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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79화

[마이클 케이시] 잭 도시의 인플레이션 발언은 맞다. 어느 정도는

2021. 11. 02 by Michael J Casey
잭 도시 스퀘어 CEO. 사진=코인데스크
잭 도시 스퀘어, 트위터 CEO. 사진=코인데스크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지난 10월23일 트위터(Twitter)와 스퀘어(Square)의 최고경영자(CEO)인 잭 도시가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 사회에 주는 위협에 관한 트윗을 올리며 주류경제와 정치 논객들 사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잭 도시의 트윗]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며,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MSNBC의 앵커 크리스 헤이스는 잭 도시의 트윗을 가리키며 “많은 것을 보여주는 트윗”이라고 표현했다가 이후 “모든 게 그가 가상자산에 깊이 빠져있어서 시작됐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헤이스는 최근 미국의 고물가 현상을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 부르는 것이 구충제 이버멕틴(Ivermectin)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홍보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와이어드(Wired)의 칼럼니스트 버지니아 헤퍼만은 도시의 트윗을 “비상식적일 정도로 경솔”하다고 표현하며, 그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은 자기중심적 예언이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반면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는 많은 이들이 잭 도시의 발언에 찬사를 보냈다. 미국인권재단(Human Rights Foundation)의 최고전략책임자인 알렉스 글래드스타인은 헤이스의 관점이 지나치게 편협하며, 도시는 그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인플레이션 현상을 말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나는 또 다른 비트코인 투자자인 캐시 우드의 더 신중한 관점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는 데이터상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징후가 나타난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란 용어는 보통 월 50%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 물가가 연평균 약 1만3000% 상승할 경우 사용된다(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5.4% 상승했으며, 이는 30년 만의 최고치이긴 하나 과거 바이마르 공화국이나 2000년대 짐바브웨 등과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번 칼럼에서 이번 일이 어떻게 인플레이션의 기원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억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또 나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견지하는 관점이 이 모든 것 중 가장 큰 위험요인을 이해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기틀을 마련해준다고 주장한다. 

바로 정책 입안자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 저하를 말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신뢰 저하는 현재 금융 시스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뿐만 아니라, 현 시스템이 완전히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헤지수단이 되는 비트코인이 최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지난해 3월보다 가격이 무려 20배나 상승할 수 있었던 주원인이기도 하다.

미국에 권력을 안겨주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진 달러의 준비통화로서의 지위가 이제는 연준의 통화 주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균형 잡기 게임

중앙은행 관료들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 지를 알기 위해서는 와이어드 칼럼니스트 헤퍼만의 주장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헤퍼만은 “잭 도시가 트윗에서 쓴 문제의 단어는 실제로 그것이 일어나길 바라는 게 아니라면 꺼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캐슬 아일랜드 벤처스(Castle Island Ventures)의 파트너 닉 카터가 지적한 것처럼 헤퍼만은 ‘인플레이션은 기대감 때문에 발생한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신념을 말한 것이다.

즉, 사람들이 물가 상승을 기대할 때, 그들은 자신이 가진 재화나 용역의 가격이나 임금 인상을 요구함으로써 자신의 구매력을 선제적으로 보호하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감 역시 강화시키고, 이들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행동하면서 물가 상승률을 올리는 소용돌이 효과를 낳는다는 주장이다.

카터의 지적대로 이런 이론은 중앙은행 관료들을 메시지 전달에 더욱 집착하게끔 만든다.

메시지 전달과 관련된 우려는 지난 10년간 특히나 중요해졌는데, 다만 당시 연준은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아닌 그 반대 상황인 디플레이션이 가져오는 소용돌이 효과를 걱정했다. 물가가 하락할 거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면 사람들은 지출을 미루게 되고, 이는 재화와 용역의 수요를 줄여 결국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연준 내 표결권을 가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2인은 채권 시장의 사고방식을 조작해야만 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실상 제로금리를 유지해온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를 ‘양적완화(QE)’라는 정책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해 왔다. 양적완화란 막대한 양의 돈을 찍어내 수조달러어치의 채권과 기타 자산을 매입함으로써 시장 금리를 낮추고 신용 흐름을 유지하는 정책이다. 이로써 연준과 시장의 심리적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게 된다.

연준은 한편으론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과도한 우려를 채권 거래자들이 지나치게 걱정할까 봐 걱정했다. 연준이 너무 일찍 채권 매입을 중단함으로써 시장 금리를 올리고, 성장을 둔화시키며 인플레이션을 잡을 거라고 거래자들이 생각할 경우,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너무 일찍 매도해 지속력 있는 회복이 자리 잡기도 전에 원치 않는 금리인상 효과가 나타날 위험이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연준은 자신들이 시장에 걱정할 게 없다는 메시지를 너무 공공연하게 전달할 경우 자산 가격의 상승을 부추겨 버블 위험을 조장할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

연준이 이처럼 까다로운 균형 잡기를 하는 동안 연준의 정책에서는 실제 이행된 결과보다 연준 입에서 나오는 말이 더 중요한 게 돼 버렸다(향후 정해지지 않은 기간 동안 연준 목표치를 넘어서는 인플레이션 수준을 용인할 것이란 발언이 그 예다).

생각해보면 세계 준비통화에 대한 통화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진 12인으로 구성된 하나의 집단이 전 세계 수십억 인구의 두려움과 희망을 추측하고 관리하며, 이기적이기로 유명한 월가 트레이더 커뮤니티와 메타 레벨의 심리전을 통해서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정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금과 연동된 경화(hard money) 시스템이 사회의 기반이었던 시절 통화 정책을 수립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재량권이 주어지지 않았었는데, 이 시스템이 붕괴되고 법정통화 시스템이 탄생하면서 불가피하게 생겨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executium/unsplash
출처=executium/unsplash

비트코인 본위제

비트코인은 이론상 이 같은 심리전이 있을 수 없다. 비트코인에 불확실성은 없다. 소비자나 생산자, 채권시장 자경단 입장에서 좋든 싫든, 비트코인은 2140년까지 최대 공급량이 2100만개로 정해져 있는, 예측 가능한 속도로 생성되는 화폐다. 그리고 이 속도를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다.

이론상 이처럼 예측 가능한 시스템에서는 누군가의 발언이 해를 끼칠 수 없다. 그게 장광설을 늘어놓는 잭 도시든, 단어를 잘못 택한 중앙은행 관료이든 말이다. 왜냐하면 인플레이션을 정의하는 결정적 요소인 화폐 공급량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관점은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통화적 현상”이라고 말한 통화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명언과 궤를 같이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프리드먼의 말이 통화 여건에 변화가 없으면 물가 변동이 없다는 뜻이 아니란 것이다. 물가는 언제나 수요와 공급 여건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통화 왜곡이 없을 때 일회성 물가 변동은 안정성을 이루기 위한 기제를 제공한다. 시장이 균형을 찾을 때까지 해당 재화나 용역의 수요와 공급이 그에 따라 조절되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은 이런 일회성 물가 상승이 아닌 인플레이션을 지칭한 것이며, 그는 인플레이션을 경제의 일반적인 물가 수준이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하는것”이라 정의했다. 프리드먼의 주장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은 통화 확장 정책이 시행될 때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하다면 유통되는 화폐의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물가상승 사이클이 나타나게 된다.

출처=Cytonn Photography/Unsplash
출처=Cytonn Photography/Unsplash

신뢰

통화 여건이 물가상승에 상당히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반박할 중앙은행 관료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 압력이 자신들이 만든 정책에서 기인했다는 비난을 원치 않는 그들은 그런 여건을 만든 자신들의 역할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교정하려 애쓴다. 즉, 수요와 공급, 가격 기대감을 형성하는 소비자와 생산자, 투자자들의 결정을 바꾸는 것이다.

중앙은행 관료들은 최적이 아닌 시장 행위, 특히 비이성적인 집단행동이 금융 위기를 야기하는 몇몇 대표적 예시들을 언급하곤 한다. 여기에는 금이나 비트코인 같은 경화를 사재기해 화폐의 희소성을 악화시키고, 거래량을 축소시켜 디플레이션을 조장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하지만 그들이 너무나 자주 간과하는 더 큰 위험은 바로 그들이 대중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특히 법정통화 기반의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큰 우려로 대두된다. 대중의 신뢰 없이는 제아무리 신중히 재단된 신호나 메시지도 의미를 잃게 된다.

통화 시스템은 마치 추처럼 움직인다. 자유재량으로 정책을 입안하는 관행으로 인해서 신뢰가 무너진 상황을 상쇄하기 위해 경직된 경화 여건을 택했다가다시 성장을 위한 통화 부양책을 취하기 위해 경직성을 버리기도 한다.

지난 10년간 자산 가격의 인플레이션 현상은 극심해진 데 비해 일반 대중의 중위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불평등한 성장을 경험한 우리는 이제 전자의 단계로 들어설 수 있다. 지금 우리는 1970년대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경제를 다루는 정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지지할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질 위험에 처해있다.

그래서 지금처럼 물가 상승률이 조금만 상승해도 사람들은 당연히 이게 더 큰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고려해야 할 위험요인을 논의 대상으로 둔다는 의미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언급하는 것은 용인돼야 한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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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상 2021-11-02 17:19:13
좋은 내용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