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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시 생각하다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98화
[마이클 케이시] 엘리자베스 워런이 비트코인 혐오하는 이유
2022. 03. 14 by Dave Morris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출처=위키피디아 커먼즈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출처=위키피디아 커먼즈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이번 주 칼럼은 마이클 케이시를 대신해 데이비드 모리스 기자가 썼다.

이번 주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일전에 공약했었던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한 행정명령이 공개됐다. 다수의 말에 따르면,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내 여러 기관들과 감독당국 간 가상자산 공동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와 논의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신중하면서 균형 잡힌 성격의 명령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금융 규제당국이 관할권을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냉전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더욱 중앙화된 접근법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듣지 못했다.

하지만 거의 10년 동안 규제당국에서 급진적 신기술인 가상자산 기술에 관한 법규를 개정하거나 명확화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은 채 법 집행 과정에서 개별 개인이나 기업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았던 것을 고려하면, 정부에서 단순히 법규의 명확화를 요구한 것만으로도 환영받을 만하다.

또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점은 이번 행정명령이 가상자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크게 바뀔 시기에 맞춰 내려졌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야만적으로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전 세계에서 1억달러에 가까운 가상자산 기부금이 모여들면서 오픈 파이낸스(open finance)의 유용성을 잘 보여줬다.

가상자산 기부금은 동맹국 정부들의 원조보다 훨씬 앞서 도착했고, 우크라이나 군대에 공급될 휴대용 식량이나 방탄조끼 등 물자를 구입하는 데 직접 사용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대가로 내려진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유의미하게 사용하지는 않을 거란 합의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일부 규모의 이유 때문이기도 하나(오늘날 러시아 같은 중간 규모의 경제도 가상자산으로 100% 운영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 주된 이유는 가상자산의 내재적인 추적 가능성 때문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수년간 가상자산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현재 수많은 규제기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정적 이야기를 약화시키고 있다. 초창기 실크로드(Silk Road) 같은 다크넷 시장과의 연관성, 그리고 북한 랜섬웨어 해커들이 해킹에 가상화폐를 사용했던 유명한 사례들로 인해 가상자산은 주로 범죄자들에게 유용한 거래 수단이란 합의가 우리 사회 내에서 기본적으로 형성됐다.

또 일부 정치 이론가들은 사이퍼펑크(cyberpunk) 창립자들이 추구하는 자유주의 가치를 보고 가상자산은 내재적으로 반사회적 특성이 있다는 주장을 빠르게 내놨다.

하지만 가상자산이 우크라이나에 미치고 있는 실질적인 영향을 보면 이런 부정적인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만큼은 선의를 가진 사람들에게 가상자산의 이점이 우세해지고, 가상자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방식으로 글로벌 친민주주의 커뮤니티를 하나로 뭉치게 하고 있다.

 

가상자산 회의론자들의 오류

이렇듯 가상자산과 관련해 바이든 정부 체제는 진일보하고 있는 반면, 일부 유명 정치인들은 안타깝게도 여전히 이 같은 현실의 복잡성을 주목하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대신 그들은 가상자산을 내재적으로 범죄성이 있고, 불법적이거나 반민주주의적이라 해석했던 초창기 시각에 맹렬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과 최근 한 증언 자리에서 이상 발언을 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다.

워런은 오랫동안 가상자산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왔기에 그가 가상자산을 반대한다는 건 거의 기계적으로 예측 가능할 정도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도주의적 위기에 맞서 워런은 러시아가 가상자산을 이용해 경제제재를 피해 갈 수 없도록 막는 법안을 발의하는 데 집중해왔다. 미국 재무부 내에서조차 추가적인 법규 제정은 필요치 않다고 확실히 입장을 밝혔음에도 말이다.

워런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을 최근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서도 비슷하게 볼 수 있었다. 금융 연구원이자 개혁가인 로날드 폴은 최근 파월 의장이 한 몇몇 발언들을 강조했다. 파월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가 막고자 하는 남용의 예시 증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파월 의장은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가상자산이 테러자금 지원 용도와 조세 회피 등 일반적인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언론에서 듣고 접하고 있긴 하나, 얼마나 많은 가상자산이 이 같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고 인정했다.

폴은 이 청문회를 “신비한 주문과 근거 없는 믿음에 근거해 정책 입안자들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법규를 제정할 것을 요구하는 비선출직 엘리트들”이라고 요약했다.

이 같은 신비한 본질주의는 현실정치 때문에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즉, 다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람들이 실제 생각과는 다른 말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파월 의장과 같은 고위직 관료는 현재의 단일화된 결제, 금융 시스템이 분열될 경우 달러의 우세한 지위가 위협받을 거란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엄청난 위험에 놓일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경제제재를 피해 갈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함으로써 그보다 더 큰 위협을 제거할 수 있다면 파월은 그렇게 할 것이다.

워런이 가상자산에 적대적인 이유는 소비자를 상대로 한 사기에 대한 오래된 우려 때문이다. 이런 우려로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신설에 앞장서기도 했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 중에서 투자 사기와 해킹 절도가 가장 많은 것을 볼 때 물론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워런이 50세 가까운 나이였던 90년대 중반 완고한 보수주의 공화당원에서 좌파 민주당원으로 변모하며 당을 이적했다는 사실과 관련해 나 역시 나만의 지론이 있다. 공화당 의원들에 비해 민주당이 가상자산 규제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워런이 가상자산을 증오하게 된 것은 당을 옮긴 그의 열의와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 이적한 집단에서 소속감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입장은 사실에 입각한 게 아니다.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상자산 운영 방식을 실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전체 미국인의 4%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상자산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려면 적어도 그게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해야 하지 않겠는가.

집단 내 소속감, 현실정치의 잘못된 호도, 신비한 주문이 건전한 정책 입안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파월 의장과 워런 의원은 사실상 가상자산과 관련해 실제 수치가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수치를 이미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작은 범죄에 있어서조차 달러에 비해 가상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음에도, 특히 워런의 경우 가상자산은 범죄행위를 위한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는 듯 보인다.

마치 실제로 코드에 쓰여 있는 악마처럼 부패를 조장하는 요인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르네상스 시대에 권위 있는 종교 지도자들이 악마의 코드(불협화음을 만드는 3온음으로서 종교 음악에서 보통 사용이 금지됨)를 바라봤던 시각과 그리 다르지 않다.

출처=Dave Herring/Unsplash
출처=Dave Herring/Unsplash

제롬 파월은 장 폴 사르트르와 친해지길

당연히 기타 코드 하나로 악마를 불러낼 순 없다. 비트코인이 경제제재 회피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가상자산을 비판하는 무리 중에서 기술적으로 좀 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솔루션’이라며 조롱을 하기도 하는데, 실은 맞는 말이다. 여기에 관해선 바로 뒤에 더 설명하도록 하겠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보다 합법적인 용례가 6배나 빠르게 늘고 있다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단속 건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가상자산이 범죄자들을 위한 최고의 거래 수단이라 인식하는 종교에 가까운 확신에 비하면 적어도 더 옳은 주장이다. 앞서 말한 시각은 중세를 넘어서 고대의 사고 패턴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 같은 시각을 타파함으로써 현대에 와 모든 사회, 경제적 발전이 가능했다.

부득이 환원주의적이라 할지라도 미신부터 이성까지의 영역을 두 사상가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 편리할 것이다. 먼저, 형상 이론을 주장한 플라톤은 물질 세상에 실존하는 모든 사물들의 본래 모습이 현상 세계 밖 보이지 않는 먼 세상에 존재하는 원형들의 불완전한 복사체라고 했다. 플라톤의 관념론은 선사시대에 물활론적, 주술적 종교에서 벗어나 기독교, 이슬람교처럼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고차원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유신론적 종교 시스템으로 전환하게 된 과정을 잘 보여줬다.

그로부터 200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야 그와 반대되는 사상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얻게 된다. 형상이 가장 고차원의 현실이라 믿은 플라톤의 사상과는 반대로, 20세기 프랑스 사상가였던 장 폴 사르트르는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주장을 했다. 이 격언의 핵심은 현실의 존재에는 본래 본질이 없으며, 존재의 중요성은 실제 일어나는 사건과 현실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기거나 발견된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출처=플리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출처=플리커

사르트르가 주로 관심을 가진 것은 인간의 본성이었다. 그는 인간 본성이 신이나 다른 외부 요인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유연성을 지녔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르트르의 관점은 실존주의라는 큰 사상운동의 핵심이었다. 사르트르의 사상은 그보다 앞선 시대를 살았던 사상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며, 더 넓게는 계몽주의 혁명의 영향을 받았다 말할 수 있다.

그의 이성에 관한 사고는 복잡한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나, 사르트르는 기본적으로 교리가 아닌 증거와 경험을 강조했던 계몽사상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쉽진 않겠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역시 이런 관점에서 분석해야 할 것이다. 결국 비트코인은 디지털 자유주의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고도로 정치화된 사이퍼펑크 커뮤니티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위대한 소설이나 교향곡이 그러하듯, 혁명적인 시스템이 가진 의미는 이를 만든 사람이 미리 정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비트코인 백서는 ‘중개자 역할을 하는 제3자 없이 디지털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보편적으로 가치 있는 매우 제한적이며 온전히 기술적인 목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디지털 현금이 실현된 이후 10년 동안 가상자산 커뮤니티는 급진적 혁신기술인 가상자산의 실제적 의미를 예측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가상자산의 새로움이란 성질은 그 설계에 잘 반영돼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기본적인 작업증명(PoW) 토큰은 애초에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도록 설계됐다. 인센티브가 매일 채굴 수요를 변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의 오픈소스 개발 프로세스가 코드를 업데이트한다. 기본 템플릿이 포크되거나 재설계돼 완전히 새로운 블록체인이나 합의 메커니즘으로 탄생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활용 방안을 연구하는 공동 프로젝트 중 다수가 이론에 치중됐던 반면 실용적인 연구도 많았다(가상자산 프로젝트나 스타트업 대부분이 사실상 향후 발전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소규모로 실험해보는 케이스였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대체불가능토큰(NFT)나 다오(DAO, 탈중앙화자율조직) 등 예술과 시민사회 영역을 바꿔놓을 놀라운 잠재력이 있는 진정으로 급진적인 성격의 이용 사례들이 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다오는 성급한 규제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발목 잡는다는 말은 흔히 듣는 말이지만 이 경우엔 특히나 그렇다. 가상자산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며,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성 있는 믿음이라 할지라도 이를 근거로 법규를 마련하는 건 실수가 될 것이다.

금융 시스템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통제권을 누가 가져가야 할지에 대해 이상화된 플라톤적 비전을 근거로 법규를 제정한다면 이는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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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드 2022-03-14 15:48:25
나는 항상 혐오했지 근데 뭐야 끊지를 못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