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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91화

[마이클 케이시] 메타버스 이야기의 주인공은 누구?

2022. 01. 25 by Michael J Casey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가 메타버스 세계에 개발된다. 출처=제임스타운
출처=제임스타운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IRL(In Real Life, 현실 세계).

이 약자는 우리 모두가 실제 존재하고 있는 일반적인 오프라인 세계를 가리키는 준말이 됐다. IRL이란 투자자, 기업가, 미디어 논객들의 관심이 점차 커지고있는 새로운 디지털 대안 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가 아닌 그 외의 영역을 말한다.

‘현실 세계’란 단어는 우리 몸이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을 떠오르게 한다.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말이다. 더 나아가 이 단어는 메타버스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이 같은 논리가 완벽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벤 헌트는 그들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지적한다.

독자들에게 풍부한 사고의 기회를 제공하는 에세이 작가 벤 헌트가 얼마 전 메타버스를 주제로 우리가 하루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설명한 역작(3부작 중 첫 번째 에세이)을 내놨다(그는 엡실론 이론(Epsilon Theory)에서 경제와 금융 현상을 분석하면서 시와 철학,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접목시킨 글을 다수 게재한 바 있다).

그가 이런 글을 쓴 이유가 뭘까? 메타버스가 인류의 문명을 정의하는 모든 요소와 마찬가지로 실제 존재하기 때문이다.

헌트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메타버스란 개념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내러티브(이야기) 구축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돈을 다시 생각하다’ 뉴스레터와 팟캐스트에서 우리가 자주 다뤘던 아이디어와 관련이 있다.

바로 인간의 모습과 삶의 양태를 정의하는 종교, 국가, 법, 신원 그리고 돈과 같은 제도들은 사회가 만든 개념이며, 우리 모두가 암묵적으로,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믿는 공유된 이야기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야기가 가진 힘을 주제로 유명한 글을 썼던 내가 칼럼에서 자주 인용하는 유발 하라리의 경우, 인간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정당성을 의심해 볼 사유가 되기는커녕 이를 믿는 집단적 신뢰로 인해 제도에 권위가 부여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처럼 이야기는 강력한 힘을 지녔지만 동시에 변하기도 한다. 새로운 이야기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다. 작가 닐 게이먼은 “아이디어를 죽이는 게 사람을 죽이는 일보다 어렵지만, 결국엔 아이디어도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헌트는 “과거엔 노예제가 존재했고, 결투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것도, 왕의 신성한 권리란 개념도 있었다. 쓰레기 무단투기라든지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 프라이버시는 예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이었다”고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인터넷’은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서 인터넷이란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하고, 비트와 바이트를 전송하는 라우터나 스위치, 광섬유 케이블, 와이파이 모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공개 담론이 일어나고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가 생겨나며, 일상생활이 모니터링, 평가되고 삶에서 행동 기준이되는 추상적 ‘공간’을 뜻한다. 이 같은 의미의 인터넷은 집단적 상상의 힘으로 생겨난 개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메타버스 역시 우리의 상상 속에서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단시간에 이뤄지진 않을 거다. 메타버스의 모습과 의미, 그리고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하게 될 것이다. 개개인이 진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 그럴 것이다.

헌트는 여기서 비유적 예시를 하나 제공한다. 과거 우리가 눈에 안 보이는 ‘마이크로버스(microverse)’가 실제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였던 것처럼, 과학의 도움으로 미래의 메타버스도 그런 선례를 따르지 않을까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버스란 바이러스와 기생충, 기타 미생물의 영역으로, 이후 우리는 해당 영역에 대한 조작(가끔은 악의적인 방식으로)까지도 가능해졌다.

또 그는 메타버스의 진화를 진두지휘하는 데 있어 과도한(그리고 부당한) 힘을 가진 인물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를 꼽으며, 과학자들에게 미생물의 유전적 변이를 변형할 권한이 있는 기능획득 연구(gain-of-function research)의 인터넷 버전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재 떠오르고 있는 실체적 현상인 메타버스가 인류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게 하는 건 우리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출처=Stephen Leonardi/Unsplash
출처=Stephen Leonardi/Unsplash

실재하는 외계 생명체

이 같은 사고방식은 내게 아주 익숙하다. 몇 해 전 영광스럽게도 나는 디지털 미디어 기업가 올리버 러켓으로부터 ‘소셜 오가니즘(The Social Organism)’이라는 책을 공동 집필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 책은 소셜 미디어를 사실상 생물학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책이었다.

러켓은 유전자가 생물학적 진화를 이루듯 인류의 문화 역시 밈에 의해 진화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이는 트위터(Twitter)에 있는 아이디어들이 논의를 이끄는 것 그 이상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1975년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라는 책에서 밈이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하며, 인간의 아이디어는 핵심적인 ‘복제 단위’ 사이의 경쟁에 의해서 확산된다고 말했다.

소셜 오가니즘에서는 인터넷이 이 프로세스를 보다 본격적으로 활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트의 에세이는 이 같은 생물학적 비유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그는 “이야기란 사람처럼 실존하며 살아 숨 쉬는 존재다. 이야기가 살아있다고 하는 건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나는 바이러스가 외계 생명체인 것과 같이, 이야기가 외계 생명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야기가 외계 생명체라고? 여기서 헌트는 ‘외계’라는 단어를 ‘처음 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그는 이야기와 바이러스 모두 인간차원의 매크로버스(macroverse) 안에서는 관찰할 수 없거나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크로버스란 뉴턴 물리학과 DNA에 기반한 다세포 생물로 이루어진 친숙한 세계로, 인간이 과거 이곳에서 삶을 영위했고 현재도 영위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러할 세계다.

인류가 바이러스와 마이크로버스를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메타버스도 결국엔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또는 무엇이 이를 통제하냐는 것이며, 따라서 초기에 이야기를 만드는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주 칼럼에서 말한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이 새로운 웹의 필수 요소가 되든 안 되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웹2 시대에 우리가 저질렀던 실수를 또다시 반복함으로써 중앙화된 기업들이 대중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하는 쪽으로 웹3를 만들어가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헌트는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꾼 저커버그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메타버스 이야기의 진화를 이루려는 전투에서 그가 공격적인 초기 공략을 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는 엡실론 이론에 게재할 3부작 에세이 중 두 번째 에세이(제목: 내러티브와 메타버스, 파트2: 기능획득)에서 이 주제를 좀 더 다룰 것으로 보인다.

헌트의 관점은 운명론적 관점이 아니다. 우리는 메타버스를 통제하려는 거대한 힘에 저항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반격할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헌트는 “이건 우리 삶의 전투다.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인류의 삶에 있어서 벌어지는 전투다. 인간 자유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매크로버스가 아닌 메타버스에서 결정되며, 우리가 저항의 힘을 보여줘야 할 곳은 바로 이곳이다. 먼저 우리는 글을 써 메타버스를 바라볼 것이다. 그런 다음 노래를 만들어 메타버스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맑은 눈과 용기 있는 심장이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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