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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시 생각하다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101화
[마이클 케이시] NFT가 연예 산업 바꾸려면 자본력이 있어야 한다
2022. 04. 05 by Michael J Casey
출처=Venti Views/Unsplash
출처=Venti Views/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진짜 펑크다운 게 뭔지 아는가? 바로 10억달러다.”

지난 3월28일~31일 개최된 NFT.LA 행사 도중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 말은 음반 매니저에서 대체불가능토큰(NFT) 투자자로 변모한 웨이브 파이낸셜(Wave Financial) 공동 창립자 레 보르사이가 한 말이다. NFT.LA는 미국에서 개최된 수많은 NFT 행사 중 가장 최근 열린 행사로, 스토리텔링에 있어 세계의 수도라 할 수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최된 콘퍼런스였다.

가상자산 커뮤니티에는 언제나 펑크와 반항, 기득권에 대한 저항적 표현으로 대두되는 정신이 깊이 자리해왔으며, 특히나 ‘비허가성 혁신(permissionless innovation)’이라는 블록체인의 원칙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비허가성’이란 개념은 블록체인 기술에서 개인간(P2P)의 직접적인 가치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오픈소스 프로토콜과 탈중앙화된 검증 네트워크에서 생겨났다. 예를 들어 개발자들은 웹2 인터넷 플랫폼이나 은행, 정부의 허가 없이 애플리케이션을 마음대로 구축할 수 있다. 비록 각각의 블록체인들이 진정으로 검열저항적인 성격을 띠는지 그 정도에 대해선 논란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비허가성이란 건 탈중앙화된 아키텍처가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는 개념이다.

나는 LA에 사는 수많은 디지털 아티스트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됐다. 그들이 자신의 아이폰을 꺼내 근래에 받은 NFT 드롭이나 다른 창의적 모험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걸 들으며 나는 블록체인 분야의 비허가성을 강화할 보다 강력한 원천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돈이다.

NFT는 현재 엄청난 자본을 창출해내고 있으며, 그와 비례해서 LA에서는 과거에 비해 더 큰 규모의 자본이 크리에이터의 손에 들어가고 있다. LA는 전통적으로 음반사, 영화사, 연예 기획사 등이 예술과 연예계 경제를 좌지우지해 온 곳이다.

이 중 대부분이 달러로 바꿔지지 않고 본래 생겨난 이더(ETH) 생태계 안에 그대로 있으며, 현재 블록체인 업계의 새로운 투자처들에서 쓰이고 있다. 간혹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베트(bet)에서 투자효과 극대화를 위한 레버리지로 활용되거나, 크리에이터들이 자금을 끌어와 창의적인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끔 하는 다오(DAO, 탈중앙화 자율조직) 운영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출처=Mackenzie Marco/Unsplash
출처=Mackenzie Marco/Unsplash

돈은 중요하다

이 같은 돈과 창의성 사이의 선순환 구조가 적어도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론 NFT 붐과 함께 NFT.LA 같은 콘퍼런스(지난해 이와 비슷한 생각을 낳은 NFT.NYC 콘퍼런스 등)에서 생겨나는 에너지가 모두 지속가능하지 않은 버블의 결과물인 헛바람일 수도 있다.

먼저 NFT 지식재산 관련 법 체계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또 콘텐츠 관리 권한이 오픈시(OpenSea) 같은 거대 마켓플레이스나 유가랩스(Yuga Labs)의 보어드에이프요트클럽(BAYC) 등 크리에이터 프로젝트에 의해 중앙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즉, 새로운 중개 주체가 이전 중개 주체들을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의 기반이 되는 아키텍처가 현재 개발 중인 NFT 프로젝트들을 충분히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모두 담기엔 확장성 측면에서 아직 부족하다. 폴리곤(Polygon)의 한 개발자가 한 말처럼 “트랙을 미처 만들기도 전에 포뮬러원(Formula One) 경주차들이 먼저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들은 고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NFT를 뒷받침하는 법적, 기술적 체계가 진정으로 탈중앙화된 크리에이터 중심의 콘텐츠 경제를 완벽히 지원하진 못하더라도 많은 아티스트들은 현재 소비자 직접판매(D2C) 상품을 만들어 더 이상 돈 때문에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할리우드 중개주체들에게 개입하지 말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NFT 경제에서는 경제적 자유에 대한 가능성이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오늘날 예술이나 음반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2차 저작물, 크리에이터 간 협업, 팬들의 참여,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데 디지털 창작과 협업이 이전엔 본 적 없는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창의성의 발휘

영화감독 마테오 산토로를 보라. 그는 ‘시프트(SIFT)’라는 미래 영화촬영 세트장을 짓기 위해 ‘100 툼스톤(100 Tombstones)’ NFT 드롭의 일환으로 내게 아래와 같은 영상을 보내왔다. 영상 퀄리티만 보면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나 픽사(Pixar)에서 만든 고예산 작품 같지만 실은 대부분을 그가 혼자 작업한 것이다. 집 차고에서 다소 허술하게 만든 세트장이지만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 기술과 넘치는 상상력으로 그는 영화감독, 애니메이션 제작자, 배우, 프로듀서 역할을 1인 다역으로 해내며 프로젝트 전체를 이끌고 있다.

이 영상은 거대 할리우드 영화제작사들을 떨게 할 것이다. 디스토피아적인 이미지를 말하는 게 아니다.

또 다른 예로 새로운 예술 형태와 새로운 사업모델을 동시에 만들어낸 할리우드 배우 데이빗 비안치도 있다. 시를 기반으로 한 단편영화 제작비를 스포큰 워드(spoken-word) NFT를 통해 조달한 것이다. 그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숨을 쉴 수 없어(I Can’t Breathe)’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잊을 수 없는 묵상을 담았으며, 이 작품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에 더해 NFT 판매 수익금 전액을 조지 플로이드 재단(George Floyd Foundation)에 전달하기도 했다.

현재 비안치는 자신이 진행한 라이브 공연을 녹화한 뒤 첨단기술 효과를 입혀 관객과 관객이 아닌 사람들 모두가 즉시 구매할 수 있는 고유한 디지털 아티팩트(Artifact)를 생성하고 있다.

이는 ‘배고픈 시인’이란 오래된 비유에 정면으로 맞서는 접근 방식이다. 실제 의사로서 닥터 피스(Doc Peace)란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피스 우체는 여권 신장을 목표로 스포큰 워드 NFT를 출시했다. 그는 “데이빗 비안치가 불을 지폈다면, 나는 여성 스포큰 워드 아티스트로서 그 횃불을 들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이런 새 모델은 단순히 이미 자리 잡은 기존 크리에이터들에게 새로운 작업 방식을 찾게 해 줄 목적으로 나온 게 아니다. 젊은 크립토 네이티브들은 이전엔 신흥 아티스트들이 거의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자본을 창출하고 있다. 그 예가 18세의 유명 비주얼 아티스트 겸 큐레이터인 다이애나 싱클레어다. 오는 6월에 열릴 코인데스크US의 컨센서스(Consensus) 2022 행사에 그도 초대될 예정이다.

빠르게 이룬 성공이 싱클레어를 자만하게 만든 것 같지는 않다. 지난달 초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XSW) 행사에서 그는 아트 프로젝트를 선보였는데, 이 때 줄지어 기다린 많은 사람들이 그와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셀카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해당 행사에 참석한 이들 중 내가 대화해본 이들은 모두 싱클레어가 품은 비전과 공감 능력, 리더십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진보주의자들은 NFT 경제에 넘쳐나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자본이 이미 배타성과 과잉의 정신을 일부 만들어낸 것을 보고 자동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만화로 된 원숭이 아바타를 홍보하는 크립토 브로(crypto bro)들이 모인 클럽이 정확히 어떻게 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걸까?(나는 이 질문에 대한 잠재적 해답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다른 칼럼을 통해 다뤄야 할 주제다.)

여기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막대한 자본으로 인해 생겨난 ‘과도함’을 그 돈의 힘으로 실현되는 ‘창의성’과 따로 분리시키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세상은 자본력을 갖춘 펑크들이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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