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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시 생각하다
[마이클 케이시] 만일 양자 컴퓨팅이 비트코인 보안성을 위협한다면?
2022. 06. 20 by Michael J Casey
IBM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출처=IBM
IBM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출처=IBM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가상자산 지지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는 BTC(비트코인)을 두고 ‘하수구의 쥐’로 묘사했다. 나는 이것이 비트코인에 대한 그 어떤 묘사보다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안토노풀로스의 비유는 실제로 존경의 표현이다. 즉, 비트코인은 생존자라는 것이다. 세균 노출이 인간의 면역 체계 발전으로 이어진 것처럼 위협에 노출되면 강력한 내성을 갖게 된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마운트곡스(Mt. Gox) 사태에서부터 중국 정부의 채굴 금지 조처까지 수많은 위기를 겪어냈다. 하지만 매번 위기를 겪고 나면 해시레이트가 늘고, 보안은 강화됐으며, 사용자 수는 증가했다. 또 거래 비용이 감소했고, 처리 효율성은 향상됐다.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리더가 없는 비트코인의 무정형 생태계는 나심 탈레브가 내세운 ‘안티프래질’ 시스템을 구현한다(최근 나심은 비트코인을 비판하는 입장이 됐지만). 그리고 이 개념은 비트코인이 최근 약세장에서 더 강력하게 반등할 것이라는 충분한 이유를 제공한다.

많은 비트코인 지지자가 말하듯, 비트코인의 내구성은 프로토콜 변경이 매우 어렵다는 데서 기인한다. 실제로 블록 크기 전쟁에서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이해당사자들의 로비 활동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데이터 용량을 늘리기 위한 지지 유도에는 결국 실패했다.

그 결과 코드 변경 채택으로 이어지려면 사용자와 채굴자 간 압도적인 합의가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은 시스템에 확실성을 부여하고, 입증 가능한 희소성에 대한 신뢰를 형성한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외부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는 아니다. 지금까지 가장 적게 관심을 받고 있던 주제가 최근 들어 가장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바로 양자(quantum) 기술이다. 이 기술이 실현될 경우 비트코인의 ‘변경하기 어려운’ 특성은 하나의 특징이 아닌 버그로 판명될 수 있다. 


40년째 개발 중인 기술

양자 컴퓨팅 기술이 탄생한 지는 거의 40년이 됐다. 이것은 대규모 슈퍼 컴퓨팅 기술을 표방하는데, 매우 복잡한 엔지니어링 문제로 인해 그 실현이 수십 년째 지연되고 있다. 이처럼 느린 개발 속도 탓에 가상자산 업계를 포함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양자 컴퓨팅 기술 실현에 대한 의심을 품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과학자들은 그래픽 처리 장치(GPU, 그래픽 연산에 특화된 부품)와 함께 해당 분야의 계산 기술 사용법을 알아냈다. 이들은 양자 컴퓨팅 기술의 전면적 개발이 완성되기를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미 개발된 기술만으로도 강력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기술 등의 연구를 가속화하려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다뤄야 하는데 양자 컴퓨팅 기술 개발로 이에 대한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그러나 동시에 디지털 경제의 기반이 되는 암호화 시스템이 양자 컴퓨팅 기술을 손에 쥔 공격자에게 손상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컴퓨터 시스템의 ‘양자-증명’을 위한 개방형 ‘양자내성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과학자는 최근 세계적인 과학 전문 잡지 "네이처(Nature)"에 미국 NIST(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및 해외 관련 기관의 지지를 업고 전환 전략을 제시했다.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는 “양자정보과학(QIS)에서 자국의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사이버 및 경제, 국가안보 영역 등의 분야를 양자 컴퓨터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핵심 단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미국이 취약한 컴퓨터 시스템을 앞으로 몇 년에 걸쳐 양자 저항 암호화로 대거 이동해 나감에 따라 관련 기관이 구체적인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 프로젝트에 속한 과학자인 샌드박스 AQ(Sandbox AQ)의 잭 히다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의 블록체인 프로토콜이 쓸모없게 되기 전에 여러 가상자산 개발자 커뮤니티가 양자내성암호로 전환하는 절차를 시작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그는 최근 "돈을 다시 생각하다" 팟캐스트에  출연해 “모든 블록체인을 변경하는 해당 절차는 4~5년이 소요될 수 있다”며 “우리가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잭은 “하수구의 쥐, 비트코인의 회복력은 양자 컴퓨팅 기술까지 방어하진 못한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의 핵심 페어 시스템은 EEC(타원 곡선 암호화) 방식에 기반하고 있다. 이것은 대부분 가상자산 시스템에 사용되는 퍼블릭 키 암호화 기술의 유비쿼터스 RSA 시스템을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 ECC는 양자 처리 방식을 견디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3자가 초고속으로 ‘무차별 대입’하는 양자 계산 방식을 이용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의 개인 키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출처=Unsplash
출처=Unsplash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가?

기업이소유한 웹사이트에서 코드를 업그레이드하려면 CEO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직원에게 명령만 내리면 된다. 하지만 대다수의 네트워크 참여자가 코드 변경을 채택하지 않는 한, 네트워크 사용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광범위한 형태의 분산형 오픈소스 프로토콜을 의미 있게 변경할 순 없다. 

우리는 블록 크기 전쟁뿐 아니라 탭루트처럼 비교적 논쟁이 덜했던 업그레이드조차 채택되기까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경험한 바 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유난히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 

각종 컴퓨팅 기술 발전이 실존적 위협을 제기한다면 변화는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사람들은 자신이 뭔가에 투자했다면 그것을 적극 보호하려고 나서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업그레이드에는 단지 몇 줄 이상의 코드만 쓰면 끝나는 게 아니다. 이는 전반적인 암호화 기반을 점검하고 바꾸는 것이고, 이 절차에는 비트코인 개발 생태계의 모든 참여자가 응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참여시키려면 많은 회의가 열려야 하고, 트위터나 IRC에서 수많은 논쟁이 오가야 한다. 이럴 때는 변화에 대한 저항이 강한 비트코인이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당연하게, 위협과 약속을 동시에 하는 이들 과학자를 일각에서는 불신할 것이다. 히다리의 샌드박스 AQ 같은 회사는 블록체인 개발자를 위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것처럼 모든 블록체인의 절차를 변경해야 하는 이 같은 변경이 그토록 시급한 일일까? 이를 두고 오갈 비난과 싸움, 음모론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양자 컴퓨팅 기술이 블록체인에 위협이 될 만큼 충분히 발전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가상자산 커뮤니티가 그 시간을 기다릴 만한 여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영어기사: 최윤영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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