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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시 생각하다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69화
[마이클 케이시] 비트코인은 아프간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2021. 08. 23 by Michael J Casey
비트코인이 당연히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대안적인 금융 시스템으로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는 있다. 출처=Andre Klimke/Unsplash
비트코인이 당연히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대안적인 금융 시스템으로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는 있다. 출처=Andre Klimke/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지나친 낙관주의에 빠진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그러하듯 ‘비트코인이 문제 해결의 열쇠’란 식의 순진한 태도는 암호화폐의 대중화에 상당한 해가 될 수 있다. 비트코인 기술이 뿌리 깊은 글로벌 문제들을 마치 마법처럼 해결할 만병통치약이라 말하는 건 비트코인 커뮤니티 밖에 있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유리한 합리적 주장을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최근 두려운 수준으로 극심해진 남성들의 억압에 대항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맞서 싸울 수 있게 암호화폐가 도울 수 있는 방안이란 주제로 칼럼을 시작하며 나는 내 주장이 과장되지 않도록 주의하려 한다. 내 말에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암호화폐가 실질적으로 실용성 있게 사용될 유일무이한 기회가 곧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사태 이후 암호화폐의 역할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 폴 비그나와 내가 ‘암호화폐의 시대(The Age of Cryptocurrency)’라는 책을 공동 집필했을 때 우리는 서두에서 블로깅 플랫폼 필름아넥스(Film Annex)가 아프가니스탄 헤라트 시의 한 디지털 교육 전문학교에 다니는 몇몇 10대 소녀들과 계약을 맺고 블로그 운영에 대한 대가로 비트코인을 지급했던 일화를 소개했었다.

최근 아프간 사태를 가슴 아픈 사진들로 접한 우리에게 필름아넥스 사례는 암호화폐가 자유를 보장해주진 않지만,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암호화폐는 억압적인 권력 구조를 우회할 수단이자 종교, 문화, 정치에서 투쟁을 벌이는 아프간 여성들을 도울 작지만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디지털 교육 전문학교는 아프가니스탄의 IT 기업가이자 활동가인 로야 마붑이 주도한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마붑은 지난 2013년, 불과 25세의 나이에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바 있다. 당시 뉴욕에 살던 필름아넥스의 창립자 프란치스코 룰리는 전통적인 국제 금융 시스템을 통해서는 마붑의 학생들에게 블로그 운영비를 보낼 수 없음을 깨달았다.

가부장적인 아프가니스탄 사회에서 여성이 은행 계좌를 개설하려면 대개 아버지나 남자 형제와 같은 남성의 중개가 필요했다. 하지만 룰리는 학생들의 비트코인 지갑을 만든 뒤 비트코인으로 블로그 운영비를 송금했다.

우리가 책 서두에서 이 일화를 소개한 이유는 가치교환 과정에서 중개인을 없애고 거래자들을 제약에서 자유롭게 만드는 비트코인의 능력을 강조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바꿔놓을 수 있는 중개인에 은행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돈을 지급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기 위해 신뢰받는 제3자에 의존해 운영되는 중앙화된 기존 시스템을 이용하는 모든 주체가 해당한다. 이번에 비트코인이 맞선 권력은 아프가니스탄의 성차별적인 정치 사회적 환경에서 나왔다.

필름아넥스(이후 비트랜더스(BitLanders)로 바뀜)는 결국 해체됐지만, 그들이 도왔던 여권신장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마붑은 학생들을 모아 10대 아프가니스탄 소녀들로만 구성된 팀을 결성한 뒤 2017년 7월 미국에서 열린 로봇 경진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비자 발급이 거부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의회에 탄원서까지 제출되며 결국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개입으로 이 아프간 소녀들은 비자를 받게 됐다. 그렇게 어렵사리 대회에 출전한 아프간 소녀팀은 용기 있는 성과 부문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4개월 뒤,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한 경진대회에서 가난한 농부들을 도울 태양광 로봇을 선보이며 대회 1위를 차지했다. 대회 준비자금 중 일부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넥커 섬에서 매년 개최되는 블록체인 서밋(Blockchain Summit)에 참석한 마붑이 연초 받았던 비트코인 상금으로 충당했다.

시간을 빠르게 돌려 올해 8월로 와보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무서운 속도로 점령해가면서 소녀팀의 운명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커졌다. 그런데 마붑이 전한 소식에 따르면 소녀들의 조속한 구출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 덕분에 11명의 팀원이 카타르 정부에서 제공한 구조기를 타고 지난 19일까지 모두 카타르로 안전하게 대피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의 공격이 두려워 자신의 대학 졸업장을 불태우는 여성들을 비롯해 수십만의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여전히 위험에 처해있다. 마붑은 수십 명에 달하는 그의 직원들과 교육 멘토들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뒤로하고 몇 자리 되지 않는 구조기 항공 티켓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출국 승인명단에 이름을 올린다고 해도, 미국의 통제하에 있는 카불 공항에 가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탈레반이 곳곳에 검문소를 세워 이를 힘들게 통과해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의 역할

이 문제를 비트코인이 해결할 순 없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비트코인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마붑은 말한다.

그 이유는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의 실패가 목전에 닥쳐 반드시 필요한 요소에서의 공백이 발생할 것이고,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등 여러 암호화폐가 그 공백을 잘 메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은행 영업점이 운영을 중단했다. 탈레반 반란군이 이미 일부 은행과 해당 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몰수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은행에서는 사람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탈레반 새 정권이 들어서면 축출된 지난 아프간 정부의 화폐를 없애고 신권을 발행함으로써 사람들이 그간 쌓아온 재산을 없애버릴 거란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아프간 국민들이 계속해서 생활을 이어나가거나 국외로 탈출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해외에 있는 기부자들은 이들을 돕고 싶어하지만 기존 금융 시스템을 통해서는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때 비트코인 개인 지갑으로 직접 송금을 하는 쉬운 방법이 있다.

아프간 사람들이 힘들고 위험천만한 피난길에 올라야 할 때, 적어도 암호화폐를 가지고 있다면 재산을 해외로 송금하기가 더 수월할 것이다.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전쟁 난민들은 옷단 속에 금붙이를 바느질로 꿰어 숨겼는데, 그래서 도둑이나 부패한 관료들에게 빼앗길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 세계 어디에든 사용할 수 있는 비트코인 개인지갑 주소에 돈을 보내놓으면 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런 일이 가능해진 것은 마붑의 혁혁한 공 때문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아프간 여성들의 디지털 기술과 컴퓨터 교육을 위해 헌신의 노력을 다했으며, 그 결과 비트코인을 이용해 현재 망가져 가고 있는 기존 금융 시스템을 우회할 지식적 기반을 다졌다.

지난 19일 밤, 마붑은 “우리가 지난 수년간 고등학교 교육을 위해 노력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며 “어린 학생들이 컴퓨터를 배울 수 있다면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지금은 모두가 비트코인 사용법을 배우려 한다. 또 그래야만 한다”고 말했다.

(마붑의 프로젝트를 위해 기부를 원하시는 분들은 암호화폐를 송금할 수 있는 디지털 시티즌 펀드(Digital Citizen Fund) 링크를 클릭해주기 바랍니다.)

출처=Sohaib Ghyasi/Unsplash
출처=Sohaib Ghyasi/Unsplash

양날의 검

하지만 비트코인이 정치, 도덕적으로 중립성을 띤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비트코인은 돈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제와 예금 수단으로 또 누가 비트코인에 특히 관심을 보일까를 생각해본다면 이 문제는 중요하다. 그렇다. 바로 탈레반이다.

미국은 이번 주 미 연방준비은행에 예치돼 있는 70억달러(약 8조2800억원) 상당의 아프가니스탄 중앙은행 보유고에 탈레반이 접근할 수 없도록 발 빠른 조치를 취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이 아프가니스탄에 지급하기로 한 4억달러(약 4700억원) 규모의 원조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중단시킬 예정이다. 유럽 정부들과 국제결제은행(BIS)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한조치를 가할 것으로 보여 이제 탈레반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에 처했다.

아즈말 아마디 아프가니스탄 중앙은행 전 총재 대행은 탈레반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많아야 전체 외환보유액의 0.1~0.2%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본인 소유라 믿는 자금에 기업 또는 단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중개 주체가 중간에서 막고 나서는 또 다른 예시인 것이다. 다만 이번엔 그 피해자가 여성들을 상대로 폭력적이고 중세 시대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극단주의 정권인 것뿐이다.

또 탈레반의 주 수입원은 불법 마약 거래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편 생산을 위한 토지 면적이 지난해 40만5000에이커(acre)에서 55만4000에이커까지 늘었다고 한다. 해외에서 법정통화 자금 이동에 제약이 생긴 탈레반에게 익명으로 송금이 가능한 비트코인(아니면 다른 암호화폐)이 마약 판매 대금을 챙길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차악의 선택

그렇게 되면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내는 비트코인 해외송금 규제를 완화해 절박한 아프간 국민들의 피난을 도와야 할까, 아니면 암호화폐 송금을 원천 봉쇄해 탈레반의 자금줄을 끊어놓아야 할까?

이 질문은 조만간 고려할 가치도 없게 될 수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내놓은 이른바 트래블룰(travel rule, 자금이동규칙)이 시행되면 감독당국의 규제를 받는 거래소(예: 뉴욕 거래소)에서 사용자 신원정보가 없는 비수탁 지갑으로 암호화폐를 송금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고객신원확인(KYC) 절차를 위해서 암호화폐 거래소에 신분증을 제시할 수 없는 아프간 여성들에게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더 깨어있는 감독당국 관계자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보다 선별적인 접근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

법 집행 당국은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같은 기업들이 제공하는 블록체인 포렌식 툴을 활용해 탈레반이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비수탁 주소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고객신원을 이미 확인한 비영리 단체에서 관리하는 주소에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을 송금하는 것을 감독당국의 규제 대상이 되는 서비스 제공업체가 허가하도록 할 수도 있다. 자금이 최종적으로 흘러 들어가는 지갑 주소가 위험성이 낮은 소액 지갑일 경우, 지갑 소유자의 신원을 당국에서 직접 확인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디지털 화폐 송금 규제를 완화해야 할 순간이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 시기다.

마붑은 “우리가 고국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지금은 매우 도전이 따르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우리는 이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모두에게 교육, 기술, 디지털 화폐를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꿈을 좇을 권리도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말했다.

 

비활성화

지난 늦봄과 초여름의 침체기를 지나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달 일부 회복됐을 때 투자자들은 반색했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글래스노드(Glassnode) 자료를 토대로 만든 활성 주소 차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글래스노드/코인메트릭스/코인데스크
출처=글래스노드/코인메트릭스/코인데스크

최근 들어 노란 선이 상승곡선을 그린 것은 비트코인 가격이 회복됐음을 의미하는데, 비트코인 가격은 기사 작성 시간을 기준으로 1개월만의 최고 수준인 개당 4만8343달러(약 5700만원)를 기록했다. 그에 비해 비트코인 활성주소 수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 현재 활성주소 수는 여전히 지난해 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비트코인을 대량 매집하는 이른바 ‘고래’ 계정이 최근 랠리를 주도하고 있는 점이다. 비트코인이 지난해 12월 1만달러(약 1100만원)였다가 올해 4월 6만4888.99달러(약 7600만원)로 단기간 급등하며 신고점을 기록했을 당시 상승장에 편승했던 일반 투자자들은 여전히 무관심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5월 하락장에서 손실을 본 이들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게 될지, 아니면 다시 한번 상승장에 뛰어들 준비가 됐을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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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tal 2021-08-25 15:19:50
해외송금문제도 그렇고 아프간 여성에게도 현시점에서는 비코의 실질사용이 답인듯합니다.다만 어떻게 실질적으로 사용하게 될지가 지켜볼 문제인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