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vs기관, 누가 암호화폐 시장을 이끌 것인가

등록 : 2019년 6월 5일 11:30

출처=셔터스톡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벅스 라이프’에 나오는 장면이다. 악당 메뚜기 하퍼가 개미들은 잊어버리자고 툴툴거리는 동생에게 낟알을 하나 던진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다른 메뚜기에게 낟알을 또 던진다. 물론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그때 하퍼가 거대한 저장고의 밸브를 열자 엄청난 양의 낟알이 그들을 덮친다.

하퍼는 덩치가 작다고 얕잡아 보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작은 낟알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뭉치면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기관의 힘’을 과대평가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기관투자자들이 다음번 암호화폐 상승장을 주도하리라고 예단하기 쉽다. 작년 초 많은 이들이 ‘산더미 같은 기관 자금’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가격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발 빠른 개인투자자들은 이에 편승해서 목돈을 만질 꿈에 부풀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누구도 ‘산더미 같은 기관 자금’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대신 암호화폐 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면서,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공식적으로 시장에 발을 들이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이제 골드만삭스,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 뉴욕멜론은행 등 글로벌 자산 운용 기관이 암호화폐 서비스를 시작하면, 봇물 터지듯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한번 시장에 나돌고 있다.

암호화폐 버블이 꺼진 지 1년이 지났어도 우리는 여전히 교훈을 얻지 못하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관건은 개인투자자의 관심이다

요점은 이렇다. 기관은 시장에서 동떨어진 별도의 독립체가 아니다. 기관이 운용하는 자금 대부분은 결국, 연금 펀드, 뮤추얼 펀드, 보험사가 유치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다. 이들 기관은 속성상 고객이 원치 않는 곳에 투자할 수 없다.

헤지펀드나 개인 자산운용사, 기부금은 고객층 자체가 다르므로 자금 운용 면에서 좀 더 유연하다. 이들 기관은 높은 투자 위험을 감수할 수 있고, 종종 기존의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과감한 투자 전략을 취한다. 하지만 아무리 규모가 크다고 해도 이들이 전 세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달 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Fidelity)와 컨설팅 업체 그리니치 어소시에이츠가 공동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관투자자 20% 이상이 이미 디지털 자산에 투자했다. 암호화폐 매체 글로벌 커스토디언과 암호화폐 수탁업체 비트고는 4월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94%의 기부금 펀드가 이미 암호화폐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는 4월 발표한 1분기 보고서에서 개인 자산운용사의 투자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이 암호화폐에 투자하면 시장의 신뢰가 높아진다. 암호화폐 시장의 인프라가 더욱 완벽하게 구축되면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된다.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명확해지면 시장은 반색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관투자자가 암호화폐 투자를 아직도 주저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이들은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암호화폐에 관심을 보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긍정적인 시장 흐름

연금 펀드나 뮤추얼 펀드, 투자 상담사 등의 고객이 암호화폐에 관심을 보이면,  자연스레 다른 기관투자자도 이 시장에 주목하게 된다. 고객의 관심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 그때는 대형 자산운용사도 자연히 이에 맞추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게 된다.

이미 다수의 현명한 기관투자자가 이러한 추세에 발 빠르게 대응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새로운 시장에서 수익은 물론, 소중한 경험과 평판을 쌓는 동시에, 전문적인 역량과 신뢰를 구축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그래도 암호화폐가 주류에 편입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암호화폐 업계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인프라가 연이어 구축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호전되고, 규제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긍정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외부 관점에서 보면,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틈새시장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자산에 비해서 규모 면에서 보잘것없고, 일반인에겐 너무 복잡해 진입장벽이 높다.

더욱이 암호화폐는 여전히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사기와 해킹에 대한 우려 때문에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심지어 암호화폐 기업이 거래은행을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세금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다.

 

다시 주목받는 암호화폐

요즘 언론에 오르내리는 주요 기사를 살펴보면 암호화폐 시장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글로벌 대형 증권사 TD아메리트레이드는 암호화폐 거래소 에리스(ErisX) 지분을 매입했으며, 이를 통해 120만여 명의 고객에게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스티브 쿼크 부사장은 지난 5월 컨센서스(Consensus) 행사에서 자신들이 주최하는 암호화폐 교육 과정에 투자자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최근 발간된 보고서에 의하면, 온라인 증권사인 이트레이드(eTrade)도 500만 명에 이르는 고객에게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지난달 말에는 6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한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Robinhood)가 뉴욕주의 비트라이선스(BitLicense)를 받아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암호화폐에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미디어도 암호화폐 자산과 장점을 비중 있게 소개하면서 수백만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CBS 방송은 “60분”에서 비트코인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지난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는 금 대신 비트코인에 투자하라는 공격적인 TV 광고를 내기도 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는 올해 초부터 미국 주요 도시의 버스, 택시, 옥외 광고판, 버스 정거장, 기차역에 광고를 내걸고, 암호화폐가 이제는 규제 당국의 감독 하에 안전하게 거래되는 자산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높아가고 있지만, 기관투자자의 본격적 투자를 끌어낼 변곡점(tipping point)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 있는 변곡점을 우리가 못 보고 있을 수도 있다. 변곡점은 비트코인 ETF 출시 같이 구체적인 사건뿐 아니라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여러 현상이 축적되면서 촉발될 수 있다.

변곡점에 이를 때까지 기관뿐 아니라 개인의 투자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계속해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절실하다

기관투자자가 본격적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위해서 개인투자자의 높은 관심이  필요하듯이, 개인투자자도 기관투자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 투자자문사, 브로커, 뮤추얼 펀드 매니저, 연금 운용인 등 기관이 나서지 않는다면 대부분 개인투자자는 암호화폐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개인투자자가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을 보이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벅스 라이프’의 마지막 장면에서 뚱뚱한 애벌레 하임릭은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나비로 거듭나지만, 불행하게도 과도한 체중 때문에 날지 못한다. 하임릭은 혼자서는 날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경험 많은 친구들이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하임릭은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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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