 해시레이트가 동시에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기 때문에 비트코인 보유자들에겐 희소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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