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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시 생각하다
정치계가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마이클 케이시] 인플레이션이 만들어낼 정치적 공백, 비트코인이 채울까?
2022. 05. 13 by Michael J Casey
출처=Olieman/Unsplash
출처=Olieman/Unsplash

1980년대 시대적 상황을 사람들은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로 칭했다.

1980년대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의 극단적인 긴축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한 미국 등 서방 경제는 수십 년간 더없는 호시절을 보냈다.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2%대로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완만하게 상승했다. 이를 계기로 연준의 독립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확고해졌고, 결과적으로 경제와 주식시장은 호황을 이루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몇 가지 큰 시련이 닥쳤다. 대표적으로는 2000년 닷컴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를 들 수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부자와 빈자의 격차는 월가가 창출한 정치 모델에 대한 환멸을 낳았다. 인플레이션은 경제적 의사결정에 수반되는 엄청난 불확실성과 압박을 의미했지만, 당시에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기억조차 희미해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경제적 팽창이라는 항로를 향해 가던 선박은 이미 그 뱃머리를 조금씩 뒤바꾸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현재의 물가 상승이 장기적인 글로벌 경제 전망에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또 BTC(비트코인)는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가?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이를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언급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개월간 비트코인 가격은 대개 주식시장의 상승 및 하락과 그 궤를 같이했기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은 지속적인 가격 불확실성이 경제 및 중요한 정치적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다. 


다시 짙어진 불확실성

3월 인플레이션률이 8.5%를 기록하자 연준은 인플레이션 증가 속도를 낮추기 위해 2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 가운데 미국인들은 비단 저소득층뿐 아니라 모든 계층의 전 국민이 지난 수십 년간 겪어보지 못한 경제적 딜레마와 매일 씨름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 비싸질지 모르니 지금 새 차를 사야 하는가? 아니면 임박한 경제 침체 속에서 직업 안정성부터 걱정해야 하는가? 사회 전체에 팽배한 이 같은 불확실성은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누구에게나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다.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돈 버는 방법을 터득한 일부 운 좋은 무리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결과를 초래한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980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재선에 실패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아르헨티나처럼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국가에서 수시로 반복되는 정권 교체 상황을 되짚어보는 것도 좋다.

이미 많은 사람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미 카터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갤럽 조사 결과 그의 지지율은 41.3%로 참담한 수준이었다.

바이든에 대한 우려에 스테그블레이션의 망령까지 더해졌다. 즉, 인플레이션과 실업의 이중고로 팬데믹 관련 공급망 붕괴가 촉발될 수 있는 것이다. 연준이 경기 침체 상황으로 몰아가더라도 총 수요를 완화하면, 이는 공급이 주도하는 비용의 가격 상승효과로 상쇄될 것이므로 결국 인플레이션 사이클을 깨트리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미 아마존과 애플에서 나온 소식을 보면,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한 중국의 봉쇄조치로 공급 문제가 촉발돼 이들 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는 자칫하면 스테그플레이션으로 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으로 정계에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코인데스크US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코인데스크US

정치 등식의 변화

이처럼 인플레이션은 현직 지도자들의 거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지금의 소위 ‘인플레이션 정치’는 1980년대 상황과는 사뭇 다를 수 있다. 당시에는 사회가 통치되는 방식에 대해 상당한 신뢰가 있었다. 그러나 PR 컨설팅 기업 에델만(Edelman)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이후 진행된 세계화 및 인터넷의 영향으로 사회적 혼란이 가속화되며 정부는 물론 기업, 사법부, 언론, 기타 주요 기관에 대한 신뢰가 대폭 줄었다. 

정치·경제적 의사결정의 관점에서 예측 불가능한 또 다른 계층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다시 출마한다고 가정해보자.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스윙보터(swing voter), 즉 조 바이든을 지지해서라기보다 딱히 마음을 정하지 못해 트럼프에게 반대표를 던진 사람들에게 그의 재출마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이들은 썩 내키지는 않겠지만 트럼프에게 표를 던져 그를 대통령 자리에 다시 앉힐 확률이 높다. 동시에 민주당원들은 완전히 우울감에 빠져들 것이다.

1980년 레이건이 카터에게 승리했을 때와는 달리 정치적 결과와 그것을 전달하는 시스템에 어느 정도의 불신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전통적인 정치가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돈은 중요하다

이 같은 정치적 환멸은 사람들이 돈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수천 년 동안 화폐는 정부가 발행, 유통을 통제하며 장악해온 정치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지난 50년간 지속해온 법정화폐 시대는 그 노력의 정점이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치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사람들은 화폐의 대안을 찾곤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이다.

그리고 이제는 비트코인이 그 대안으로서 단순히 가치 저장소의 기능을 넘어 가치를 지닌 하나의 자산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영역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즉,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기능을 통해 지배적인 인터넷 경제로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강제적 희소성 및 거래, 기록의 메커니즘은 본질적으로 합의라는 공동 절차에 의해 설정된다.

요컨대, 비트코인은 돈을 위한 대안적인 거버넌스 시스템이다.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경제 및 정부의 불확실성이 짙고, 각종 제도에 대한 불신이 싹트는 지금의 상황이라면 비트코인이 좋은 대안이 되리라는 견해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는다.

영어기사: 최윤영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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