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결제하자 로봇이 드립커피를 내렸다

[르포] 푸드테크 공간 '레귤러식스' 오픈 기념 행사 13일 열려

등록 : 2019년 6월 14일 13:00 | 수정 : 2019년 6월 14일 13:04

겉보기엔 강남 여느 빌딩 지하 식당가와 비슷하다. 잘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다. 곳곳에 블록체인과 로봇,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등 최신 기술이 곳곳에 녹아있다는 점. 축산 유통 스타트업 육그램과 전통주 전문 외식기업 월향, 그리고 푸드테크 라운지랩 등이 1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강남N타워에 선보이는 ‘레귤러식스’ 이야기다.

레귤러식스에는 ‘월향’(퓨전한식), ‘산방돼지’(돼지고기구이), ‘조선횟집’(회), ‘평화옥’(평양냉면·양곰탕), ‘라운지엑스’(커피), ‘육그램 AI 에이징룸’(정육점), ‘알커브’(VIP 공간) 등이 입점했다. 이 모든 매장에서 암호화폐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 다만 암호화폐로 바로 결제가 가능한 건 아니다. 이달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애플스토어에 출시될 레귤러식스 앱을 다운로드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로 선불 포인트를 구매해야 한다.

황성재 육그램 공동창업자 겸 라운지랩 대표는 “아직까진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이 커 일반 소비자가 섣불리 암호화폐 직접 결제에 나서긴 어렵다. 이를 고려해 선불 포인트를 거쳐 가도록 했다”며 “향후엔 페이프로토콜과 힌트체인 등 암호화폐로도 선불 포인트를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IT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위해 한국을 찾은 해외 기업 관계자들이 레귤러식스 입점 레스토랑들의 주요 타깃 고객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환전 또는 해외결제 대신 이용할 옵션을 하나 더 마련했다는 의미다.

13일 사전 오픈 기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레귤러식스가 위치한 강남N타워 지하로 내려가자 흰색을 중심으로 꾸민 카페 ‘라운지엑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라운지엑스에선 협동로봇 ‘바리스’가 커피를 내리고 자율주행 로봇 ‘팡셔틀’이 빵을 서빙한다. 에스프레소 커피와 잎차 등 일반 카페에서 흔히 볼수 있는 메뉴뿐 아니라 로봇이 만든 ‘로봇 핸드 드립’ 메뉴를 별도로 주문할 수 있다.

로봇 핸드 드립 메뉴 가운데 에티오피아 모모라 내추럴 원두로 내린 커피를 선택해 주문했다. 바리스타가 손수 분쇄한 원두를 로봇이 드리퍼에 부었다. 곧이어 로봇이 드리퍼를 좌우로 흔들며 균형을 맞췄다. 드리퍼를 커피 서버 위에 내려둔 뒤, 로봇은 뜨거운 물이 든 주전자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물을 빙글빙글 돌려 부으며 ‘스파이럴 푸어오버’ 방식으로 커피 추출을 시작했다. 이렇게 만든 드립커피를 다시 사람 바리스타가 내 줬다.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동안 시간을 번 바리스타는 다른 손님의 주문을 두세 건 더 처리했다.

황성재 대표는 “버튼을 누르면 유리벽 뒤의 로봇이 커피를 가져다주기만 하는 기존의 로봇 카페는 사실상 자판기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며, “라운지엑스는 기술과 실생활의 접점을 늘리는 세련된 방식을 고민해, 바리스타 및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협동로봇’ 기술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로봇 ‘팡셔틀’이 라운지엑스에서 빵을 서빙하고 있다. 출처=정인선/ 코인데스크코리아

로봇이 만들어 준 커피를 들고 레귤러식스 안쪽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자 퓨전한식 레스토랑 월향이 나왔다. 이여영 월향 대표는 수제맥주 탭하우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탭을 이용해 생막걸리를 잔에 따라 마시며 “홍대의 양조장에서 제조한 신선한 막걸리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맛볼 수 있도록 생막걸리 탭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관리한 육고기와 상추 등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돼지고기구이 레스토랑 ‘산방돼지’로 향했다. 산방돼지 매장 입구에는 기술기반 정육 스타트업 ‘육그램’의 인공지능 에이징룸이 마련돼 있었다. 이종근 육그램 대표는 “육그램이 1년 반 동안 찾은 전국의 숙성 장인의 노하우를 디지털 데이터화 했다. 이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냉장 숙성한 고기를 활용한 음식을 산방돼지 등 레귤러식스 입점 레스토랑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방돼지를 비롯한 레귤러식스 입점 레스토랑에서 기술기반 정육 스타트업 육그램의 인공지능 숙성 고기를 맛볼 수 있다. 출처=정인선/ 코인데스크코리아

산방고기에서 식사를 마치자 매장 입구의 직원이 음식의 맛과 메뉴 구성, 매장 분위기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기자가 “음식의 맛은 좋았지만 양이 다소 많다고 느껴졌다. 고기 양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면 더 좋겠다”고 답하자 직원이 “의견을 잘 반영해 매장 운영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황성재 대표에 따르면 이렇게 구두로 이뤄지던 고객 의견 수집 및 반영 과정은 앞으로 블록체인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요리 레시피 앱 해먹남녀를 운영하는 푸드테크 기업 바이탈힌트의 리버스 ICO 프로젝트 ‘힌트체인’을 통해서다. 소비자가 레스토랑 리뷰 데이터를 힌트체인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레귤러식스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토큰을 보상으로 받게 된다.

정지웅 바이탈힌트 대표는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중요하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외식업에 활용하려 해도, 결국 데이터가 있어야 그걸 기반으로 사람이 기계에 일을 시킬 수 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를 이해해, 소비자가 원하는 걸 저비용으로 만들기 위한 위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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