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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66화

[마이클 케이시] 디파이는 계속 '탈중앙화'일 수 있을까?

2021. 08. 02 by Michael J Casey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디파이(DeFi, 탈중앙금융)는 실제로 얼마나 탈중앙화돼 있을까?

이는 감독당국의 위협으로 유니스왑(Uniswap)이 자사 플랫폼에서 일부 토큰에 대한 투자자들의 접근을 제한하게 되면서 나온 질문으로, 이번 주 칼럼에서 내가 다룰 주제다. 이번 주엔 이에 더해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와 가격 간의 관계, 그리고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이 암호화폐 개발자들을 ‘수상쩍은 슈퍼코더(shadowy super-coders)’라 부른 것과 관련해 재미있는 밈(meme)을 알아보겠다.

 

사토시의 딜레마

암호화폐 업계 밖에 있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많이 할 것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왜 익명을 택했을까? 왜 역사책에 발전의 행진에 기여한 인물로 자신의 이름을 남기지 않았나?”

물론 나는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을 말할 수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사토시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지만 (그/그들은 아마도 내가 지난 몇 년간 대화를 나눴던 비트코인에 오래전부터 투자해온 오래된 고래(original gangster, OG) 중 하나일 수도 있다.) 나는 이것만큼은 알고 있다.

비트코인 창시자가 신원을 알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였다면 지금 같은 성장은 이룰 수 없었을 거란 사실을 말이다. 실은 비트코인 이전의 e골드(e-Gold)나 그 후의 리버티 리저브(Liberty Reserve)처럼 아마 탄생 직후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른다.

누구든 주나 연방 감독당국에서 신원이 낱낱이 파악된 사토시 나카모토의 자택 문을 두드린 뒤 무면허 송금사업 운영에 대한 정지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는 “비트코인이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이고, 본인이나 동료 노드 운영자 그 누구도 고객의 자산을 수탁하고 있지 않으며,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되는 코드”라는 이유를 들어 저항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때 보통 법집행 권력은 그런 사소한 차이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자동화된 마켓 메이커(AMM) 유니스왑을 만든 개발자들뿐만 아니라 디파이 업계에 있는 다른 프로토콜 개발자들이 배워야 할 교훈이 바로 여기에 있다.

유니스왑은 탈중앙화 거래소(DEX)로서 중앙화된 암호화폐 거래소나 지갑과는 달리 고객 자산을 수탁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유니스왑은 자체 토큰인 유니(UNI) 토큰을 사용하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탈중앙화된 커뮤니티에서 거버넌스를 담당하며, 그들이 시스템의 재정 여건이나 다른 요소들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다.

하지만 지난주 유니스왑 프로토콜 개발사인 유니스왑 랩스(Uniswap Labs)는 자사 사이트에서 특정 금융자산의 거래를 제한할 계획을 밝혔다. 유니스왑 랩스는 변화하는 규제 환경을 이유로 들어 주식이나 다른 전통적인 금융상품의 가치와 합성적으로 연계된 토큰에의 접근을 제한했다. 이 같은 결정은 전통적인 증권과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증권에 해당돼 SEC의 감독을 받아야 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발언이 있는 뒤 나왔다.

이 단 하나의 결과로 디파이의 탈중앙화 수준이 갑자기 이전보다 조금 떨어진 듯하다.

예전부터 디파이 옹호론자들은 코인베이스(Coinbase) 등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앙화된 암호화폐 거래소와 지갑을 대상으로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 절차(KYC), 증권법을 적용할 방법을 찾은 감독당국이 탈중앙화 거래소 규제에 있어서는 딜레마에 봉착할 것을 예측했다. 왜냐하면 탈중앙화 거래소는 규제 대상이 되는 담당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당국 관계자의 공개 발언에 매우 발 빠르게 대응한 유니스왑을 보면서 이 같은 예상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프로토콜 자체는 분산형일지 모르나 프로토콜과의 인터페이스를 운영하는 신원 확인 가능한 중앙화된 주체가 있고, 이 주체가 압박을 받아 프로토콜 접근마저 차단할 수 있다면 중앙화와 탈중앙화를 구분하는 일은 고려할 가치가 없어지게 된다.

거래소는 비트코인 투자자를 더 끌어모으기 위해 비트코인 가격을 사토시로 책정하는 것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전 세계 사람들이 저축 상품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사토시가 있을까? 출처=Mike Bluday/Unsplash
출처=Mike Bluday/Unsplash

규제의 시험대

그럼에도 감독당국이 개입할 수 없거나 아니면 개입하지 않을 탈중앙화 기준이란 게 존재할 수 있다.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관리가 창립자의 손을 벗어나 네트워크의 결정을 따르도록 진화한다면 그 프로토콜은 규제의 범위 안에 들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지난 2019년 당시 SEC 기업금융부서 총괄 윌리엄 힌만이 이더리움(Ethereum)을 주제로 한 유명한 연설에서 했던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런 아이디어를 시험해볼 좋은 기회가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를 운용하는 탈중앙화된 대출 플랫폼 메이커다오(MakerDAO)에 있을 수 있다. 메이커다오를 운영하는 메이커 재단(Maker Foundation)을 창립한 루네 크리스텐센은 지난주 블로그를 통해 ‘메이커다오’라고 하는 DAO(탈중앙화 자율조직)에 전적으로 통제권을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가 최근 ‘돈을 다시 생각하다’ 팟캐스트에 나와 설명한 것처럼, 창립자들은 처음부터 100% 탈중앙화된 플랫폼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단 사실을 금세 깨달았다. 출시 초창기에는 시스템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재단의 의사 결정이 필요했지만, 창립자들은 결국 프로토콜이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구조와 유동성, 참여자 풀을 만들었다.

이런 공식적인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다이가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피할 수 있는가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관련해서 종합적인 법적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의 법안이 지난 28일 미 하원에 상정됐다.

현재 디파이는 미국 정부 규제망의 중심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겐슬러 위원장의 메시지와 유니스왑의 대응에 바로 뒤이어 암호화폐 거래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려는 새로운 인프라 법안에서 의무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만 하는 ‘중개자(broker)’의 정의 중 탈중앙 거래소와 개인 간(P2P) 거래 시장이 포함됐다.

앤더슨킬(Anderson Kill) 소속 변호사이자 코인데스크US의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프레스톤 번이 지난주 주장한 것처럼, 주 기반의 증권 감독당국이 최근 중앙화된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블록파이(BlockFi)에 정지 명령을 내렸는데, 이 조치가 디파이에도 그와 유사한 규제의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란 걸 예견해주는 전조일 수 있다. 해당 감독당국은 암호화폐 이자 상품이 투자계약과 같아 그게 씨파이(CeFi, 중앙화 금융)건 디파이 상품이건 관계없이 증권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디파이가 감독당국에 법적ㆍ도덕적인 도전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일각에선 토큰으로 운용되는 개방형 시스템에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공개하고 사용자들의 자금이나 자산은 수탁하지 않는 오픈소스 코드 개발자들을 감독당국이 규제하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다는 주장을 적잖이 제기하고 있다.

다른 환경에서 소프트웨어 코드는 하나의 표현 형태로 간주돼 왔으며, 따라서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아왔다. 프로토콜 랩스(Protocol Labs)의 법무자문위원 말타 벨처의 주장처럼, 이런 규제 조치 중 일부는 프라이버시 침해에 기초한 시민 자유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앞으로도 당국의 법집행은 이어질 텐데, 그렇다면 사토시와 같은 솔루션이 유일한 해결책이란 뜻일까? 프로젝트 창시자가 익명의 그늘 뒤에 숨는 게 과연 유일한 방법일까?

안타깝게도 그 방법 역시 현재는 불가능해 보인다.

익명의 코더가 투자자 돈을 들고 도망간 ‘블루 커비(Blue Kirby)’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은 시장 자체에서 신원 정보를 요구하는 추세가 생겼다. 투자자들이 사기를 치려는 창립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신원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토시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영리하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일생일대의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우선 그 분야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적어도 처음엔 달러 가치와 관련해 걸린 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

나는 디파이 창립자들이 사토시와 같은 창의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가치 있고 오래 지속될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을 만일 감독당국에서 옥죈다면 그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

여러 개의 비트코인 거래가 담겨있는 블록 하나를 채굴하는 데 얼마만큼의 해시력이 필요한지를 측정하는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가 지난 7월 초 사상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전 세계에서 가장 채굴 활동이 활발한 지역의 비트코인 채굴을 단속하고 나서면서 해시력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비트코인 프로토콜은 블록이 2016개 생성될 때마다(대략 2주 주기로) 채굴 난이도를 자동 조정해 해시레이트(hashrate) 변화를 반영하는데, 이를 통해 시간이 지나도 비트코인 발행량과 보상 분배가 어느 정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아래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 지난 4월 중순 비트코인 가격이 역대 최고가인 6만4829달러를 기록한 다음 급락한 시점 직후 채굴 난이도 역시 큰 폭으로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질 때 채산성 하락으로 채굴자들이 비효율적인 채굴기 사용을 중단할 수 있어 그게 해시레이트 감소로 이어지고, 그 결과 채굴 난이도가 조정되는 이 일련의 흐름이 다른 시기에도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2018년 버블 붕괴 이후 가격 조정기가 찾아왔던 초반 채굴 난이도는 오름세를 보인 것을 보면 반드시 모두 동일한 속도로 일어나는 흐름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 2018년 말~2019년 초, 비트코인 가격이 또 한 번 하락하고 나서야 채굴 수익이 줄어 해시레이트와 채굴 난이도가 떨어졌다.

출처=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출처=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US

이런 상관관계에도 불구하고 가장 근래의 예를 통해 비트코인 가격과 채굴 난이도 조정 사이의 관계는 최소한 일부에서만 일치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할 수도 있겠다. 중국 정부의 채굴 단속은 가격과는 상관없이 해시레이트를 감소시킬 수 있었다. 물론 채산성 하락이 중국 채굴업체들의 대거 이탈을 가속화하고 그들이 떠난 자리를 해외 경쟁자들이 차지하기 위해 빠르게 뛰어들지 않도록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문제다. 채굴 난이도가 하락하면 기존 채굴자들의 채굴 비용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 인센티브가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 한 주 전만 하더라도 개당 3만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격이 4만달러 수준을 회복했고, 중국 채굴업체들이 속속 새로운 지역으로의 이전을 시작하고 있는 지금, 이미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나올 수도 있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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