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작되는 텔레그램 토큰 퍼블릭세일의 미스테리

등록 : 2019년 7월 10일 07:00 | 수정 : 2019년 7월 10일 09:26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기업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가운데 텔레그램의 톤(Telegram Open Network, TON)만큼 관련 정보가 불투명한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톤은 지난해 1월과 3월 두 차례의 프라이빗 세일로 17억달러(약 2조원)를 모금했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그리고 오늘, 한국 시각 10일 오후 5시에 일본 정부의 인가를 받은 암호화폐 거래소 리퀴드에서 처음으로 톤의 자체 암호화폐 그램 퍼블릭세일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번 퍼블릭 세일 역시 의문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램아시아의 정체는?

리퀴드(Liquid)는 지난달 11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7월 10일 오후 5시(UTC 오전 8시) 그램아시아가 보유 중인 그램에 대한 퍼블릭세일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후 퍼블릭세일 가격은 그램 토큰 1개당 4달러로 정해졌다. 리퀴드는 그램아시아에 대해 블로그의 FAQ를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이번 퍼블릭세일을 위해 그램아시아와 협력하고 있다. 그램아시아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그램을 보유중이고, 리퀴드와 오랫동안 사업을 함께 해온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다. 그램아시아는 막대한 자본과 방대한 전략적 파트너 네트워크를 이용해 인큐베이터, 노드, 유동성 및 결제 등의 형식으로 톤 생태계를 뒷받침한다. 톤 생태계의 광범위한 확산을 돕기 위해 그램아시아는 인가를 받은 금융기관들과 협력해 아시아의 기업들에게 안전하고 안정적인 결제 게이트웨이를 제공한다.”

아시아에서 그램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그램 아시아 홈페이지

 

이번 퍼블릭세일을 세계 최초로 보도한 테크크런치는 그램아시아가 한국 법인이라고 썼다. 그램아시아의 홈페이지에는 단 한 명의 임직원이 등장한다. 창업자 겸 대표이사 김동범씨다. 한국 이름이다. 그램아시아 홈페이지를 아무리 뒤져봐도 주소나 사업자등록번호, 전화번호는 찾아볼 수 없다. 김동범 대표의 이력에 대한 정보도 전무하다. 연락처는 이메일 5개가 전부다. 리퀴드에 그램아시아의 정확한 법인명, 주소, 전화번호 등 정보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링크드인 페이지가 전부였다. 링크드인에는 홈페이지보다도 공개된 정보가 없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국내 모든 법인들이 등록된 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한글과 영문으로 그램아시아라는 이름을 검색해봤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한국에 그램아시아라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리퀴드는 그램아시아가 “방대한 전략적 파트너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주요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 블록체인 기업 등 여러 곳에 연락을 해봤지만 그램아시아나 김동범이라는 사람을 안다는 곳은 찾을 수 없었다. 적어도 한국에 방대한 전략적 파트너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불법 다단계 업체 연루설?

김동범이라는 이름을 들어봤다는 사람은 뜻밖의 영역에서 나타났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음성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암호화폐 구입을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일을 하는 도매상들이었다. 다단계 조직이나 그룹채팅방을 통해 암호화폐를 판매하는 암호화폐 공구방 등과 관련이 깊은 ‘회색 지대’의 사람들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암호화폐 도매상은 “김동범 대표는 ‘코인베스터’라는 업체를 만들어서 활동하던 사람이다. 개인 투자자들을 모집해 암호화폐를 사다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암호화폐 도매상도 김 대표가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금해 암호화폐를 사다주는 일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김 대표의 이번 그램 토큰 투자가 불법 다단계 업체 B사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램아시아가 지난해 3월부터 그램 토큰 구매에 나섰지만 그램 토큰 프라이빗 ICO는 최소 투자금액이 워낙 커서 자금이 부족했고, B사에서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램아시아의 김동범 대표가 B사의 대표 중 한 명인 박아무개씨와 친인척 관계이기 때문에 B사의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B사의 수익 구조. 출처=B사 대표 박아무개씨 블로그

 

B사는 국내 대표적인 비트코인 채굴 다단계 업체로 알려져 있다. 회원들이 B사에 투자하면 그 돈을 바탕으로 고가의 채굴기를 구매, 채굴을 통한 수익을 되돌려 준다. B사는 신규 회원 유치 규모에 따라 ‘빌더-프로빌더-마스터빌더-몬스터빌더-메가몬스터빌더’라는 5단계의 직급으로 운영한다. B사에 따르면 참가자가 매달 6~15%에 달하는 수익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지속해서 신규 회원을 유치해야 한다. 전형적인 다단계 영업 방식이다. 또한 자체 암호화폐인 ‘클럽코인’ 등을 발행하며 몇 개의 거래소에 상장, B사 참가자들은 이를 통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 폭락과 클럽코인 상장폐지 등으로 약정한 수익을 제공하지 못해 유사수신행위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합법적인 다단계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직접판매공제조합’이나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에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조합에 확인한 결과 B사는 양쪽 어디에도 등록되지 않은 불법 다단계 업체였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국내외에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이들로부터 김동범 대표의 전화번호를 구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B사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B사와 그램아시아는 아무 관계가 없다. B사에서 모금된 어떤 자금도 그램아시아에 들어간 것은 없다. (B사 대표인) 박씨와 B사에 대해 더는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램아시아가 어느나라 기업이냐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변호사와 상의 후 답을 주겠다”고 말했지만 이 기사가 발행되는 시점까지 답을 하지 않았다. 그램아시아가 어떻게 자금을 모아 그램 토큰 프라이빗세일에 참여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물론 일체 답변을 거부했다. 대신 김 대표는 그램아시아에 문제가 있다면 일본 정부(정확히는 일본 정부가 승인한 자율규제기구인 일본가상화폐거래소협회(JVCEA))로부터 인가를 받은 거래소 리퀴드의 파트너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리퀴드는 이번 그램 토큰 퍼블릭세일에 일본인은 참여하지 못한다고 명시했다. 리퀴드의 그램 퍼블릭세일이 일본 정부의 인가를 받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램 아시아는 9명으로 이뤄진 작은 업체로 공개할 수 없는 내용으로 인해 의혹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리퀴드는 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합법적인 거래소로 문제가 있다면 절대 우리와 함께 일을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램아시아를 향한 논란으로 텔레그램 톤이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우리보다는 텔레그램 톤이 탈중앙화를 바탕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 주길 바란다.” – 김동범 그램아시아 창업자 겸 대표이사

 

누구를 위한 퍼블릭세일?

ICO에 정해진 법칙이란 건 없긴 하지만, 이번 그램 토큰 퍼블릭세일은 유독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대부분의 정상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경우 재단이 직접 프라이빗세일과 퍼블릭세일을 진행하고, 그렇게 모금된 돈은 기술개발, 마케팅, 유보금 등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번 그램 토큰 퍼블릭세일은 리퀴드와 그램아시아가 진행한다. 이번 퍼블릭세일이 텔레그램이나 톤(TON) 재단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 또 퍼블릭세일로 마련된 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정보가 없다.

그램아시아가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그램 토큰 보유자라는 설명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그램아시아는 지난해 초 그램 프라이빗세일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번 퍼블릭세일은 그램아시아가 프라이빗세일로 구입한 그램 토큰을 백서상 오는 10월 31일로 예정된 메인넷 런칭 이전에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행사라는 뜻이다.

김동범 그램아시아 대표는 “그램아시아의 그램 보유 물량은 공개하기 힘들다. 또한 그램에 투자한 금액도 공개할 수 없다. 퍼블릭세일 물량은 리퀴드 측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퀴드에서 진행하는 그램 퍼블릭세일 규모. 출처=리퀴드

 

리퀴드가 그램아시아에게 조기 엑시트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외에 다른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리퀴드는 “그램아시아와 리퀴드가 실행하는 커뮤니티 주도 토큰 판매(community-driven sale launched by Gram Asia and Liquid)”라는 답만  보내왔다.

지난해 진행된 그램 프라이빗세일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그램 토큰은 1차 프라이빗세일 당시 개당 200원 안팎, 2차 프라이빗세일 당시 약 1500원에 판매됐다고 한다. 리퀴드는 그램 토큰 1개당 4달러(약 4700원)에 1250만개, 총 5000만달러(약 590억원)에 달하는 퍼블릭세일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퍼블릭세일로 그램아시아가 투자금의 최소 3배, 최대 25배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추정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동범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리퀴드의 그램 판매 가격과 20개월 전 판매 가격을 비교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램아시아는 장기적으로 톤(TON) 블록체인 검증자(validator)까지도 염두하고 있는만큼 시세 차익을 위해 물량을 떠넘긴다는 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주장이다. 톤 블록체인 검증자를 하려면 그램을 판매하지 말고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램아시아가 이번에 퍼블릭세일로 처분하는 물량 외에도 그램 토큰이 더 있다면 그 잔여 물량을 이용해 블록체인 검증자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과 퍼블릭세일을 통한 차익 실현은 별개의 문제다.

리퀴드는 퍼블릭세일을 통해 판매된 토큰은 톤(TON) 메인넷 출시 이후에 구매자에게 전달될 것이고, 그때까지 구매자는 토큰을 전송하거나 인출하거나 거래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토큰판매 대금 역시 구매자들에게 토큰이 전달될 때까지 별도 지갑에 보관한다는 방침이다. 리퀴드는 “리퀴드는 일본 금융청이 인정한 합법적인 거래소로, 고객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이번에 진행될 그램 퍼블릭세일 판매 금액은 발생할 수 있는 법적, 기술적, 운영상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24시간 안전하게 보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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