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의견 갈리고 밖에서도 오락가락…SEC가 바로 ‘규제 불확실성 주범’

등록 : 2019년 6월 10일 22:00 | 수정 : 2019년 6월 10일 20:26

The SEC Can’t Keep Kik-ing the Crypto Can Down the Road

암호화폐 깡통을 발로 차다…Kick인지 Kik인지. 출처=셔터스톡

글쓴이 디에고 줄루아가는 케이토 인스티튜트의 금융통화 연구소의 정책 전문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세계 최대 자본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규제 기관이다. 그러나 SEC는 암호화폐를 어떻게 규제하는 것이 좋을지 2년 넘게 고심중이다. 사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더 지났지만, 이렇다 할 진전은 없다.

암호화폐에 대한 SEC의 접근법은 불명확하다. 가장 최근에는 메신저앱 킥(Kik)이 2017년 자체 암호화폐 킨(Kin) 토큰을 판매한 ICO와 관련하여 증권법을 위반한 혐의를 처벌해야 한다며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소송 전 킨 토큰의 시가총액은 4천만 달러였다. 이는 전체 암호화폐 시장 규모(2450억 달러)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그 암호화폐 시장도 사실 미국에서 상장된 주식 및 채권의 시장가치(64조 달러)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일 뿐이다.

SEC는 신고 의무를 면제받지 않은 상태에서 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증권을 발행·판매한 기관이나 개인에 법적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어떤 암호화폐가 증권에 해당하는지를 판가름하는 명확한 기준은 아직 제시된 적이 없다.

SEC를 대변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 곧 제이 클레이튼 위원장이나 윌리엄 힌만 기업금융팀장 등 주요 인사들의 발언도 서로 엇갈린 적이 많다. 또 SEC는 조직 차원에서 향후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각각의 사실과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방침만 밝혔을 뿐이다. 이러한 ‘그때그때 달라요’ 식의 접근법은 시장 참가자들을 헷갈리게 할 수밖에 없다.

새로 발행해 판매하려는 토큰이 어떻게 하면 증권이 되고 어느 요건을 충족하면 증권으로 간주하지 않는지 업체들은 알 길이 없다. 킥의 경우처럼 증권을 발행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이를 처음부터 명확히 하고자 하는 암호화폐 발행기업들에 SEC는 참고할 만한 지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엇갈린 신호

지난해 2월 클레이튼 위원장은 자신이 본 모든 ICO는 증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클레이튼 위원장의 발언 이후 1년 동안, SEC가 소송을 낸 것은 36건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ICO 434건의 10%도 되지않는 숫자다. 더욱이 이 36건 가운데 대부분은 단순히 증권을 등록하지 않고 판매한 것을 문제 삼은 게 아니라, 사기를 비롯한 부정행위 연루 문제로 소송에 나섰다. 그럼에도 클레이튼 위원장은 모든 ICO가 증권이라는 발언을 번복하거나 정정하지 않고 있다.

힌만 팀장은 지난해 6월 암호화폐가 충분히 탈중앙화되어 있다면 SEC가 정의하는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SEC가 정의하는 증권이란 호위테스트(Howey test), 즉 일반 기업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투자 계약을 맺고 판매한 상품이며, 소유주가 아닌 제3자의 관리 행위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는가가 기준이 된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토큰 발행 가이드라인을 두고도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관련 업체와 시장은 ICO가 어떻게 진행되면 SEC의 규제를 받는 투자 계약, 즉 증권으로 간주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설명을 기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70년 전에 세상에 나온 호위테스트를 4가지 기준을 토대로 40여 개 항목으로 세분화해 ICO가 증권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나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적극적 시장 참여자(active participants, APs)’를 비롯해 SEC가 새로 소개한 개념들은 호위 테스트에 대한 법원의 기존 해석을 넘어선 것이기도 해서 또 다른 논란의 소지가 있다.

SEC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나왔다. 예를 들어 SEC 내에서 대표적으로 친-암호화폐 성향으로 분류되는 헤스터 퍼스 위원은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SEC의 소관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뿐 아니라, 혁신적 기업들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을 떠나는 기업들

실제로 바이낸스(Binance)나 서클(Circle)과 같은 암호화폐 주요 기업들은 이미 미국 IP 주소의 접속을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싱가포르나 스위스 등 암호화폐와 새로운 기술에 더 우호적인 곳으로 사업체를 옮겼다. 미국 사용자와 투자자들이 혁신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미국이 금융과 기술의 오랜 중심지이고, 미국의 소비 및 투자 시장 규모가 엄청난 것을 고려할 때, 기업들이 미국을 등지고 떠난 결정적 원인은 규제 당국의 실패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SEC는 암호화폐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공격적인 규제기관으로서 규제 불확실성을 심화시켜온 주범이다.

킥과 그 지지 세력은 이번 소송이 암호화폐 업계에 그간 정확히 제시되지 않았던 기준을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하는 기회가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예 디펜드 크립토(Defend Crypto)라는 기금을 만들어 소송 비용을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모으고 있다. 킥을 지지하는 이들은 킨 토큰 판매를 투자 계약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킨 토큰은 단지 킥 플랫폼에서 특정 활동을 수행한 보상이자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한 대용 화폐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킥이 중앙집권적 구조로 운영되며, 사용자들이 제3자의 관리 행위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고 토큰을 샀다는 SEC의 주장도 반박하고 있다.

이러한 킥의 반론이 법정에서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킨 토큰의 ICO는 과거 문제가 되었던 먼치(Munchee) 등의 ICO와 유사한 점이 많다. 먼치는 SEC의 제재를 받아 ICO로 모은 돈 전액을 투자자에게 돌려주었다.

또한, 킥의 대표 격 인사들의 과거 발언 및 2017년 ICO 관련 문건들을 보면 호위테스트의 기준 가운데 2가지가 충족된다. 킨 토큰은 일반 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목적으로 판매됐고, 투자자들에게 빠른 시일 내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주려 했다는 것이다. SEC는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모아 소장에 적시했다. SEC는 이를 토대로 킨 토큰은 증권이며, 킥이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킨 토큰 판매의 증권법 위반 여부를 떠나서, 이번 법정 다툼을 통해 탈중앙화가 명확하게 정의되고 특정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SEC 소관인지 여부를 가릴 명백한 기준이 마련되리라고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물론 법정 판결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토큰 분류법(Token Taxonomy Act)을 제정하는 등 입법기관의 노력도 그동안 증권법을 적용하는 데 관한 기준이 모호하던 디지털 토큰을 법적으로 명확히 정의하기 위한 것이다. 필자도 앞서 용처가 명확한 유틸리티 토큰 암호화폐는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분류하고, 그렇지 않은 암호화폐라도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증권으로 분류하지 않도록 하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2년간 SEC는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하여 명백하고 일관된 지침을 제시할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다. 그 결과 암호화폐 업계의 불확실성은 날로 커졌고, 업계에는 불신과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 암호화폐라는 금융 혁신에서 미국이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일도 만만찮은 과제가 되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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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