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샌드박스, 블록체인판 마인크래프트를 꿈꾸다

[인터뷰] 세바스찬 보르겟 픽스올 공동창업자 겸 COO

등록 : 2019년 6월 15일 16:00 | 수정 : 2019년 6월 17일 15:21

샌드박스(sandbox)는 우리말로 모래상자다. 아이들이 모래성을 짓고 허물듯, 샌드박스류 게임에선 이용자가 가상세계를 자유롭게 짓고 부술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Minecraft)와 로블록스(Roblox)가 대표 주자다.

그 뒤를 아르헨티나에 근거지를 둔 픽스올(Pixowl)의 ‘더샌드박스(the Sandbox)’가 잇는다. 더샌드박스는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의 뒤를 이어, 샌드박스류 게임 가운데 누적 다운로드 수 및 일간 최대 활성 사용자 수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20만명에 이른다.

출처=더샌드박스 공식 미디엄 블로그

5일 코인데스크코리아와 만난 더샌드박스의 세바스찬 보르겟 공동창업자 겸 COO는 샌드박스류 게임 대신 ‘이용자 창작 콘텐츠(UGC, User Generated Contents)’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 게임 캐릭터나 아이템을 가리켜 말할 때도 ‘콘텐츠’라는 표현을 섞어 썼다.

보르겟은 “자신이 직접 창작하고 가치를 부여한 콘텐츠에 대한 유대감은 그렇지 않은 콘텐츠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포트나이트는 시즌7을 선보이며 ‘크리에이티브 모드’를 공개했다“며 “포트나이트와 같은 게임 회사들도 이용자들을 더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해 UGC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더샌드박스는 이용자들이 직접 복셀(voxel, 3D volume pixel) 모델을 제작할 수 있는 ‘복스에디트‘를 지난 지난해 12월 출시했다. 이용자들은 복스 에디트로 입체 블럭을 하나하나 쌓아 동물, 건축물, 자동차 등 게임 아이템과 아바타 등을 만들 수 있다. 디지털 자산의 디자인뿐 아니라 기능과 능력치도 직접 설정 가능하다.

복스에디트를 활용한 복셀 모델링 예시. 출처=더샌드박스 공식 미디엄

더샌드박스와 기존 UGC 게임의 차별점은 이더리움의 ERC-721 대체불가능토큰(NFT, non-fungible token)에 있다. 더샌드박스는 오는 8월 복셀 모델을 ERC-721 또는 ERC-1155 토큰으로 발행해 거래하는 마켓플레이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복스에디트로 제작하거나 마켓플레이스에서 구매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해 게임을 만드는 게임 에디터를 올해 말 출시할 계획이다.

보르겟은 “더샌드박스는 크립토키티를 통해 처음 대두됐을 때부터 NFT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게임의 캐릭터와 아이템 소유권이 이용자들에게 완전히 귀속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하나하나의 고유한 토큰이 블록체인 위에서 이용자들간에 직접 거래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더샌드박스 팀이 NFT에 주목한 데에는 이같은 절대적 이유 외에 환경적 이유도 있었다.

“지난 7년간 더샌드박스에서 UGC 관련 일을 하면서 이용자들이 이 모든 놀라운 콘텐츠를 만들어 오는 과정을 쭉 지켜봤다. 그런데 (같은 기간) 우리의 경쟁자 중 하나인 마인크래프트를 인수한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인크래프트 이용자들이 기존에 만든 자생적 생태계를 하나씩 없애며 중앙화 된 체계를 만들어 가더라. 이용자가 만든 창작물이 사실은 이용자의 것이 아니었다는 건데, 어떻게 말하면 불공정하고 부도덕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NFT가 가져올 게임 간 상호운용이 가능한 미래에서 가능성을 봤다.” -세바스찬 보르겟

세바스찬 보르겟 더샌드박스 COO. 출처=해시드

보르겟은 “NFT가 UGC 속 가상 경제 시스템에 개방성을 더하고, 실제 경제 시스템과의 유사성(alignment)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개자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엔 게임 머니나 아이템의 물량이 한정돼 있다고 게임 회사가 이야기해도 그걸 신뢰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NFT를 활용하면 한정판이 한정판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다. 그러면 개발자들이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아이템을 비롯한) 콘텐츠의 수량을 뻥튀기 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는 개발자들이 수요와 공급 예측에 실패하면 전체 인게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실제 경제 세계의 작동 원리가 게임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세바스찬 보르겟

보르겟은 블록체인 기술이 UGC 이용자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열어줄 거라고 내다봤다. 그는 “NFT는 디지털 자산의 희소성뿐 아니라 기능과 이력도 증명할 수 있다”며 “유명 e스포츠 선수로부터 산 콘텐츠와 그냥 동네 친구로부터 산 콘텐츠의 가치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의 이력에 따라 각기 다른 가치를 부여해 수익을 다각화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소유한 콘텐츠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정기 대여료를 받거나, 희소하고 비싼 아이템을 여러 사람이 분할 소유하는 것도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가능하다.

복셀 모델 토큰화에는 대체불가능토큰인 ERC-721뿐 아니라 대체가능토큰 ERC-1155도 함께 활용된다. ERC-1155를 활용하면 단일 트랜젝션으로 같은 종류의 아이템을 여러 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RC-721만 사용하면 “한 종류의 디지털 자산을 단 한 번뿐이 발행하지 못하고, (크립토키티의) 고양이 1000마리를 만들려면 가스비도 1000번 내야” 한다. ERC-1155를 활용하면 똑같은 무기를 여러 개 쌓아두고 게임을 즐기는 데 익숙한 이용자의 경험을 블록체인 게임에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 복셀 아티스트의 수익 또한 ERC-721만 이용했을 때에 비해 커진다.

더샌드박스는 이더리움의 ERC-1155 토큰을 활용해 ERC-721 토큰의 한계를 보완할 계획이다. 출처=더샌드박스 공식 미디엄 블로그

ERC-1155는 아직 이더리움 개발 표준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보르겟은 “더샌드박스는 엔진(Enjin), 호라이즌 게임(Horizon Games)과 함께 ERC-1155에 대한 EIP(Ethereum improvement proposal)의 3대 기여자 중 하나”라며, “오는 9월쯤이면 ERC-1155 EIP가 이더리움 전체 네트워크의 승인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르겟은 더샌드박스가 오는 8월 선보일 마켓플레이스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마켓플레이스는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샌드박스에 따르면 현재 약 2500여개 모델이 마켓플레이스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더샌드박스는 이외에도 지난해 12월 출범한 200만달러 규모의 복셀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기금 및 향후 도입할 크라우드펀딩 시스템으로 아티스트들이 창작물을 수익화할 다양한 통로를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말 게임 에디터가 출시되면 복셀 모델을 활용해 제작한 게임의 상품화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일종의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it use)다.

더샌드박스는 콘텐츠 창작자가 직접 만든 복셀 모델을 대체불가능토큰 형태로 발행해 판매하는 마켓플레이스를 오는 8월 출시한다. 출처=더샌드박스 공식 미디엄 블로그

UGC의 관건은 이용자들이 만드는 콘텐츠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하게 유지되느냐에 있다. 더샌드박스에선 블록체인이 가진 여러 요소 가운데 암호화폐가 생태계 자정을 돕는다. 마켓플레이스 큐레이션에 대한 대가로 더샌드박스의 자체 발행 ERC-20 토큰인 샌드(SAND)를 지급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보르겟은 “저작권 위반 콘텐츠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콘텐츠와 같이 부적절한 콘텐츠를 마켓플레이스에서 발견해 신고하면 샌드 토큰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신고자에게 토큰을 주는 건 아니다. 문제 신고를 하려면 우선 일정량의 토큰을 스테이킹 해야 한다. 만약 허위 신고로 판명되면 스테이킹한 토큰은 돌려받지 못한다. 보르겟은 “누가 봐도 큰 액수의 토큰을 걸고 문제 신고를 했다면, 그 진정성을 의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예를 들면 위키피디아에 토큰이코노미를 덧붙인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샌드 토큰은 이외에도 복셀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기금 당선작 투표와 크라우드펀딩 등에도 쓰일 전망이다.

더샌드박스 개발사 픽스올은 지난해 글로벌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 기업 애니모카브랜드(Animoca Brands)에 인수됐다. 애니모카브랜드는 크립토키티 개발사 대퍼랩스의 초기 투자사이자, 크립토키티의 중국 내 퍼블리싱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애니모카브랜드는 최근 국내 블록체인 투자회사 해시드와 함께 더샌드박스 및 엑시인피니티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 4일 해시드가 주최한 밋업에 참여한 얏 시우(Yat Siu) 애니모카브랜드 대표는 “블록체인과 NFT 구현할 진정한 소유권이 현재 평균 2-3% 수준인 프리미엄 모바일 게임의 유료화 전환율을 10-1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NFT를 활용한 게임들에 투자한 이유를 설명했다.

“콘텐츠가 곧 플랫폼이다. 그런데 NFT를 활용한 블록체인 게임에선, 더 많은 게임이 특정한 아이템을 사용할수록 그 아이템의 가치가 올라간다. 이제는 게임이 아닌 아이템이 곧 플랫폼이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얏 시우 애니모카브랜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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