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EC는 어떻게 암호화폐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할까

2019년 상반기 블록체인 규제 동향④ 미국

등록 : 2019년 6월 13일 15:00 | 수정 : 2019년 7월 3일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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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미국의 금융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ICO(암호화폐공개)를 통해 발행되는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증권에 해당한다고 본 이래, 미국은 ICO의 불모지로 인식되어 왔다. SEC의 입장은 일반적으로 ICO란 결국 증권 발행이기때문에, 증권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증권법을 준수해야 한다. SEC에 따르면 ICO는 투자계약증권(Investment Contract)에 해당한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에서의 ICO는 본질적으로 STO(증권형 토큰 발행)이다.

ICO로 발행되는 암호화폐가 증권에 해당하면, 발행과 유통 시 증권법 규제가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미국에서 일반 대중에 암호화폐를 판매하는 공모(Public Offering)를 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권신고서 제출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따라야 한다. ICO의 특징 중 하나가 규제에서 벗어나는 대체 투자라는 점에서, 증권법 규제를 지켜야 하는 미국의 ICO는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ICO 프로젝트들은 이런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암호화폐 판매가 사모(Private Offering)에 해당하도록 다양한 장치들을 개발했다. 적격투자자(Accredit Investor)에게만 투자를 받도록 하는 레귤레이션 D 예외 조항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더불어 프로젝트 성공 시 미래에 유틸리티 토큰의 지급을 약속하는 SAFT(Simple Agreement for Future Tokens)라는 새로운 종류의 투자계약증권도 개발했다.

미국 SEC의 입장이 ICO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반대로 기존 증권법을 지키기만 한다면, 미국에서도 암호화폐 발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가장 성공적인 ICO 사례들 중 1, 2위를 다투는 파일코인(Filecoin: 2억5700만 달러 모금)과 테조스(Tezos: 2억 3200만 달러 모금)는 모두 미국 프로젝트다.

출처=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출처=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미국의 입장은 대한민국 금융위원회보다 명확하다. 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가 화폐도 증권도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만약 암호화폐가 증권이 아니라면 자본시장법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금융위는 암호화폐가 금융질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ICO를 전면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한편에선, 자본시장법은 미국과 동일하게 투자계약증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금융위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투자계약증권을 인정한 적이 없다. 투자계약증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ICO 역시 투자계약증권으로 포섭하는 미국과는 매우 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SEC도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 등과는 달리, 어떤 암호화폐가 증권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단지 SEC 관계자들이 말하는 공식 석상에서의 발언 등을 종합하여 유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SEC 의장이 ‘비트코인은 증권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발언하면 비트코인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등 웃지못할 상황도 발생하곤 했다.

SEC 산하의 핀허브(FinHub)는 2019년 4월3일, 디지털 자산, 즉 암호화폐의 증권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발표했다. 어떤 암호화폐가 증권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미국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갖는 큰 의미는, 미국에서도 유틸리티형 암호화폐와 증권형 암호화폐를 구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에 있다. 지금까지는 암호화폐를 발행하려는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ICO와 STO의 구별 없이 미국 증권법의 규제를 따라야 했다면, 이제는 증권이 아닌 암호화폐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증권에 해당할 수 있는 암호화폐의 기준을 성문화했다는 것은 이처럼 큰 의미를 지닌다. 향후 이런 기준에 맞춰, 암호화폐 발행사가 자신의 암호화폐는 증권이 아니라며 ‘무제재 요청(no-action request)’을 SEC에 보내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SEC 핀허브는 턴키젯(TurnKey Jet, Inc.)이 발행하는 암호화폐가 증권이 아니라는 ‘무제재 요청’에 대해 회신한 바 있다.

출처=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핀허브 홈페이지 캡처

출처=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핀허브 홈페이지 캡처

 

핀허브의 가이드라인

지금부터는 호위테스트와 핀허브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SEC는 1946년 호위(Howey) 판례로 확립된 투자계약증권 개념을 즐겨 사용한다. 호위 판례에 따른 증권성 판단을 호위테스트라고도 한다. 다른 사람의 노력으로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믿음을 가지고 돈을 투자한 경우, 그런 계약은 투자계약이며, 투자계약을 상징하는 것은 증권이라는 법리다.

SEC에 따르면 어떤 암호화폐, 코인, 토큰 등 디지털 자산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투자계약 체결로 판단될 경우, 이는 증권거래에 해당되어 관련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투자 계약에 해당할 경우 연방 증권거래법에 따라 금융당국이 감독하고, 자금출처, 운영 내용 등에 있어 다양한 규제를 적용해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이런 호위테스트는 증권의 성격과 무관하게 어느 계약이나 거래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형식에 따라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에서 일반적인 유형의 증권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투자자 보호의 목적상 그 경제적 실질(economic reality)이 증권에 해당하면 증권으로서 포섭된다.

호위테스트에서 증권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4가지다.

1. 먼저 투자되는 자금이 있어야 하고,
2. 투자한 자금이 공동이 출자하여 만든 기업에 투입되며,
3. 그 투자금에 대한 기대 이익이 있어야 하며,
4. 투자자가 기업의 이익 창출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노력으로 인해 투자 이익이 발생해야 한다.

대체로 증권성을 판단할 때는 첫번째 두번째 사항은 만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핀허브의 가이드라인은 세번째와 네번째 사항에 집중되어 있다.

먼저 타인의 노력에 대한 의존에 대해서는, 아래 사항들 가운데 해당되는 것이 많을수록 증권으로 규정될 가능성이 높다.

① 프로모터, 스폰서, 또는 기타 제3자로서 투자 성공에 핵심적 관리 역량을 제공하는 어떠한 주체(이하 AP: Active Participant)가 네트워크의 개발 및 운영을 책임지는 경우, 특히 디지털 자산의 발행 및 판매 시 네트워크가 여전히 개발 중인 경우
②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서 서로 무관한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작업을 수행할 수 없어서, AP가 수행하거나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필수적인 작업이 있는 경우
③ AP가 디지털 자산의 개발과 발행을 책임지며, 디지털 자산의 ‘바이백(buyback)’이나 소각 등으로 디지털 자산 수급을 통제할 수 있는 경우
④ AP가 의사결정, 코드 업데이트, 거래 검증 등 거버넌스 문제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
⑤ 네트워크 기여자들에 대한 보상 및 디지털 자산과 투자금에 대한 분배에 있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
⑥ 그 외 증권성을 띠던 디지털 자산이 시간이 흘러 증권성을 띠지 않게 되더라도 AP의 역할과 영향력이 디지털 자산의 가치 증감에 매우 주요한 경우 등

다음으로 투자 이익의 기대는 아래 사항이 많을수록 증권으로 규정될 가능성이 높다.

① 디지털 자산 보유자들을 위한 디지털 자산 재판매 시장이 존재하여, 디지털 자산 보유를 통한 이익을 현실화할 수 있거나 디지털 자산 보유자가 배당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경우
② 디지털 자산이 거래되고 있거나 거래될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
③ 디지털 자산의 잠재적 구매자가 AP의 노력이 디지털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는 경우
④ 디지털 자산 수급이 실수요보다 훨씬 많게 발행되거나, 훨씬 적게 판매되는 등 투자 목적으로 발행되는 경우
⑤ 디지털 자산의 가격이 디지털 자산으로써 얻어지는 재화 및 서비스의 시장 가격과 무관한 경우
⑥ 디지털 자산 구매자의 구매량이 보통의 소비자가 해당 재화 및 서비스를 위해 구매하는 양과 무관한 경우
⑦ AP가 네트워크 개발에 필요한 수준보다 훨씬 많은 투자를 받는 경우
⑧ AP가 배포된 디지털 자산과 동종의 디지털 자산 보유로써 자신의 노력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
⑨ AP가 네트워크 기능 향상에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
⑩ AP가 디지털 자산 가치 상승 가능성, 또는 투자처로서의 디지털 자산 구매, 또는 투자금이 용처가 네트워크 개발 또는 디지털 자산의 기능 개발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디지털 자산을 홍보하는 경우
⑪ 그 외 역시 증권성을 띠던 디지털 자산이 증권성을 잃게 되었음에도 디지털 자산과 그로써 얻을 수 있는 재화 및 서비스의 연관성, 그 재화 및 서비스의 수요와 디지털 자산 거래량의 연관성, AP의 공개되지 않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 등

그 외 아래에 해당하는 사항이 많을수록 증권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진다.

  1. 탈중앙화 네트워크와 디지털 자산이 모두 개발되어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경우
  2. 디지털 자산 보유자가 네트워크에서 디지털 자산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
  3. 디지털 자산이 당해 네트워크에서만 사용될 수 있어 그 사용의 목적으로만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는 경우
  4. 디지털 자산이 가치가 일정하거나 감소하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어 합리적인 구매자라면 투자목적으로 보유하지 않을 것인 경우
  5. 당해 디지털 자산 실물화폐를 대신하는 목적으로서 가상화폐로 사용되는 경우
  6. 재화 및 서비스의 시장가격과 디지털 자산의 가격이 연관성이 있어 해당 재화 및 서비스의 사용을 위해 디지털 자산이 사용되는 경우
  7. 디지털 자산의 가격 상승으로 이익을 보더라도 그것이 디지털 자산의 예정된 용처에 비추어 부수적인 경우
  8. 투자수단으로서가 아닌 그 기능에 기하여 디지털 자산이 홍보되는 경우
  9. 디지털 자산의 양도제한이 투기가 아닌 사용과 연관되는 경우
  10. 디지털 자산의 유통을 위한 시장이 있을 경우 디지털 자산의 양도가 그 플랫폼 사용자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경우

이 가이드라인은 법률 제정이나 개정이 아니며, SEC 산하 핀허브의 법률 해석 의견으로 한정해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EC가 최초로 공식 발표한 법률 해석이라는 점에서, 미국 ICO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나 ICO를 진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들에게 이번 가이드라인이 큰 지침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미국의 암호화폐에 관한 증권성 판단은 이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조건들을 종합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의 증권법에 존재하는 ‘투자계약’이라는 특수한 법리 때문이다. 개별적인 프로젝트에 맞는 상황 점검을 하고, 리스크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법률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권오훈 변호사는 법무법인 오킴스의 파트너 변호사이며 오킴스 블록체인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진=권오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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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에서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전문가들의 기고를 통해 2019 상반기 각국별 블록체인 규제의 동향을 알아보고 하반기를 전망하는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①싱가포르 2019년 하반기, 싱가포르에 암호화폐 규제법이 생긴다
②일본 암호화폐 규제, 일본도 결코 널널하지 않습니다
③중국 익명성 탓 규제 불가피…중국, 1월 블록체인법 도입
④미국 미국 SEC는 어떻게 암호화폐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할까
⑤몰타 '암호화폐 선진국' 몰타의 법제도
⑥한국 한국(엔 없는…) 암호화폐 규제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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