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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시 생각하다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60화
[마이클 케이시] 미국 정부의 디지털 달러 고민
2021. 06. 21 by Michael J Casey
디지털 화폐의 영향력을 직시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감시와 소프트 파워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출처=Unsplash
디지털 화폐의 영향력을 직시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감시와 소프트 파워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출처=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암호화폐 기술의 영향도를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는 바로 정책 입안가들 사이에서의 인지도 증가다. 지난 2주간 미국 의회에서 열렸던 디지털 달러 청문회는 그 대표적인 예였다. 암호화폐가 발명된 전후 맥락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 논할 수 없으며, 100% 다 그렇진 않지만 암호화폐와 CBDC는 상당 부분 서로 반대되는 특징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법정 디지털화폐 발행과 관련한 논의에서 비트코인이 등장하는 것을 자주 볼 수가 있는데, 때문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당, 메사추세츠)과 같은 이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관료나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이 둘의 관계가 훨씬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번 주 칼럼에서 내가 말하려는 주제다.

 

세계를 지배하는 건 달러? 비트코인? 아니면 둘 다?

지난 2주간 미 의회에서 열렸던 디지털 달러 청문회는 금융 포용성을 증진시킬 기회로 알려졌었다.

참 고결한 목표다. 하지만 실제 이 청문회는 권력에 관한 논의를 위한 장이었다.

지난주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협력을 촉구했는데 이는 디지털 달러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심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다. 중국이 계획하고 있는 CBDC는 중국이 이루려는 국제적 야망의 중심에 있으며, 일각에선 중국의 CBDC 발행이 달러가 가진 세계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 보고 있다.

미 정부 관료 중 다수는 달러의 지배적 지위를 달러가 미국 규제당국에 부여하는 집행력 관점에서 바라본다. 미국의 규제당국은 미국 은행으로 들고 나가는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통제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불량국가나 개인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하고 범죄활동을 막을 고유한 권한을 갖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통화 권력에 대한 감시적 접근방식이 금융 포용성과는 거리가 멀다. 신원 확인과 거래 추적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이 감시 모델은 ID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때 필요한 신용 점수나 그 밖에 다른 자격 증빙을 가지고 있지 않은 빈곤층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더욱이 청문회에서 여러 증인들이 지적한 것처럼 CBDC가 중앙화된 하나의 원장에서 관리될 경우, 정부에서 모든 거래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게 돼 광범위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디지털 달러 발행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증언을 했던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이자 디지털달러 재단(Digital Dollar Foundation) 설립자인 크리스토퍼 장칼로와 윌라메트 법학 대학의 로한 그레이 교수가 미국이 디지털 달러를 개발할 경우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레이 교수는 디지털 달러를 현금처럼 쓸 수 있어야 한다며, 화폐를 지불하는 사람의 자격이나 잔고, 또는 거래 권한을 제3자가 확인하지 않아도 이용자간 거래가 가능한 무기명 주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장칼로 전 CFTC 위원장은 개인정보를 법적으로 보호할 때 전 세계 이용자들 사이에서 디지털 달러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보다 더 매력적인 화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하면서 이에 대한 높은 수준의 감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소스 화폐

지금껏 자국민을 감시해온 정부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코인데스크US의 주필 마크 호크스타인이 그레이 교수에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기술 중립적인 스펙트럼 라이선스(다양한 기기 표준에 맞는 모바일 지갑 개발을 위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감시로 만연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한 미국 정보기관에서 자신들이 통제권 밖에 있는 오픈소스 접근법을 허용할 것으로 보이냐며 호크스타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곧이어 의문을 제기했을 때, 그레이 교수는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공공화폐란 비트코인 같은 탈중앙화된 프로토콜의 영역이 아닌 정부의 영역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정부 권력이 이타적으로 발현되지 않을 것이라 보는 의구심을 (비트코인과 같은) 다른 대안이 있다는 생각을 정당화하는 것과 혼동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화폐 발행에 따르는 막중하고 어려운 관리 책임을 지는 것도 정부만이 할 수 있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로비활동을 통해 정부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고, 보다 개방된 접근방식을 취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급한 현안

실제로 비트코인(BTC)과 개방형 시스템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 개발자들은 이 같은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금융 시스템을 우회해 해외로 송금을 하려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향후 미국 정부 역시 이런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꽤 좋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의 CEO이자 열혈 비트코인 옹호론자인 마이클 세일러는 코인데스크 TV와의 인터뷰에서 “달러가 디지털 형태로 발행되면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모든 국가에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통해 50억에 달하는 인구가 달러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세계기축통화인 달러 이용률이 더 높아지고, 달러가 비트코인이 다니는 선로로 다니게 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융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이 마지막 부분을 받아들이기가 좀 어려울 것이다. ‘비트코인이 다니는 선로’란 국외 송금 시 디지털 달러를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행한 CBDC가 아닌 사기업이 발행하는 디파이(DeFi) 기반 스테이블 코인 토큰 형태로 해서 개방형인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결제 네트워크로 활용한다는 뜻이다. 그럼 결국 정부에서는 이용자 신원을 확인할 수 없게 될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외국환거래 시 청산과 결제를 담당하고 있는 국제 은행 간 통신 협회인 스위프트(SWIFT)망은 쓸모가 없어질 수 있다. 또 디지털 스테이블코인 달러를 금융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달러로 교환하지 않고 유통시키면 이용자들이 은행과 직접 거래를 하지 않고도 긴 거래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된다.

이 모델은 미국이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발휘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디지털 달러를 모든 국가에서 사용하게 되면 환율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지는 등 자연스레 미국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며, 지급 준비금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발행기업이 보유한 만기가 1년 이하인 초단기 국채나 일반 국채 등 미국 금융 자산에 대한 수요도 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세계 금융 경찰국가로서의 하드파워(hard power)는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월가와 금융 시스템에 결부된 기업들의 이익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분법적 시각에서 보면 소프트 파워와 하드파워가 하나를 얻으면 나머지 하나는 잃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미국 정책 입안가들이 꼭 그 결과를 택해야 하는 건 아니다. 세계 각국에 있는 암호화폐 개발자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를 이어받아 추진할 수 있어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도 세일러가 언급한 시나리오를 독자적으로 실행할 수도 있다.

미국 의원들이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는 자체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지만, 그들이 논의를 진행하는 사이 새로운 화폐 모델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출처=Harold Mendoza/Unsplash
출처=Harold Mendoza/Unsplash

모든 책임을 떠안은 미국 정부

지난 16일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한동안 지속돼 온 초저금리 시대가 머지않아 막을 내리게 될 거란 신호가 나왔다. 최근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갑자기 인플레이션 우려가 급증하면서 연준(Fed)이 오는 2023년 말까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게 중론이 됐다. 이 말은 미국 중앙은행에서 주식, 미술품, 비트코인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지금껏 유지해오던 양적완화(QE) 정책의 속도를 조만간 줄이게 될 것임을 뜻한다.

과연 FOMC 위원들은 코로나 시대 들어 수조달러에 달하는 부채가 신규 발행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까? 향후 갚아야 할 공공과 민간부채 문제를 FOMC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수조달러가 걸려 있다.

지난 2013년에 경험했던 긴축 발작(taper tantrum, 테이퍼 텐트럼) 이후 우리는 시장이 연준의 유동성 공급에 중독돼있단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지금 우린 연준의 갑작스런 유동성 공급 중단으로 발생할 더 큰 규모의 리스크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것은 바로 주식과 채권 시장의 충격이 경제 전반에 파산 사태를 양산하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는 속도보다 경제 성장이 더 빠르게 진행돼 채무자들이 급격히 상승한 금리에도 채무를 상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의구심을 가진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에 투자를 시작했다. 회의론자들은 정부에서 부채를 흡수할 수밖에 없으며, 상환해야 할 돈보다 세수가 적게 걷혀 연준에서는 부채를 화폐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현대통화이론을 실제 시험하는 것과도 같은 상황에서 달러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과 공공부문 부채 비율을 각기 다른 기준으로 살펴보겠다. 다음은 GDP 대비 총 가계부채, 기업부채, 총 연방부채,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연방부채 비율을 나타낸 차트다.

네 차트 모두 2020년초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는데, 이는 봉쇄 정책으로 미국 경제활동이 줄어들어 분모인 GDP가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며 또 다른 이유로는 대출 여건이 용이해져 기업과 가계, 정부가 모두 부채 규모를 늘린 것도 있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같은 해 말 가계와 기업부채,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부채는 다소 조정이 된 반면, 총 연방부채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다는 점이다.

위 차트들이 주는 첫 번째 시사점은 미국 정부가 재난 지원금, 업계 구제금융, 고용유지 대출, 임대료 경감 등의 형태로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한 갖은 노력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민간 부채를 공공 부문으로 넘겼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사점은 외국인 투자자 보유 부채 비율이 낮아져 부채의 현금화가 더 쉬워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부채를 현금화할 때 외국인 투자자 의존도가 낮아지면, 채권자 대부분이 달러를 기반으로 하므로 달러 환율이 급락하더라도 걱정이 줄게 된다.

세 번째 시사점은 GDP 대비 연방부채 비율이 130%로 국제통화기금(IMF) 권고 수준인 80%를 월등히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비율이 더 낮았다면 미국이 부채 문제에서 벗어나기가 훨씬 쉬웠을 텐데, 지금과 같은 연방부채 수준으로는 부채 문제를 타개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제 관점에서는 나쁜 소식이지만,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글로벌에디터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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