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네타리움 “게임이 10개면 블록체인도 10개 있어야”

[인터뷰] 오픈소스 블록체인 게임 엔진 개발 기업 '플라네타리움'

등록 : 2019년 5월 27일 19:00 | 수정 : 2019년 6월 3일 18:02

게임은 콘텐츠다. 하나의 게임, 곧 하나의 콘텐츠는 하나의 완전한 세계관 안에서 돌아가야 한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카트라이더의 물풍선을 블록체인에 올려 리그오브레전드로 가져간들, ‘세계관 호환’ 없이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게임보다 블록체인을 먼저 생각하면 놓치기 쉬운 지점이다. 오픈소스 블록체인 게임 엔진 개발 기업 플라네타리움(법인명 나인코퍼레이션)은 여기에 착안했다.

플라네타리움은 연내에 오픈소스 블록체인 게임 엔진 ‘립플래닛’을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단순히 게임 개발뿐 아니라 개별 게임의 특성에 맞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쉽게 개발할 수 있는 개발 도구(SDK)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립플래닛의 목표다. 10가지 블록체인 게임이 있다면, 게임 하나하나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10가지 블록체인 플랫폼이 존재해야 한다는 아이디어에 기반한다.

(왼쪽부터) 플라네타리움 문성원 CTO, 남유정 COO, 선상미 아트디렉터, 서기준 대표.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서기준 플라네타리움 대표는 “기존 블록체인 기반 게임은 이더리움의 ERC-20, 721등 토큰을 비롯해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고 싶다는 전제 위에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많은 블록체인 게임이 ‘재미’를 선사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서기준 대표는”‘블록체인 게임은 이래야 한다’는 정의를 먼저 세우기보다, ‘그냥 게임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정의를 먼저 세운 뒤 블록체인 기술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라네타리움 팀은 창업에 앞서 ‘네코유메’라는 이름의 오픈소스 블록체인 게임 개발 프로젝트로 개념증명(PoC, Proof of Concept)을 마쳤다. 네코유메는 게임의 모든 동작을 블록체인에 올려, 중앙 서버 없이 이용자들끼리 게임을 운영하는 실험이었다. 게임을 올릴 블록체인 플랫폼도 직접 개발했다. 여러 댑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보니 스마트 계약을 설계하지 않고 블록체인에 바로 코드를 짰다. 그 덕에 한달 반만에 개발을 마쳤다. 취지에 공감한 오픈소스 기여자들이 모여들었다. 서기준 대표와 문성원 CTO, 남유정 COO, 선상미 아트디렉터 모두 그 때 모인 오픈소스 기여자들이다.

플라네타리움은 이용자의 모든 행동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탈중앙화 MMORPG 게임 개발 프로젝트 네코유메의 오픈소스 컨트리뷰터들이 모여 출발했다. 출처=네코유메 홈페이지

이들이 단일 게임 댑 특화 블록체인 플랫폼에 꽂힌 건 기존 플랫폼들이 저마다 가진 한계 때문이다. 남유정 COO는 “이더리움은 가스비가 높고, 메타마스크와 같은 지갑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기 복잡하다. 이오스는 (계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드는) 스테이킹 비용을 누군가는 부담해야 한다”며 “진입 장벽이 기존 게임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아지지 않으면 블록체인 게임 상용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성원 CTO는 “게임을 하기 위해 게이머가 게임회사의 주식을 일정 부분 소유해야 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 것”이라며 “그런데 블록체인 게임에선 이런 불편이 당연시 된다”고 말했다. 서기준 대표는 “게임 이용자가 게임 플레이와 동시에 토큰 채굴 및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중앙화된 서비스 운영 주체 없이도 영속적으로 게임이 운영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플라네타리움이 단일 게임 댑 특화 블록체인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게임마다 가진 세계관이 플랫폼 탓에 묻혀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지급·결제처럼 이용자의 행동을 패턴화할 수 있는 활동과 달리, 개별 게임의 창발적 아이디어와 세계관에 맞는 블록체인 메인넷을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 문성원 CTO

예를 들면 토큰의 발행 여부와 발행량, 트랜잭션 처리 속도 등을 이더리움이나 이오스 등 이미 짜여진 플랫폼 블록체인에 끼워맞추기보다, 개별 게임이 필요로 하는 기능에 따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플라네타리움이 립플래닛 엔진을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하려는 이유도, 게임 개발사와 게이머들에게 지금까지 블록체인 플랫폼이 제공하지 못했던 최대한의 자유도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플라네타리움은 게이머들의 창발적인 2차 창작 행위가 게임 역사 발전을 이끌어 왔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이 발전해 ‘리그오브레전드’가 탄생한 것과 같은 이치다.

“게이머들의 모딩(modding, 수정)에 의한 2차 창작 행위가 자신들의 이윤에 반하기 시작하면 게임사들은 게이머들이 만든 프라이빗 서버를 막거나 저작권법 위반으로 게이머를 고소하는 등 2차 창작의 길을 막아 왔다. 오픈소스 블록체인을 활용한 탈중앙화 게임이 다시 2차 창작을 통한 게임 발전의 길을 열어 줄 것이다.” – 서기준 대표

플라네타리움은 다음달 립플래닛 엔진으로 자체 개발한 게임 ‘나인크로니클(Nine Chronicles)’을 테스트 오픈한다고 밝혔다. 립플래닛을 쓰면 어떤 게임을 만들 수 있는지를 업계에 소개하는 파일럿 버전인 셈이다. 나인크로니클은 북유럽 신화 세계관에 기반한 탈중앙화 RPG 게임으로, 앞서 네코유메에서 실험한 개념증명과 마찬가지로 게임의 모든 요소를 블록체인에 올리는 풀체인 게임을 지향한다. 선상미 아트디렉터는 “블록체인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도 어떤 버튼을 누르면 어떤 기능을 동작시킬 수 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친숙한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네타리움은 립플래닛 엔진을 활용해 자체 개발한 게임 ‘나인크로니클’을 오는 6월 테스트 오픈할 계획이다. 출처=플라네타리움

 

플라네타리움은 립플래닛의 수익 모델로 듀얼라이센스를 검토중이다. 최대한 오픈소스로 자유로운 이용을 장려하면서도, 이를테면 상업화 모델에 대해서는 이용료를 과금하는 방식이다. 다만, 플라네타리움 팀은 이미 지난해 10월 퓨처플레이와 KDB캐피탈로부터, 올해 1월 베이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각각 시드 투자 유치를 완료한 상태다. 퓨처플레이는 “풍부한 경험과 실행력을 갖춘 인재들로 구성된 팀워크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및 게임 업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며 플라네타리움에 투자한 이유를 설명했다.

‘풍부한 경험과 실행력을 갖춘 인재’라는 대목에 눈에 멎는다. 실제 서기준 대표는 넥슨의 카트라이더 모바일 버전과, 드롭박스(Dropbox)의 실시간 협업 도구 및 맥용 메일박스 개발에 참여했다. 남유정 COO와 문성원 CTO, 홍민희 개발자 등은 스포카의 오프라인 멤버십 서비스 도도포인트와 리버스 ICO 프로젝트 캐리프로토콜의 기획·설계에 참여한 바 있다. 선상미 아트디렉터는 모빌팩토리와 넥스트플로어, 넥슨 등에서 ‘마이리틀팜’, ‘슈팅히어로’, ‘테일즈위버’ 등 프로젝트 제작에 참여했다. 플라네타리움(천체투영관)이란 이름에서부터, 이들은 스스로 별빛처럼 스타들이 가득한 곳이란 자신감을 내보인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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