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중립성’은 허구…규제가 필요하다. 문제는 어떻게?

등록 : 2019년 5월 30일 15:00 | 수정 : 2019년 5월 30일 22:02

What Will It Take to Regulate Crypto Exchanges?

출처=셔터스톡

글을 쓴 콘스탄티노스 스틸리아누는 리즈대학교 법학대학원의 교수이자, 브라운대학교 컴퓨터과학 방문 연구원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비트코인SV를 상장폐지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후 코인데스크의 자문위원 마이클 케이시가 쓴 칼럼에는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 여러 가지 담겨 있다. 몇 가지 핵심만 추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 바이낸스가 비트코인SV를 상장폐지 한 것을 검열로 봐야 하는가? – 아니다.
  •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에 높은 수준의 중립성을 요구해야 하는가? – 그래야 한다.
  • 그 높은 수준의 중립성을 달성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한가? – 그렇다.

케이시는 칼럼에서 “거래소가 곧 암호화폐 산업을 지탱하는 근간”이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가 암호화폐 업계에서 맡는 역할은 중대하며, 이들이 임의로 암호화폐 자산을 차별 대우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립적인 거래 플랫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고 케이시는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의 모든 조건이 이상적인 상태에 있는 골디락스(Goldilocks) 상황이 아닌 이상 거래소가 완벽한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어떤 규제 전문가에게 묻더라도 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시장은 필연적으로 중립적일 수 없고, 규제 당국도 완벽한 중립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케이시의 주장처럼, 적절한 규제가 있었다면 바이낸스가 비트코인SV를 상장폐지하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다. 또 그런 규제를 실현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여정은 길고 험난할 것이다.

 

보기 드문 시장 중립, 더 보기 드문 규제 중립

시장이 중립 상태에 있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공급이 충분하고 수요가 대부분 충족되는 상황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많은 경우 시장은 중립 상태에서 더욱 멀어지게 된다. 희소성이 큰 물건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 그 물건을 차지하기 위해 앞다퉈 찾아오는 사람을 정확히 공평하게 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통신사들은 경쟁사의 부품이나 서비스를 최대한 배격했고, 고객에 따라 임의로 서비스 제공을 거절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넷스케이프를 잠재적인 위협으로 보고 시장에서 몰아냈다. 아이폰 초창기 시절 애플과 AT&T 역시 스카이프를 차단했다. 이 외에도 협업 가능성이 있는 동종업계 기업이나 고객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이런 차별적인 관행을 막기 위해 그동안 규제 당국도 분주히 움직여 왔다. 통신사들은 공익사업자로 분류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안게 됐다. 넷스케이프를 시장에서 몰아낸 마이크로소프트는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곤욕을 치렀고, 강력한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애플과 AT&T에 중립성 위반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경고하자 두 회사는 스카이프에 대한 제한 조치를 풀었다.

이 사례들만 본다면 시장 중립성이 필요할 때마다 규제 당국은 효과적으로 개입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어쩌다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은 적도 있기는 하지만, 시장 중립과 규제 중립은 여전히 무척 예외적 현상이다. 현행법 체계가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반드시 큰 위기이거나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전제에 세워진 것도 그 이유 가운데 하나다.

법에 구속되지 않고 일반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남과 다른 차별화가 가능해진다. 모든 슈퍼마켓이 같은 제품을 판매하지는 않는다. 같은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모두가 똑같은 위치에 진열하지는 않는다. 다양성이 있어야 수많은 소비자와 공급사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맞출 수 있다.

특정 사업 영역을 독점하는 극단적인 차별화도 경우에 따라 도움이 된다. 닌텐도가 게임 제작사들과 독점 계약을 맺으면서 닌텐도 게임기에서만 구동되는 유명 비디오 게임이 출시됐고, 이는 더 많은 경쟁으로 이어져 비디오 게임 산업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런 차별적 관행들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장 경제에서는 규제 역시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규제를 제정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규제의 공백으로 시장 상황이 눈에 띄게 나빠진다는 증거가 분명할 때만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규제 적용의 기준

바이낸스를 비롯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암호화폐나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등 암호화 자산을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게 대하게 하려면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 규제 당국이 규제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시장 영향력

우선 가장 결정적인 기준은 특정 기업의 시장 독점이나 지배가 지속되는 경우다.

특정 거래 플랫폼에 상장돼 거래되는 암호화폐가 또 다른 플랫폼에 상장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하거나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경우 해당 플랫폼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 이 경우 규제 당국이 개입해 해당 플랫폼에 중립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만약 바이낸스가 모든 암호화폐 거래를 독점하고 있다면, 즉 바이낸스가 아니면 암호화폐를 상장할 거래소가 없다면 바이낸스에서의 퇴출은 곧 업계에서의 퇴출을 의미한다. 바이낸스 외에 다른 거래소에 상장하는 데 드는 비용이 비현실적으로 높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바이낸스의 고객들과 상장된 모든 암호화폐의 운명이 바이낸스의 손에 달린 셈이다.

그러나 위의 두 사례는 모두 현실과 거리가 멀다. 비트코인SV를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는 바이낸스 외에도 얼마든지 많다. 바이낸스에 상장했다고 다른 거래소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규정도 없다. 비트코인SV를 비롯한 암호화폐와 고객들은 바이낸스에 얽매여 있지 않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Nasdaq)에 상장된 기업들의 이야기는 좀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각 기업은 단 하나의 거래소에만 상장돼 있다. 여기서 상장폐지가 된다는 것은 곧 시장에서 퇴출당한다는 뜻이다.

■시장에 끼치는 피해와 왜곡

암호화폐 업계에서 바이낸스가 갖는 영향력과는 상관없이 비트코인SV 상장폐지 결정이 시장 안정성과 효율성, 고객 및 투자자 보호, 자본 형성 등 근본적인 시장 가치를 훼손한다면, 규제 당국이 개입해야 할 근거가 생긴다.

문제가 되는 행위가 공동의 이익을 침해하고, 빈번하게 발생하며, 그 영향력이 오래 유지되고 적합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면 규제 당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 당장은 많은 것이 유동적이다. 아직도 수많은 규제기관은 암호화폐를 금융 시장의 일부로 봐야 하는지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암호화폐 시장을 금융 시장의 일부로 볼 수 없다면 암호화폐 거래소에 금융 관련 규제를 적용하는 일이 훨씬 복잡해진다.

그럼 암호화폐 시장이 금융 시장의 일부라고 치자. 이 경우 문제가 되는 행위가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지가 중요하다. 암호화폐의 상장폐지는 전혀 없는 일은 아니지만, 자주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문제가 되는 행위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야 규제 개입이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망중립성의 경우 불과 5건의 문제가 발생하자 규제 당국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반면 개인정보 보호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이름 있는 테크 기업들이라면 적어도 한 번씩은 소비자의 개인 정보를 침해하거나 유출되는 사고에 연루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건만, 이를 제대로 억제하고 예방할 수 있는 규제책이 마련됐다고 보기 어렵다.

아울러 상장폐지로 인한 피해 규모를 측정하기도 어렵다.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는 사실상 시장에서의 퇴출을 의미한다. 그런 퇴출은 영원한 것일 수도 있다. 반면 비트코인SV는 바이낸스에서 상장폐지됐지만, 또 다른 7개 거래소에서 계속 거래되고 있다.

물론 지난달 15일 바이낸스에서 상장폐지된 뒤 비트코인SV 가격은 하루 만에 73달러에서 55달러로 급락했다. 또한, 비트코인SV의 중장기 유동성과 비트코인SV의 브랜드 가치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결국, 비트코인SV에 돈을 걸었던 투자자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그러나 규제 당국은 규제를 시행했을 때의 전반적인 영향에 초점을 맞춘다. 시장에 참여하는 개별 참여자가 받는 영향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 즉 규제 당국은 비트코인SV라는 개별 암호화폐에 대한 처분보다 이와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을 때 전반적인 시장 안정성에 미치게 되는 영향을 가늠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암호화폐를 상장폐지하는 것이 업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관행에 따른 결정이고, 거래소 고객들도 그에 따르는 손실을 이해하고 감수한다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상장폐지의 목적이 시장을 조작하고 투자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면, 규제 당국이 개입해야 한다.

불충분한 정보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모든 시장 참여자가 자신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투자자들이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갖고 있는 세상에서는 규제 당국이 나서서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없다. 투자자들은 스스로 비트코인SV에 대한 최신 정보를 기반으로 상장폐지에 대응할 수 있다. 비트코인SV의 가격과 명성, 유동성 역시 투자자들의 완전하고 정확한 분석에 의한 결정의 결과물일 테고, 여기서는 바이낸스가 시장을 조작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뿐 아니라 현실의 그 어떤 시장에서도 정보는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정보를 전제하는 것 자체가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가장 비현실적인 가정이라는 것은 오늘날 경제학의 상식이다.

다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은 정보의 불완전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투명성과 중립성은 다르다. 투명성은 시장 참여자들이 최대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만, 중립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선택이 된다. 즉 중립성을 강조하면서 규제하는 것은 시장에서 차별 행위를 제거하는 하나의 시장 개선 방안일 뿐이다.

규제 당국은 우선 투명성 제고에 힘쓰려 할 것이다. 중립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더 쉽기 때문이다. 이것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때 비로소 중립성 규제를 시도할 것이다. 그마저도 소용이 없다면, 규제 당국이 직접 상장과 상장폐지를 통제하려 할 수도 있다.

협상 불균형과 반경쟁 행위

경쟁시장 체제에서 규제 없이도 참여자들이 올바르게 행동하게 하려면 시장의 힘이 그들을 통제해야 한다. 그러나 이때 경쟁자(다른 거래소), 거래소를 구성하는 업계 참여자(암호화 자산), 그리고 고객(투자자)이 시장 참여자(거래소)를 견제하는 힘이 약하다면, 시장 참여자는 제멋대로 행동해 손해를 입힐 수 있다.

비트코인SV가 아니라 비트코인(BTC)이라면 어땠을까? 시가총액과 거래 빈도, 그리고 유동성이 훨씬 높은 비트코인을 상장폐지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비트코인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당연히 비트코인을 다룰 때는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오늘날 존재하는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비트코인과 견주어봤을 때 보잘것없는 자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이런 암호화폐의 경우 기관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투자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이들의 협상력은 더욱 약해진다.

대형 투자자 역시 거래소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거래소는 많은 자산을 거래하는 대형 투자자를 잃고 싶지 않아 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투자자는 대부분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소수의 대형 투자자일 것이다. 실제로 전체 비트코인 유통량의 42%가 상위 0.01%에 속하는 지갑에 보관돼 있다. 다만 이들이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거래에 활발히 참여해 회전율을 높이고 앞으로도 활발하게 거래할 것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결국은 정치적 문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 당국의 개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언급된 내용 중 빠진 것이 하나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이론보다는 정치로 귀결된다. 이론적으로는 규제가 없는 것이 옳다고 하더라도 현재 정치 상황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면 규제는 어떻게 해서든 마련되고 적용될 것이다. 이를 신제도주의(new institutionalism)라고 부른다.

규제는 각국 행정부 소관으로 정치적 압력의 영향을 받고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암호화폐 시장과 같은 신생 업계일수록 현행 정부의 규제 기조와 사회적 분위기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에는 금융 분야를 규제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업계도 규제하고 있다. 규제 기관이 담당하는 분야를 넓혀간다는 것은 기관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계기가 된다. 더 많은 분야를 규제하고 활동 범위를 넓혀가면 더 많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외 신뢰도도 높아진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구글 등과 같은 대기업을 규제한 뒤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반독점·개인정보보호 규제 기관의 지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또 신생 업계일수록 개인 참여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일단 더 강력한 규제가 적용될 수도 있다. 업계 내 이해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규제 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력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은 더욱더 규제 당국의 편에 서서 규제 당국에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이미 이더리움 기업연합(EEA), 거래후 분산원장 그룹(PTDL), 국제스왑 파생투자 상품협회(ISDA) 등 블록체인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들이 생겨났지만, 아직 암호화폐 거래소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은 없다. 오히려 암호화 자산에 적용되는 규제에 대한 관심과 개인 투자자자들의 지지는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규제 자체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일이 아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규제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규제를 어떻게 적용하고 집행할지 결정하는 일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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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