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미국에선 가능해도 한국에선 어려운 이유

등록 : 2019년 1월 29일 07:00 | 수정 : 2019년 1월 28일 23:12

이미지=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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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TO에 대한 높은 관심

암호화폐시장이 침체상태에 빠졌다. 시장은 그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며 암호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의 대안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공개(Initial Exchange Offering, IEO)가 잠시 유행하는가 싶었다.

그리고 이제는 증권형 토큰 발행(Security Token Offering, STO)이 암호화폐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STO를 통해 발행되는 증권형 암호화폐(토큰)는 실물자산에 대한 여러 권리를 갖게 된다. 소지자에게 주식처럼 배당권이나 투표권을 부여하기도 하고, 사채처럼 일정한 금원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기도 한다.

분산원장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자산을 쉽게, 낮은 거래비용으로 거래할 수 있고, 소액 거래도 가능해지며, 위조와 변조가 어렵다. 그러니 블록체인 위에서 여러 자산이나 자산에 대한 권리가 거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증권의 발행은 발행자, 인수자, 소지자 사이에 여러 권리, 의무 관계가 발생하고 이러한 권리, 의무가 증권에 포함돼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은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에 대해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강력하게 규제한다.

특히 한국 정부는 암호화폐 공개, 발행, 유통에 대하여 매우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공식적으로 유틸리티 토큰을 포함한 모든 암호화폐의 공개, 발행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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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STO가 화두가 되고 실제로 STO를 통해 증권형 토큰이 발행되고, 증권형 토큰이 거래되는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등장한 후로 국내에서도 STO에 대한 논의와 시도가 늘고 있다. 필자도 많은 고객들로부터 STO에 대한 자문 요청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본시장법상 STO를 실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법상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려면 소위 주식공모절차 즉, IPO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식 IPO 절차를 거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모집가액이 10억원 미만이 되는 소액공모절차를 활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특정 STO에 소액공모절차가 적용될 수 있는지가 아직 분명한 것은 아니며, STO를 통해 발행된 증권형 토큰이 현재의 여러 암호화폐거래소에서 거래될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대두되며 이에 대하여는 명확한 해석이나 지침이 없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한국 규제당국인 금융위원회의 증권형 토큰 및 암호화폐 전반에 관한 태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증권형 토큰을 증권으로 보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더라도,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금융위원회가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미지수다. 당국의 이러한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태도가 때로는 법 규정 자체보다 더 크게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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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의 STO 상황

미국에서는 STO에 대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다. 실제로 증권형 토큰이 발행되고 있으며, 코인베이스의 경우처럼 증권형 토큰이 거래될 수 있는 거래소도 인가를 받았다.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STO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배경에는 미국 내 이런 움직임이 있다.

미국에서는 주로 레귤레이션 D(Regulation D)와 같은 등록의무 면제규정을 활용하여 STO를 실시한다. 필자가 교류하는 미국 뉴욕주 소재 암호화폐 전문 로펌(Crypto Firm) 변호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STO에 대한 자문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외국 사업자들도 미국에서 STO를 하려는 문의가 많아진다고 한다. 이 로펌은 현재 미국에서의 STO에 관하여 수차례 세미나와 웨비나(webinar)를 열고 매우 활발하게 자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STO를 비롯하여 암호화폐 발행이나 거래소 이슈에 대하여 규제당국인 SEC가 전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엄격하게 규제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규제당국이나 그 담당공무원들이 한국처럼 소극적이고 폐쇄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사업자들과 적극적으로 논쟁하고 그 과정에서 사업자의 주장이나 설명을 주의 깊게 듣고 규제당국의 입장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안 된다고만 하고 사업자들의 입장을 들어주는 것조차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에 벗어나지 않는 한 가능한 방향이나 대안에 대해서도 매우 열린 자세로 임한다고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3. 한국의 STO 상황

한국에는 아직 ICO나 암호화폐 거래소에 관한 법령이 없다. 따라서 한국에서 STO를 실행하려면, 주식 등 유가증권을 공개(발행), 유통에 관한 자본시장법을 준수해야 한다.

한국에서 STO를 하려면 유가증권공모 즉, 상장절차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투자설명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신고라고 되어 있지만 금융위원회가 장기간 엄격하게 심사하여 승인을 해 주어야 상장절차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수리가 필요한 허가제라 할 수 있다.

또는 모집금액이 10억원 미만인 소액공모절차를 활용하여야 한다. 소액공모로 진행하는 경우 증권신고서, 사업보고서, 투자설명서 제출의무가 면제된다.

만약 한국의 암호화폐 발행자가 실제로 증권형 토큰을 공개하기로 하고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 및 관련 서류를 제출하며 당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지금까지 관련 규정이 없고 선례가 없음을 이유로 접수 자체를 하지 않거나 형식상 접수를 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심사를 지연하거나 본격적인 심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즉, 한국에서는 절차와 요건을 충족하여 절차를 밟아도 규제기관에서 수리나 검토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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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 발행자가 자본시장법의 예외조항, 예컨대 소액공모 규정을 활용하여 증권형 토큰을 공개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소액공모가 적용되는지, 그 요건과 절차를 충족하였는지에 대하여는 언제든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규제기관에서 사업자의 판단과 다른 결정을 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소액공모의 경우에도 불확실성과 그에 따라 법적 위험이 따른다. 명확한 규정,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이 없으며, 규제기관도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접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기술을 활용한 사업은 항상 새롭고 전례가 없는 것이 많다. 혁신기술 자체가 기존의 체제를 파괴적으로 혁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법체계, 이해관계자, 사회 전체에 대한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당국의 어려움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하여 잘 모르고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 혁신기술이 가져올 여러 가지 편익 자체에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혁신기술에 대한 규제에 있어서는 정식 법령인 하드로(Hard Law)를 잘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대하여 빠른 시간 내에 바로 하드로를 정립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여러 가지 지침, 가이드라인 또는 자율규제안과 같은 소프트로(Soft Law)도 중요하다.

이러한 하드로, 소프트로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이러한 법령, 지침, 가이드라인을 직간접적으로 제정하고, 해석, 적용, 집행하는 규제당국과 공무원들의 유연하고 열린 자세(Open Mind)이다. 한국에서도 사업자와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당국의 모습을 기대하여 본다.

법무법인 충정 Tech & Comms(기술정보통신팀) 안찬식 변호사

안찬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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